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돌아왔다

18.12.28(금)

by 어깨아빠

내 한 몸 일으켜 나가기도 힘든데 두 아이까지 챙기려니 평소보다 한 시간 전에 일어나도 시간이 빠듯했다. 물론 두 녀석이랑 이불에서 뒹구느라 시간을 많이 쓰기는 했지만.


어제와 마찬가지로 시윤이 내복은 금방 찾았는데, 소윤이 내복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서 어제처럼 두툼해 보이는 걸로 골라 입혔다. 파주로 가는 차 안에서 어린이 찬양 들으며 주거니 받거니 기분 좋게 대화를 나눴다. 파주에 도착해 소윤이와 시윤이를 안에 들여보내고 가려는데 소윤이가 붙잡았다.


"아빠. 가지 마"

"아빠 가야지. 열심히 일 해야 소윤이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하지"

"그래도 가지 마"

"아빠 얼른 갔다 올 게"


뭐지. 이 아빠에 대한 끈끈한 애정표현은. 나 가고 나서 아내랑 얘기하면서도 아빠랑 자니까 좋았다고 했단다. 있을 때 잘해라 딸아.


아내는 오늘 함께 집에 복귀하기로 했다. 금요일이라 내가 교회를 가야 해서 아내 혼자 둘을 보는 건 무리일 것 같고, (내) 엄마에게 지원 요청을 했다. 엄마는 미리 집에 가서 집 좀 치워놓겠다고 했다.


오후에 굉장히 희귀한 사진 하나가 도착했다. 오후 2시 무렵에 소윤이가 자고 있는 사진. 이게 뭐지 싶었다. 아내의 설명에 의하면 요즘 이 시간에 졸음이 최대치를 찍는 소윤이에게 같이 누워서 숫자를 세어 보자고 꼬셨고, 그 방법이 통했다는 거다. 숫자를 세다가 스르륵. 물론 이제 또 써먹기 힘든 일회성 방법이었지만. 매일 이렇게 조금씩만 자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이제 소윤이한테는 씨알도 안 먹힌다. 소윤이 또래 다른 아이들도 이쯤 되면 안 자는 애들도 많고. 어쨌든 오랜만에 보는 낮잠 자는 소윤이의 모습이 참 평온해 보였다.


퇴근하고 다시 파주에 가서 아내와 애들을 태워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커피 생각이 나는 걸 보니 거의 다 나은 것 같다고 했었는데, 정말 그래 보였다. 겉모습과 말, 행동 모두에 생기가 조금씩 차 있었다.


집에 들어섰는데, 으잉? 우리 집이 아닌가 싶었다. 너무 깨끗해지다 못해 넓어 보이기까지 했다. 아침에 나가면서 '그래도 이 정도면 깨끗하다'라고 자족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이런 게 클래스의 차이인가.


집에 가는 길에 사 가지고 들어간 밥과 죽을 다 함께 나눠 먹었다. 밥 먹으면서 소윤이한테 존댓말을 쓰라고 했더니, 소윤이가 역공을 했다.


"그런데 아빠는 왜 할머니한테 존댓말 안 해여? 나한테 존댓말 하라고 할 꺼면 아빠도 그렇게 해야져"

"그래. 알았어. 아빠도 그렇게 할 게"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반말에 소윤이가 가장 먼저 지적했다.


"아빠. 존댓말 하세여"


금방 교회 갈 시간이 되어서 나갈 채비를 했다. 소윤이, 시윤이 모두 낮잠을 잔 날이라 밤잠을 일찍 자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엄마한테 애들 재우고 가 달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을 것 같고. 교회 갔다 와서 모셔다 드린다고 하면, 절대 싫다고 할 거고. 엄마한테 슬쩍 물어봤다.


"엄마. 몇 시에 갈 거에요?"

"애들 재우고 가야지"

"그래요. 알았어요"


엄마가 막 웃었다. 왜 웃냐고 물으니 존댓말이 어색해서. 그나마 엄마의 확답을 듣고 나니 한결 편하게 집을 나설 수 있었다. 예배를 마치고 아내에게 카톡을 했는데 답이 없었다. 혹시나 자고 있으면 깨울까 봐 전화는 하지 못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어디예요?"

"나. 지금 문래"

"몇 시에 나갔어요?"

"한 9시 좀 넘어서 나왔나?"

"애들은 다 자고?"

"소윤이는 잠들었고. 시윤이는 안 잤어. 어찌나 난리를 치던지. 막 내 위에 올라가고. 돌아다니고"

"가영이는요?"

"글쎄. 나 나올 때는 안 잤는데, 모르겠네"


정황상 아내도 시윤이 재우다 잠든 것 같았다. 소윤이가 의외였다. 늦은 오후에 한 시간이나 잤으면, 꽤 오래 버틸 법도 했는데 예상보다 일찍 잠들었다고 생각했다. 집에 가 보니 역시나 모든 공간의 불이 꺼져 있었다. 아내는 중간에 깨서 나왔다. 이것저것 하는 듯하더니 이내 방에 있던 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잠잠했다.


"여보. 뭐해?"

"나? 웹툰"

음. 이제 완치됐다고 봐도 무방할 거 같다. 앉아서 웹툰 볼 기력이 생겼으니.

어쨌든 아내가 돌아왔다. 역시 홀수는 뭔가 불안정하다. 짝수가 좋다.

우리 집은 넷이어야 완전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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