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짜증을 안 내네?

22.02.26(토)

by 어깨아빠

소윤이는 밑도 아프다고 했다. 목도 아프다고 했다. 입 안쪽도 아프다고 했다. 아내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입안에 구명이 몇 개 보인다고 했다. 구내염인 듯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았다. 밑이 아픈 것도 이와 관련이 있어 보였다. 열이 나거나 몸이 힘들고 아프지는 않다고 했다. 나처럼, 소윤이도 이만한 게 다행스러웠다.


어제 아내와 이야기 하기를, 오전에 아내와 소윤이는 병원에 다녀오면서 점심까지 먹고 오려고 했다. 소윤이가 아픈 와중에도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너무 없었던 게 안쓰러워서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유야무야 넘어갔다. 다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침 먹고 예배드리고 게임도 하고. 소윤이는 여전히 격리 아닌 격리 생활이었다. 밥은 따로 먹고 마스크는 계속 쓰고. 난 아침을 안 먹었지만 혼자 밥을 먹는 소윤이 앞에 앉아 말동무를 했다. 나중에 소윤이가 아기 낳고 조리하거나 아파서 고생하는 걸 보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고생하는 소윤이를 위해, 그리고 누나 덕분에 덩달아 고생하는 시윤이와 서윤이를 위해 점심은 나가서 먹기로 했다. 절대 아내와 나를 위한 외식이 아니었다…라고는 말은 못 하겠다. 아무튼 모두를 위해 외식도 하고 잠깐 바깥바람도 쐬기로 했다. 소윤이가 좋아하는 식당을 꼽으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돈까스 가게로 갔다.


점심시간 치고는 조금 늦게 갔는데 제법 사람이 있었다. 가장 넓은 여섯 명 자리가 마침 비어서 꽤 여유롭게 공간을 쓰며 먹었다. 잘 먹을 때는 혼자 치즈 돈까스 하나를 다 먹을 기세로도 먹던 소윤이가 너무 못 먹었다. 고작 한 조각 반 정도 먹더니 손을 뗐다. 어제처럼


“소윤아, 어디 아픈 건 아니야? 그냥 입맛이 없어?”


라는 질문을 몇 번이나 했다. 구내염이 엄청 심한 건 아니어도 어쨌든 통증이 느껴지고 불편하니 입맛이 돌지 않는 듯했다. 아픈 게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양 자체가 줄기도 했다. 밥이고 간식이고 어릴 때(?)처럼 보이면 보이는 대로 먹는 시기는 확실히 지난 것 같다.


밥 먹고 나서 빵집과 카페도 들렀다. 이건 거의 하나의 동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빵집 얘기는 내가 먼저 했다. 밥을 못 먹는 소윤이가 괜히 안쓰러워서 좋아하는 빵이라도 먹으라고. 물론 아내가 제일 좋아했다.


서윤이의 낮잠은 밥 먹고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끝났다. 이제 옮겨도 더 자고 이런 일은 거의 없다. 정말 피곤하지 않은 이상은. 서윤이도 많이 컸다. 서윤이의 낮잠은 아내와 나에게는 물론이고 소윤이와 시윤이에게도 매우 소중한 시간인데, 이렇게 사라지는 날은 조금 아쉽긴 하다.


저녁이 가까워지니 또 졸음이 몰려왔다. 소윤이, 시윤이와 보드게임을 하는데 막 졸고 그랬다. 아내는 조는 나를 안쓰럽게 보더니 아이들에게


“얘들아. 지금 하는 것까지만 하고 아빠는 잠깐 방에 들어가서 누우시라고 하자. 알았지?”


라고 얘기했다. 나는 괜찮다고 하고 아이들과의 보드게임에 매진했다. 졸리긴 했지만 한창 재미가 오른 소윤이와 시윤이를 뒤로하고 자러 들어가는 건 너무 미안한 일이었다. 보드게임을 마치고 잠깐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눈을 떴을 때는 누워 있었다. 그 사이 아내는 아이들 저녁을 준비해서 먹였다. 간단하게 주먹밥을 만들어서 먹였다.


하루 종일 집에 있었는데 그 누구도 짜증을 내지 않았고 긴장이 고조(?) 되는 상황도 연출되지 않았다. 아내도 아이들도, 심지어 서윤이까지. 그저 평화와 여유 그 자체였다.


“여보. 아무도 짜증을 안 내네? 여보도 애들도?”


아내가 막 웃으면서 받아쳤다.


“여보. 그만큼 여보의 존재감이 뛰어나다는 거지”


항상 감사하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나도 아이들도 아내도, 주말을 주말답게 보낼 수 있어서. 나의 등장이 그들의 주말에 보탬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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