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16(수)
소윤이와 시윤이는 오전에 줌으로 종이접기 모임을 가졌다. 아내가 어제 울산에 있는 아내의 친구와 그녀의 자녀들, 곧 소윤이의 고향 오빠와 동생들과 통화를 하다가 종이접기 이야기가 나왔다. 서로 종이접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그럼 내일 줌으로 만나서 같이 종이접기 할까?”
까지 이르게 됐고, 오늘 진짜 줌으로 만난 거다.
소윤이의 또 다른 고향 친구도 합류해서 총 세 가정의 엄마와 자녀들이 줌으로 만났다. 소윤이가 너무나 즐거워하고 좋아할 만한 상황이다.
소윤이는 자기 생각이나 감정은 잘 표현을 안 하는데(혹은 못하는데)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건 굉장히 좋아한다. 한마디로 ‘설명’을 좋아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종이접기를,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주도해서 설명하고 가르치는 것이니 얼마나 좋았을지 상상이 된다. 아내가 사진 몇 장을 보내줬는데 정지된 모습에서도 기쁨이 느껴졌다.
오전에는 그걸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다음에 또 하기로 했다고 했다. 다음에는 소윤이 말고 다른 친구가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다들 참 건전하다고 생각했다. 선정과 폭력이 가득한 이 시대에 함께 모여 종이접기라니. 김영만 아저씨가 보면 얼마나 흐뭇해하실까. 비슷한 가치와 방식을 공유하며 사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 복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녀석들이 앞으로 어떤 관계가 될지 모르지만 부디 오래오래 잘 지냈으면 좋겠다.
오늘 애들을 못 봤다. 퇴근하고 바로 일이 있어서 집에 들르지 못했다. 소윤이에게는 아내가 아침에 이야기를 했는데, 소윤이는 그 얘기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아빠를 하루 못 만난다고 눈물을 흘리다니. 아무리 다 컸다 다 컸다 하고 첫째다 첫째다 해도, 딸은 딸이다. 점점 아기의 맛(?)이 사라져서 아쉽지만 나눌 수 있는 감정의 영역이 늘어나서 좋다.
아내는 남편 없는 하루, 특히 쓰디쓴 밤을 보내느라 고단했나 보다.
“여보. 나 요즘 배달 자제 중인데 오늘 커피 좀 시킬게요”
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집에 와 보니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물론 내가 아내가 커피 배달시키는 걸 가지고 뭐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장려(?)하는 편이다. 아내가 ‘배달 안 시켜 먹으려고 캡슐까지 샀는데, 참아야지’라는 마음으로 내적 갈등을 겪다가 무너지고 나서, 스스로에게 보내는 선언과 비슷한 거다. 고맙게도 아내는 내 커피까지 주문했다.
서윤이는 여전히 자정 무렵이면 알람처럼 일어나서 나온다. 그때 나오면 대부분 울며 엄마를 찾는다. 엄마만 찾는다. 내가 눈앞에 있어도 엄마만 찾는다. 내가 안 보이는 건지 엄마만 찾는다. 내가 안고 있어도(안기지도 않지만) 엄마만 찾는다. 엄마가 좀 씻을 테니 잠시만 아빠와 있으라고 해도 엄마만 찾는다. 엄마 품에 안기고 나서야 내가 보이는지 적선하듯 웃음과 뽀뽀를 하사한다. 그러는 녀석이, 내가 쇼트트랙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있으니까 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내 무릎 위에 앉았다. 영상을 껐더니 엄마에게 가고. 키면 다시 나에게 오고. 키고 나면 엄마에게 가라고 해도 나에게 머무르고.
‘영상이 아이들의 행동 결정에 미치는 영향 :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짤막한 임상 실험이었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오라고 오라고 사정을 해도 안 오더니 뭔지도 모르는 쇼트트랙 영상 하나에 그렇게 가벼워지다니.
애들을 못 봤더니 보고 싶었다. 소윤이처럼 눈물이 나지는 않았지만. 자러 들어가서 아이들 사이에 누웠다. 맨 끝부터 서윤이, 아내, 나, 소윤이, 시윤이 순으로 누웠다. 넓은 매트리스를 놔두고 애써 단칸방 체험을 하는 게 우스웠지만 나를 만나지 못해 눈물을 흘렸다는 소윤이를 생각하니 손을 잡아 주고 싶었다. 소윤이와 시윤이 사이에 누워서 둘의 손을 모두 잡고 싶었지만 소윤이가 이상한 자세로 누워 있어서 그러지는 못했다. 소윤이 손만 잡고 잠을 청하는데, 새벽에 알람이 울리면 괜히 애들까지 깨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불편했다. 이 큰 몸을 구겨 넣고 자려니 영 불편했다.
한 10분 누워 있다가 매트리스로 올라왔다. 무척 편안했다. 몸도 쭉 펼 수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