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어달리기

22.04.11(월)

by 어깨아빠

어제도 서윤이가 깨서 나왔다. 아내가 서윤이를 데리고 먼저 들어갔고 난 조금 더 거실에 있다가 들어갔는데, 그때 소윤이가 깼다. 소윤이는 배가 아프다고 했다. 똥이 마려울 때 아픈 것과는 다른 느낌이라고 했다. 엄청 아픈 건 아니고 아주 살살 아픈 모양이었다. 가뜩이나 몸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여서 걱정이었는데 배까지 아프다고 하니 더욱 염려스러웠다. 일단 많이 아프지는 않다고 해서 다시 누웠는데, 아침에 아내에게 들어 보니 소윤이는 내가 잠들고 나서 설사를 했다고 했다.


아침에 만난 소윤이는 멀쩡했다.


“소윤아. 안 아파?”

“네”

“힘들지도 않고?”

“네. 하나도”

“어제랑은 완전히 달라?”

“네. 어제는 좀 힘들었는데 오늘은 전혀 아니에여”


오늘부터 고난주간 새벽 기도 시작이었는데 격리와 겹치면서 못 가게 됐다. 대신 집에서 온라인으로 드렸다. 원래 온 가족이 다 함께 드릴 계획이었지만 예상치 않게 소윤이의 상태가 좀 안 좋아지면서 그냥 나 혼자 드리기로 했다. 아내는 깨울까 싶기도 했지만 아내가 일어나면 아이들도 덩달아 빨리 깰까 봐 조용히 혼자 거실로 나왔다.


노트북을 켜고 무언의 찬양을 하고 있는데 방에서 거친 기침소리와 함께 서윤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나서 방 문이 열리고 서윤이와 소윤이가 깨서 나왔다. 소윤이의 상태도 이때 물어본 거다. 소윤이와 서윤이도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곧이어 아내와 시윤이가 화장실로 갔는데 등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윤이가 아내의 등을 두드릴 일은 없었다. 무슨 상황인지 보려고 나도 화장실로 갔다.


“여보. 왜? 시윤이 토할 거 같대?”

“어, 속이 울렁거린대. 시윤이도 열 나네”

“진짜?”

“어, 배도 아프대”


아까 내가 들었던 기침 소리도 서윤이가 아니라 시윤이였다. ‘컹컹’ 소리가 나는 기침이었다. 시윤이도 설사를 했다. 손으로 이마를 짚어보면 느껴질 정도의 열도 있었다. 이게 코로나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 때문인지 분간이 안 됐다. 일단 둘 다 설사를 했으니 어제 먹었던 음식 중에 탈이 날만한 게 있나 생각해 봤다. 토스트에 넣은 치즈가 의심스러워서 유통기한을 확인했지만 문제는 없었다. 다른 재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나 아내는 물론이고 서윤이도 멀쩡한 걸 보면 음식 때문에 탈이 난 건 아닌 것 같기도 했고.


아무튼 시윤이는 다시 방에 들어가서 누웠다. 바로 잠들지는 않았고 그냥 힘없이 누워 있었다. 예배가 끝나고 시윤이에게 가서 기도를 해 주고 다시 재워줬다. 시윤이는 금방 잠들었다. 소윤이에게 다시 상태를 확인했고, 소윤이는 전혀 아프지 않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이어달리기에서 바통 넘겨주는 것도 아니고, 소윤이가 멀쩡해지니 시윤이가 아픈 건 또 뭘까.


시윤이도 잘 못 먹었다. 조금 자고 일어나서 곰탕 국물에 밥을 말아줬는데 몇 숟가락 못 먹었다. 그러고 나서 아내가 식빵에 잼을 조금씩 발라줬는데 그건 또 좀 먹었다. 상태도 조금씩 좋아졌다. 처음 일어났을 때는 누가 봐도 아픈 사람이었는데 점점 ‘나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소와 비슷해졌다. 마치 어제 소윤이처럼, 엄청 많이 아픈 건 아니었지만 완전히 기력을 잃고 그런 것도 아니었다.


오늘의 점심도 배달이었다. 회사 대표님께서, 힘들겠다며 배달 앱 쿠폰을 보내주셨다. 그걸로 한 끼를 해결했다. 다만 생각보다 다들 못 먹었다. 자녀들은 물론이고 아내와 나도 잘 못 먹었다. 면 음식인데 면이 너무 불기도 했지만, 뭔가 우리 집에 생기와 활력이 없었다. 다들 입맛이 없어 보였다.


