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신생아가 찾아왔다

22.04.08(금)

by 어깨아빠

코로나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무서운 놈이었다. 밤새 누가 나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괴롭히는 느낌이었다. 정말 밤새. 나도 잠을 제대로 못 이뤘지만 아내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평소에 잘 안 그러는 사람이 내내 끙끙 앓는 소리를 하며 괴로워하니 걱정이 되기도 했을 거고, 걱정하는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잠을 청하려고 해도 워낙 요란스럽게 이리저리 뒤척여서 자기가 힘들었을 거다. 아내 말로는 밤 사이 내 몸이 엄청 뜨끈뜨끈했다고 했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을 때는, 다행히 태풍이 지나간 뒤의 느낌이었다. 여전히 안 좋긴 했지만 밤처럼 아프지는 않았다. 아내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하던 호기로운 어제의 나는 진작에 없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무증상으로 가볍게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 게 교만이었다.


아이들은 진작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는데, 아내는 남편을 위한 아침을 또 차렸다. 우리 가족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은 아내의 친척분들과 지인이 보낸 각종 구호 식품이 풍성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제저녁에 먹고 남은 삼계탕에 밥을 조금 말아서 먹었다. 입맛은 전혀 없었지만 아내의 말처럼 ‘몸을 생각해서라도’ 먹었다.


아내에게 미안했다. 힘은커녕 짐이 되고 있으니. 아내는 어제처럼 홀로 부지런히 가정을 건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늘은 마치 여전사 같았다.


아침을 먹고 나니 엄청 졸렸다. 약기운 탓인지 아니면 지난밤에 워낙 못 자서인지 아무튼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다. 아내가 먼저 ‘들어가서 자’라며 나를 방으로 들여보냈다. 꽤 푹 자고 일어났을 때는 점심시간이었다. 아내가 파스타를 만들었다면서 깨웠다. 역시 아이들은 거의 다 먹은 뒤였다.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조금 더 좋아진 느낌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오늘도 레고를 가지고 한참을 놀았다. 그래도 아내는 나의 존재만으로도 평소보다 훨씬 수월하다고 했다. 아이들의 전반적인 태도나 감정 처리가 훨씬 낫다는 말인데, 이게 아빠 앞에서만 보이는 연기나 위선인 건 아닐지 항상 걱정이 되긴 한다. 아빠와 함께 할 때 더 잘 잡히는 바람직한 질서라고 생각하면서, 최대한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언행을 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내는 점심을 먹고 서윤이를 재우면서 잠깐 눈을 붙였다. 그래도 서윤이가 먼저 깨서 나올 만큼은 잤으니까 가뭄에 단비 정도는 됐을 거다. 아내가 나오니 내가 졸리기 시작했다. 안 자고 어떻게든 버텨 보려고 했는데 너무 피곤하고 졸렸다. 역시나 아내의 종용을 받고 또 방으로 들어갔다. 잠깐 누워 있기나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거의 바로 잠들었다. 아내의 저녁 준비가 한창일 때 깼다. 이때는 몸이 확연하게 더 좋아졌다.


‘한 70% 정도지만 계속 좋아지는 느낌’


이었다.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루 종일 신생아처럼 잤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아빠가 출근은 안 했지만 방에서 자니까 꼭 없는 거 같아여’라고 얘기했다. 아내를 향한 미안한 마음을 실천으로 표현하는 거의 유일한 길은 역시나 설거지였다. 아내는 괜찮다고 했지만 난 열렬히 말렸다.


“소윤아, 시윤아. 그래도 아빠가 설거지라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되셔서 진짜 감사하다”


아내는 점심 먹고 설거지를 하는 나를 보며 아이들에게 얘기했다. 항상 느끼지만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과분한 대접을 받으며 산다. 아내는 남편이 신생아처럼 자는 동안 여느 날처럼 아이들과 진한 육아의 시간을 보냈다. 원래 처치홈스쿨을 하러 가는 날인만큼 집에서 체조도 하고 워십도 하고 그랬다고 했다. 물론 나는 자느라 하나도 못 봤지만.


신생아 혹은 아들 하나를 더 둔 듯한, 평소보다 더 고단한 일상을 보낸 아내는 아이들을 재우러 들어가서 한참을 자고 나왔다. 난 아내와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몸이 괜찮아졌다. 수시로 아내의 상태는 어떤지 물어보긴 했는데, 무의미했다.


“나는 괜찮아”


라는 대답만 받았다.


아내와 내가 자러 들어갈 무렵에 세 녀석이 모두 깨서 나왔다. 약속이나 한 듯. 아직도 아이들은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다 함께 방에 들어가서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아무리 몸이 아파도 하루에 두 번이나 거하게 낮잠을 자면 어쩔 수 없나 보다. ‘자야 되는데, 자야 되는데’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눈을 감지 못했다. 거실에 나가서도 누워 보고 그랬는데 효과가 없었다. 낮에 신생아처럼 산 대가가 꽤 혹독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나를 찾으러 나온 소윤이의 부름에 다시 방으로 들어간 게 6시였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다행히(?) 그때는 하품이 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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