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13(수)
오늘도 무척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했다. 아내와 소윤이를 깨웠는데 시윤이도 마침 일어났다. 서윤이만 방에 두고 거실에 나와서 예배를 드렸다. 서윤이는 예배가 끝났을 때 딱 맞춰서 깼다.
“아빠아아. 이거 일거 두데여엉”
서윤이는 거실에 나오자마자 퉁퉁 부은 눈으로 책을 들고 왔다. 내가 아무리 막내를 애지중지 아낀다고 하지만 새벽 예배가 끝나고 숨도 돌리기 전부터 가지고 오는 책은 단박에 수용하기가 어렵다.
“서윤아. 아빠 좀 쉬고”
“아빠아아아. 일거 두데여어엉”
“서윤아. 언니한테 읽어 달라고 해 봐”
“아아아. 아빠가아아아”
우리 막내가 독서왕이구나. 언제부터인가 긴 책도 엄청 집중해서 듣기 때문에 대충 읽어 주는 것도 안 된다. 자기 나름대로 내용도 다 알고 있고. 아무튼 아침 아니 새벽부터 열심히 책을 읽었다.
서윤이가 나에게서 멀어졌을 때 슬며시 일어나 방으로 들어와 누웠다. 아내에게 얘기를 하지도 않고 스르륵.
“여보. 좀 자게?”
“아니. 그냥 잠깐 누웠어”
부질없는 거짓말이다. 술은 먹었지만 음주 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 그래도 뱉은 말을 지켜보려고 누워서 눈을 뜨고 있는데 서윤이가 졸졸 따라 들어왔다.
“아빠. 무해여어?”
“아빠? 그냥 누워 있어”
“나두 아빠 옆에 누울래여어”
“그래. 이리 와”
“아빠 두아아아”
내 옆에 바짝 누웠을 뿐만 아니라 내 목덜미를 잡고 내 얼굴을 자기 얼굴로 끌어당겼다. 한 5분 그렇게 장난을 치더니 일어나면서 얘기했다.
“아빠아. 저 나가께여어?”
“그래, 안녕”
오래 자지는 않았다. 살짝 잠들었던 것 같다. 거실에 나갔을 때 소윤이와 시윤이는 식탁에 앉아 각각 성경 필사와 성경 읽기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서로 자기 자리가 좁다면서 다퉜다. 그냥 좋게 말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자주 있는 일이기도 하고, 서로 던지는 말의 태도가 매우 좋지 않았다. ‘그래 너 어디 기분 좀 나빠 봐라’며 작정하고 빈정거리는 투였다. 자가 격리의 마지막 날인 만큼 둘을 데리고 방으로 불렀다. 내일부터는 다시 아내와 아이들의 시간이 펼쳐질 텐데, 그전에 살짝 단속을 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너무 강력하게 훈육을 했나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금방 둘이 장난치고 나에게도 말을 거는 걸 보니 염려가 사라지긴 했다. 부모의 마음은 ‘현실 남매’가 아니라 ‘이상 남매’인데 어쩜 그리 극현실적인 말과 행동만 주고받는지. 그나마 소윤이가 위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반대였으면 더 심했을 거다.
아침 먹고 나서도 잠시 소파에 누웠다.
“여보. 들어가서 자”
“아, 아니야. 그냥 누운 거야”
마찬가지로 허언이었다. 아까보다 더 금방 잠들었고, 아내는 이불을 가져다가 덮어줬다. 마치 휴가의 마지막 날 같은 느낌이라 그런지 약간 늘어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보다.
“하아. 자꾸 잊게 되네. 여보가 내일부터 다시 출근이라는 걸”
아내는 뜬금없이 저 얘기를 몇 번이나 했다. 오히려 나는 ‘출근하는 부담’보다는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사라지는 게 더 아쉬운데, 아내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자녀들에게도
“얘들아. 내일부터는 아빠가 안 계시네”
라는 말도 자주 했다.
실직해서 쉴 때를 빼고는 회사 다니면서 이렇게 길게 집에서만 쉬어 본 건 처음이다. 보통은 휴가를 내도 여행을 가거나 뭔가 일이 있기 마련이었다. 덕분에 정말 휴가답게 쉰 느낌이었다. 적당한 시기에 너무 고생하지 않고, 코로나에 잘 걸렸다고 생각한다. 푹 쉬면서 오랜만에 자녀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다. 덕분에 전업주부이자 전업 엄마이자 전업 선생님인 아내의 하루와 심경도 새삼 느끼게 됐고.
아이들도 나 많이 보고 싶어 하겠지? 특히 막내가 아빠를 찾는다는 소리를 들으면 엄청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얘들아, 아빠 간다. 엄마 말씀 잘 듣고 싸우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