점심을 먹고 나서 모두 한숨 자기로 했다. 여기서 ‘모두’는 자녀들을 말하는 거다. 서윤이는 이미 방에서 자고 있었다. 몸이 안 좋은 데다가 일찍 일어난 시윤이도, 몸은 괜찮지만 너무 일찍 일어난 소윤이도 모두 자기로 했다. 시윤이야 당연히 잘 거였고, 소윤이가 걱정(?)이었다. 당연히 소윤이는 처음에는 안 자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몸도 안 좋고 너무 일찍 일어나기도 했으니 오늘은 꼭 자라며 설득했다.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고 난 거실에 남았다. 점심 먹은 걸 치우고 설거지를 했다. 소파에 앉아서 책이라도 읽으려고 했는데 잠이 쏟아졌다. 흘러내리듯 바닥으로 내려가서 누웠다. ‘아 잠깐 누워야겠다’는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이었다. 스르륵 잠이 들었고 아주 달콤한 잠이었다. 방에서 누군가 나오는 소리에 깼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이들이 나오고 아내도 나왔다. 나도 잠에 취해 있었고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아내와 소윤이 사이에는 다소 차가운 기류가 흘렀다.


“소윤이는 하나도 안 잤어”


아내가 소윤이에게 하는 말을 들어 보니 자지도 않았고, 가만히 누워 있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아내는 피곤함과 짜증이 섞여 소윤이에게 다소 싸늘하게 이야기했고, 그게 서운했던 소윤이는 인형을 집어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내는 그러고 나서도 조금 더 잤고 소윤이는 한참 방에 있었다. 난 일단 관찰자 시점을 고수했다.


소윤이도 아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감정의 응고가 풀어졌다.


시윤이는 오르락내리락 했다. 약간 좋아진 듯싶다가 또 처지기도 하고 그랬다. 까불거릴 때는 평소처럼 까불거리기도 했고 힘들어할 때는 안쓰러울 정도로 수척해 보였다. 그래도 많이 아픈 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새해 초부터 시작되어서 우리 집을 관통하는 어떤 ‘질병의 연속성’이 새삼 끈질기다는 생각을 했다.


서윤이는 책을 계속 가지고 왔다. 차라리 여러 권의 책을 막 집어 오면 모르겠는데 이제 나름대로 취향이라는 게 생겼다. 자기가 좋아하는 특정 책 몇 권만 돌아가면서 가지고 왔다. 같은 책을 연속으로 서너 번씩 읽어 달라고 할 때는 정말 고역이었다. 좀 읽다 보면 금방 또 다른 곳으로 갈 거라고 생각하며 읽어 줘도,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다른 책을 가지고 왔다.


소윤이와 시윤이를 불러서 ‘목표’에 관한 아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소윤이는 매일 성경도 읽고 필사도 하는데 이 분량을 스스로 정한다. 내 생각에는 소윤이가 요즘 하고 있는 분량이 소윤이의 수준에 비춰서 한참 모자랐다. 소윤이에게 왜 목표를 조금 상향해야 하는지, 목표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에 쭈욱 설명하다가 마음속에서 왠지 모를 민망함이 솟구쳤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언제나 찾아오는 감정이다. 내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인데 꼭 나를 향해 하는 말처럼 들렸다. 특히 운동을 예로 들어서 목표에 관해 설명할 때 더더욱 그랬다. 요즘 곰 세 마리 노래를 즐겨 부르는 서윤이가 ‘아빠 곰은 뚱뚱해’ 부분을 부를 때마다 ‘너무 현실 고증 노랜데?’라고 생각하며 뜨끔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아무튼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약간의 환기를 시켜줬다. 매일 자녀들과 함께하는 아내가 더 세세하게 잘 알겠지만 오히려 그래서 못 느낄지도 모른다.


저녁에는 팬케이크를 만들어 먹었다. 아내가 오늘 아침에 이미 공언했다.


“엄마가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핫케이크를 만들어 줄게”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아이들이 핫케이크는 언제 만들어 먹을 수 있냐고 물어봤을 거다. ‘나중에. 상황 되면’이라는 대답으로 미루다가 마침 내가 있으니 적기라고 생각했을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짬을 내기가 어려웠다. 하는 것도 없이 시간은 어쩜 그렇게 잘 가는지. 좀 전에 일어난 것 같은데 어느새 저녁이었다. 소윤이는 틈이 날 때마다 아내에게 와서 귓속말로


“엄마. 팬케이크 알져?”


라며 약속을 상기시켰다. 마음의 큰 짐을 안고 있던 아내는 드디어 저녁이 되어서야 실천에 옮기게 됐다. 막상 해 놓고 보면 조촐하기 짝이 없는데 그게 뭐라고 그렇게 실행으로 옮기기가 어려운지. 아무튼 아내는 큰 숙제를 하나 해결했다.


저녁을 먹고 치우면서 아이들에게 얘기했다.


“와, 얘들아. 아빠가 내일도 회사에 안 간다니”


몸이 완전히 회복되고 나서는, 밖에만 못 나간다 뿐이지 완전히 휴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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