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격리의 이로움

22.04.12(화)

by 어깨아빠

오랜만에 아무도 아픈 증상이 없었다. 아내가 기침이 심해서 좀 힘들어했지만 기력이나 기운은 모두 정상이었다. 이대로 마무리되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새벽 기도가 있었다. 소윤이가 어제 자기 전에 자기를 꼭 깨워 달라고 했다. 6일 동안 모두 출석을 하면 소윤이 부서에서도 선물을 준다는 소식을 듣고 그러는 거였다. 온라인으로 참석해도 인정을 해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자기도 꼭 깨우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막상 너무 곤히 자고 있으니까 깨우기가 좀 그랬다. 차라리 교회에 가는 거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집에서 드리는데 깨우려니 더 그랬다. 어제 시윤이 몸이 안 좋기도 했고. 오늘도 나만 조용히 빠져나와 음소거 예배를 드렸다.


예배가 거의 끝났을 때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가 모두 깨서 나왔다.


“엄마는?”

“아직 주무셔여”


오늘도 매우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했다. 아내는 30-40분쯤 뒤에 깨서 나왔다. 아이들이 워낙 일찍 일어나서 마치 아내가 늦잠을 잔 것처럼 보였다. 아내가 일어난 시간도 엄청 이른 시간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어제 대화를 나눈 ‘목표’를 상향 수정해서 각자 할 일을 했다. 기특했다. 내가 그 나이에는 상상도 못하는 모습이었다. 가끔 소윤이나 시윤이가 그런 걸 물어보기도 한다.


“아빠. 아빠도 어렸을 때 필사를 했어요?”

“아빠? 아니?”

“왜 안 했어여?”

“아빠? 아빠는 몰랐어. 아빠는 처치홈스쿨 안 했잖아”


격리 생활이 길어지니 쓰레기도 산더미처럼 쌓였다. 재활용 쓰레기가 현관에 가득이었다. 도저히 더 버티기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해서, 아침에 한 번 버리고 왔다. 잠깐이었지만 바깥공기가 참 상쾌하고 시원했다.


자가 격리로 인해 얻은 게 세 가지다. 첫째는 설거지 실력. 먹고 나서 바로, 빠르게 설거지를 하는 손이 빨라졌다. 두 번째는 매일 이걸 반복하며 사는 아내의 삶을 향한, 보다 두터운 공감. 며칠만 해도 ‘하아, 또 밥 차려야 하네’, ‘하아, 또 설거지네’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이걸 매일매일 수행하는 아내의 삶을 새삼 다시 보게 됐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데, 아내는 완전한 성공인의 삶을 살고 있다. 세 번째는 서윤이와의 시간이다. 뭐 평소에도 서윤이가 나를 좋아하긴 했지만, 격리 생활을 하며 더 탄탄해졌다. 뜬금없이 나에게 와서 안기며


“아빠 두아아”


라고 말하는 빈도가 늘었다. 슬플 때 나에게 달려오는 횟수도 늘었고. 나에게 머무는 시간도 늘었고. 목요일에 출근하면 서윤이가 나를 많이 찾을 것 같다. 그 생각을 하면 뿌듯해진다. 물론 소윤이, 시윤이와 보내는 시간도 너무 좋지만 서윤이 때의 아이와 함께할 때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 따로 있다. 그걸 충분히 누리고 있어서 너무 좋다.


잃었던 후각도 되찾았다. 후각이 사라진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실제로 겪으니 엄청 신기했다. 정말 냄새가 안 났다. 냄새는 안 나는데 맛은 느껴지는 것도 신기했다. 오늘 후각이 돌아왔다. 서윤이가 똥을 세 번이나 쌌는데 그때마다 강렬한 냄새가 나의 비강을 타격했다. 후각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서윤이의 똥을 처리할 때, 시각과 후각 중에 어떤 게 나를 힘들게 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명백히 후각이었다. 안타깝게도(?) 후각은 돌아왔다.


오늘 자정이 되면 아내와 아이들은 격리 해제가 된다. 난 내일 자정까지고. 아, 휴가도 끝나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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