이번 주에는 제대로 보지를 못하네

22.02.09(수)

by 어깨아빠

이번 주는 아내도 나도 바쁘다. 아내는 오늘도 처치홈스쿨 모임이 있어서 오후에는 아이 셋과 함께 나갔다. 나도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퇴근하고 바로 약속 장소로 갔다. 덕분에 이번 주 내내 뭔가 아이들하고 시간을 많이 못 보내는 느낌이다. 물론 나만 그렇다. 아내는 다르다. 아내는 아무리 바빠도, 그 ‘바쁨’을 항상 아이들과 함께 하거나 ‘바쁨’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아이들일 때가 많다. 아내는 바쁘다고 해서 아이들과 보낼 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다. 함께 있어도 얼마나 교감의 시간을 가지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


만남을 끝내고 출발할 때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이제 막 재우려고 누웠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보지 못한 아쉬움을 가득 담아 인사를 건넸다.


“아빠. 집에 도착하려면 얼마나 걸려여?”

“글쎄. 아빠 기다리지 말고 얼른 자. 엄마도 힘드시니까. 알았지?”


소윤이의 질문에는 ‘여차하면 기다리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잘 타이르긴 했지만 왠지 안 자고 기다릴 것 같았다. 소윤이라면 그럴 만했다. 통화를 마치고 얼마 안 돼서 아내에게 또 전화가 왔다. 오는 길에 커피를 사다 줄 수 있냐는 전화였다. 누가 부부 아니랄까 봐. 안 그래도 커피를 사 갈까 말까 고민을 하던 차였다.


밤이라 길이 하나도 안 막혔다. 엄청 금방 도착했다. 그나마 커피를 사서 오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를 들은 아내가 메시지를 보냈다.


“소윤 안 자고 서윤 잠들기 직전. 들어와서 인사해요”


내가 잘못 읽었나 싶어서 다시 확인했다. 서윤이가 잠들기 직전인데 들어와서 인사하라고 하는 게 뭔가 어색했다. 자연스러운 흐름은 ‘서윤이가 잠들기 직전이니 조심해요’였다. 잠들락 말락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아빠와 자녀의 만남을 기꺼이 허용하는 아내의 배포였다.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갔더니 소윤이가 반갑게 웃으며 날 맞이했다. 시윤이는 곯아떨어졌고. 엎드려서 잠에 취했던 서윤이는 소리를 듣고 몸을 일으켜서 날 보더니 마찬가지로 환하게 웃으며 날 불렀다. 한 10여 분을 앉아서 소윤이, 서윤이와 대화를 나누고 장난을 쳤다.


아내와 나의 마음속에 그래도 다시 눕히면 금방 잘 거라는 확신이 있었나 보다. 그랬으니 그렇게 ‘무려 10분’이나 놀았을 거다. 서윤이는 그 10분으로 확실하게 각성을 했는지 그 뒤로 30여 분 동안 안 자고 종알종알 얘기를 하며 장난을 쳤다. 거실에서 그 소리가 다 들렸다. 아내는 결국 서윤이를 두고 방에서 나오는 수(나오는 척)까지 썼다. 그럼 기분이 좋던 서윤이가 엄청 슬프게 울고, 기분도 한풀 꺾이고 다시 잠들기 적합한 차분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때 아내가 다시 들어가서 재우면 좀 낫다.


아내는 소윤이가 잠드는 것까지 기다렸다가 나왔다. 그만큼 오래 걸렸다. 아내는 저녁도 못 먹었다. 왜 못 먹었냐고 나도 자꾸 물어보긴 하는데 사실 이유는 뻔하다. 혼자 애들 챙겨 주다 보면 정신도 식욕도 사라지니까. 커피 사면서 토스트와 크로플도 함께 샀다(내가 산 건 아니고 아내가 미리 주문해 놓은 걸 찾은 거다). 아내는 방에서 나오자마자 커피와 빵을 먹었다. 곧 자러 가야 할 시간에 먹는 저녁이라니. 아내의 삶도 참 치열하고 빡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저녁 여부와 상관없이 그 시간에 자주 빵을 먹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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