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31(월)
2018년의 마지막 날, 주일과 화요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월요일이었지만 변함없이 출근했다. 장인어른은 출근을 안 하셔서, 낮에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집에 오셨다.
독감을 치르고 집안일 일선에 복귀한 아내에게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에베레스트만큼 높게 쌓인 빨래였다. 가뜩이나 날이 추워서 세탁기 호스가 어는 바람에, 아내는 거대한 빨래 더미를 가지고 빨래방에 갔다.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루 종일 할머니, 할아버지랑 있었던 소윤이, 시윤이도 기분이 좋아 보였고, 아내도 바로 육아 최전선에 투입되지 않고 숨을 고를 여유가 생긴 듯했다.
11시에 송구영신 예배가 시작이었고, 자리에 앉으려면 최소한 3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할 것 같았다. 10시에 집에서 나가는 걸 목표로 삼았다. 애들을 어떻게 할지가 고민이었다. 여러 방법을 고민하다가 일단 평소처럼 재우고, 나갈 때 깨우기로 했다. 소윤이가 자기는 교회 갈 때까지 안 잘 거라고 잠깐 고집을 부렸지만, 눈꺼풀은 천근만근이었다. 시윤이는 약간 미열이 있었다. 37도 후반대 - 38도 초반대.
한 8시쯤 두 아이를 재우고 나왔다. 아내는 내년 달력에 들어갈 애들 사진을 고르고 있었고, 난 일기를 썼다. 아내 말처럼, 꼭 낮잠 재우고 자투리 시간 활용하는 느낌이었다. 묘한 기분이었다.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애들을 굳이 깨우지 않고 누워 있는 상태로 옷을 입혔다. 소윤이, 시윤이 모두 졸려서 정신을 못 차렸다. 날도 춥고, 자다 깨서 나가면 더 추울 테니 옷도 두툼하게 입혔다. 카시트에 앉은 소윤이와 시윤이의 표정은 비슷했다. 머엉.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이었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예배당 맨 뒤쪽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애들 동반하면, 이 자리가 제일 편하다) 시윤이는 아내가 안고 있었고, 소윤이는 내 무릎에 앉아 있었다. 예배가 시작하고 나서도(시끄러운 찬양이 시작돼도) 둘 다 한참 동안 멍한 상태로 있었다. 소윤이는 졸린지 이 자세로, 저 자세로 눕기도 했다가 앉기도 했다가 기대기도 했다가를 반복했다. 시윤이도 내내 아내에게 안겨 있다가 나중에는 내가 안고 있었다.
11시부터 시작된 예배는 1부로 송구 예배를 드렸다. 자정이 넘어갈 때 다 함께 카운트다운을 하고, 바로 2부 영신 예배가 시작됐다. 아내는 2018년을 보내기만 하고, 2019년은 맞이하지 못했다. 자정을 기점으로 아내는 졸기, 아니 자기 시작했다. 소윤이는 오히려 조금씩 생기를 찾아가고 있었는데 아내는 정신을 못 차렸다. 누가 보면 예배에 은혜받아서 많이 울었다고 생각할 만큼, 눈이 벌겋게 충혈됐다. 감성적인 여자. 2018년과 2019년 사이 어디쯤 머물고 싶었나 보다. 시윤이도 점점 활력을 잃고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길래, 유모차에 눕혔다. 결과적으로 2019년을 맞이하는 예배는 나랑 소윤이만 드렸다.
예배가 끝나고 본당(지하 2층)에서 로비(1층)로 올라가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아내는 소윤이랑 같이 손 잡고 올라가고, 난 시윤이는 한 팔로 안고 나머지 한 손에는 유모차를 들었다. 하악. 팔이 떨어져 나갈 뻔했다. 아니, 시윤이가 언제 이렇게 무거워진 거지. 인파에 휩싸여 멈추지도 못하고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데, 중간쯤 소윤이 새싹 꿈나무 선생님 두 분이 소윤이 손을 잡아줬다. 덕분에 아내가 유모차를 들어줬고. 휴우. 송구실신 예배가 될 뻔했다.
소윤이에게 다섯 살이 된 걸 축하한다며 인사를 건넸다. 완전히 활기를 찾은 소윤이도 즐겁게 화답했다.
"이제 아빠도 서른다섯 살이야?"
"어. 그러게"
"그럼 여보도 서른셋이네?"
"그러니까"
"여보가 몇 살 때 나 만났지?"
"내가 23살 때지. 2009년이니까"
"우와. 대박. 10년이 됐구나"
10이라는 숫자가 주는 감회가 유독 새로웠다. 내가 서른다섯이 된 것도 믿기지 않지만, 아내가 서른셋이 된 게 더 믿기지 않았다. 아직도 23살의 가영이처럼 예쁜데 말이다.
소윤이는 다시 잠들지 않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멀쩡해졌다. 시윤이는 여전히 미열이 조금 있었다. 아직 2019년을 맞이하지 못한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방에 들어갔다. 다행히 금방 조용해진 걸로 봐서는, 다들 바로 잠들었나 보다.
일기 찾아보니 작년(정확히 말하면 1월 1일에)에도 시윤이가 아팠었다. 작년에도 독감이 유행이라 걱정이었고. 올해도 반복되네. 올해는 아내가 독감을 앓아서 더 걱정이다. 부디 밤사이 열이 떨어져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