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08(화)
다행히 통증이나 몸 상태가 어제보다 나빠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제는 있던 두통이 없어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상체를 4등분 한다고 치면, ‘우상’ 부위 전반에 아주 기분 나쁘고 신경 쓰이는 통증이 계속 느껴졌다. 한 번씩은 뾰족한 걸로 찌르는 것처럼 움찔하게 만들기도 했다.
‘연초에 서윤이 간병하느라 쓴 연차만 아니었다면, 하루 이틀 정도 시원하게 쉬고 싶은 정도’
라고 표현하면 제일 정확할 거다. 그래도 몸에 기운이 없거나 힘들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일상생활을 영위할 정도의 고통이라 감사했다.
아내는 오후에 처치홈스쿨 모임을 다녀왔다. 엄연히 ‘선생님’의 역할을 수행하러 가는 거라 그저 놀러 가는 것하고는 써야 하는 몸과 마음의 체력의 양이 다르다. 게다가 여전히 ‘엄마’의 역할도 수행해야 하고. 기쁨과 감사함으로 감당하고 있지만, 매 순간순간 버거운 무게가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저녁에는 온라인 모임이 있었다. 평소 다른 온라인 모임보다 시간이 좀 빠른 편이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빠듯할 거 같아서 아내가 집에 오는 길에 김밥을 사 왔다. 아내와 아이들은 내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먹었다. 서윤이만 앉아 있었고 난 서윤이와 담소를 나누며 김밥을 먹었다.
“서윤아. 오늘 뭐 했어?”
“아아, 더느으으은 엄마양 이떠떠여어”
“아, 그랬어? 엄마랑 뭐 했어?”
“아아, 떠 머어떠여어어”
“아, 그랬어?”
속으로는 ‘갑자기 떡을 먹긴 무슨. 아무 얘기나 막 하는구만’ 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에 소윤이와 얘기하다가 진짜 떡을 먹었다는 걸 알게 됐다.
“서윤아, 진짜 떡 먹었구나? 아빠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네?”
“네에?”
“아니야. 서윤이 귀엽다고”
“더여?”
“응”
저녁 모임 덕분에 소윤이, 시윤이와는 제대로 이야기도 못 나눴다. 아쉬운 대로 자기 전에 읽는 책을 열심히 읽어줬다. 이 짧은 하루에 평소에 비해 고작 20-30분 덜 봤다고 내 마음에는 그리움이 가득 찼다. 이게 아이들과 하루 종일 떨어져 있다가 만나는 나의 주된 정서다. 아내하고 다를 수밖에 없다.
온라인 모임이 끝나고 아내가 나에게 얘기했다. 자기도 하루를 살다 보면 몇 번이나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고, 때로는 이게 우울증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특히 요즘. 그래도 그게 자기를 지배하는 정서는 아니라서 잘 이겨낸다고. 아니 이겨진다고.
어쩌면 또 세 명의 자녀와 함께하는 생활에 익숙해지고 나의 그리움에 취해서, 아내가 보여 주지 않는 이면을 나도 모르게 잊은 게 아닐까 싶었다. 혼자(는 아니지만 낮에는 육아의 알파요 오메가가 아내니까)서도 굳건히 이겨내며 가고 있는 아내가 고마웠다. 이토록 순탄히 나아가게 하시는 은혜도 감사했고.
그냥 되는 건 없다. 저절로 되는 것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