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22.04.14(목)

by 어깨아빠

자면서 꿈을 많이 꿨다. 사실 꿈은 항상 많이 꾼다. 베개 밑에 놓인 휴대폰을 손으로 더듬으며 잘 때도 많다. 알람이 울리면 바로 끄기 위한 준비 동작이다. 손끝에 만져지는 휴대폰의 온도가 어딘가 어색했다(이게 멀쩡한 정신에서 느껴진 게 아니라 깨서 생각해 보니 그랬다). 너무 뜨거웠다. 바로 눈을 뜨고 휴대폰 화면을 봤는데, 역시나 꺼져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밤새 켜져 있다가 방전이 됐나 보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기가 막히게 알람을 맞춰 놓은 시간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을 깨울지 말지 고민을 했다. 오늘부터는 내가 없는 일상을 살아야 하는 아내를 생각하니 고민이 됐다. 일단 깨워 보기로 했다. 아내를 흔들어서 깨웠고, 당연히 아내는 무척 힘겨워 했다.


“여보. 나 옷 갈아입을 테니까 여보가 애들 깨워서 나와”


아내를 악착같이 깨우기에는 뭔가 미안해서 공을 아내에게 넘겼다. 난 나와서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아내가 안 나오길래 다시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방 문이 열리고 소윤이가 나왔다. 이어서 아내도 나왔다.


“시윤이는?”

“깼는데 그냥 잔대”


셋이 앉아서 예배를 드리는데 시윤이도 방 문을 열고 나왔다. 예배가 거의 끝났을 때쯤 서윤이도 나왔다. 가족이 다 함께 예배를 드리는 건 좋았지만, 아내의 하루를 생각하니 내가 앞이 다 깜깜했다.


“얘들아. 아빠 갈게”


덕분에 세 녀석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했다. 동생한테 야박하게 굴지 말고 누나에게 친절하게 말하고, 무엇보다 엄마 말씀 잘 들으라는 고전적이지만 변하지 않는 본질적 당부를 남겼다. 아내에게도 남겼다.


“여보. 오늘 많이 웃어 주고 많이 안아줘”


오랜만의 출근이라고 특별히 더 힘들고 그런 건 없었다. 다만 이게 코로나 후유증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콧물이 엄청 나왔다. 마치 비염 증세가 심할 때처럼 눈까지 뻐근했다. 코맹맹이 소리도 여전했고.


서윤이는 아빠가 보고 싶다며 전화를 해 달라고 하고서는, 막상 통화할 때는 집중을 안 했다. 할아버지에게 전화가 오니까 미련 없이 전화를 끊기도 했다. 아내는 서윤이가 쉬지 않고 가지고 오는 책을 읽어주는 게 벅차다며, 그때 나의 빈자리를 실감했다고 했다. 오후에는, 잘 지내냐는 나의 물음에


“네. 아이들이 잘 먹고 잘 싸네요. 응가 냄새로 울렁이는 속을 진정시키고 있어요”


라고 대답했다. 잘 먹고 잘 싸는 건 정말 복 중에 복이지만, 복을 취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특히 아내처럼 비위가 약한 사람에게는. 어떤 날은 똥의 ㄸ 만 나와도 우엑우엑 한다.


시윤이는 너무 피곤해서 전반적인 ‘상태’가 양호하지 못하다고 했다. 여기서 상태란,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말하는 거다. 피곤해서 정신을 못 차린다고 했다.


“내일은 시윤이 깨우지 말아야겠다”


내일은 처치홈스쿨에도 가야 하는 아내의 선언이었지만, 그게 우리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안 깨운다고 해도 방에 사람이 없다는 걸 찰떡같이 알아채고는 스스로 깨서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


퇴근해서 집에 도착했을 무렵에, 비염 증세가 가장 심했다. 졸린 것처럼 눈이 막 감기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가 평소보다 두세 걸음은 더 나와서 나를 반겼다. 서윤이는 내가 소파에 앉자마자 책을 가지고 왔다.


“아, 서윤아. 이제 엄마가 밥 먹어야 된대”


라는 핑계로 서윤이의 책을 돌려보냈다. 서윤이는 밥을 먹고 나서 소윤이와 시윤이가 씻는 동안에도 책을 가지고 왔다.


“서윤아. 아빠가 너무 힘들어. 미안”


서윤이는 입을 삐죽 내밀고 아쉬운 표정을 하기는 했지만 울고 그러지는 않았다. 아내가 아이들을 씻기는 동안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이들이 찾아오는 걸 받아 주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응대하지는 못했다.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방에 들어가고 나서 거실에 나오니 서윤이가 가지고 왔던 책 몇 권이 보였다. 괜히 미안했다. 그 책 몇 권도 못 읽어 주다니. 오늘은 정말 읽어 주기가 힘들긴 했지만. 비염 증세는 땀을 좀 흘리고 샤워를 했더니 조금 나아졌다. 막 거실로 나왔을 때만 해도 ‘오늘은 설거지 못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씻고 나왔더니 ‘할 수 있겠다’로 바뀌었다. 요즘 잘나가는 LG 야구를 보며 기분 좋게 설거지를 했다. 아내는 설거지를 거의 마쳤을 때쯤 방에서 나왔다.


요즘은 서윤이가 10시쯤에 꼭 깨서 나온다. 보통 12시에 깨던 녀석이 2시간이나 앞당겼다. 다른 말로 하자면, 아내가 재우고 나온 지 1시간 남짓 지났을 때 깨서 나온다는 거다. 아내와 나의 입에서


“와, 너무 하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오늘도 부질없이


“서윤아. 아빠랑 들어가서 잘까”


라고 얘기해 봤지만 돌아오는 건 거친 울음뿐이었다. 아내가 처치홈스쿨 준비를 하고 있길래 일단 내가 안아서 달랬다. 그나마 안기기라도 해서 다행이었다. 잠깐 안겨 있다가 내려가겠다고 해서 바닥에 눕혔는데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처럼 보였다. 아니, 거의 잠들었다.


“서윤아. 아빠랑 방에 들어갈까?”

“……네에”


잠에 취해서 대답했다. 서윤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 봤는데 정말 엄마를 찾지 않고 자는 자세를 잡았다. 눈을 못 뜨길래 거의 바로 나왔는데, 곧장 울음소리가 들렸다. 다시 방에 들어가서 서윤이 옆에 누웠다. 금방 잠이 든 것 같기는 했는데 섣부르게 움직였다가 또 깰까 봐 한참 누워 있었다.


분리 수면 교육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가도, 이렇게 부대끼며 자는 삶의 매력을 생각하면 잘했다 싶기도 하고 그렇다. 외롭게 편히 자는 것보다 불편해도 북적대며 자는 게 좋으니까 여태 이렇게 산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중간에 깨는 건 좀 멈춰 줬으면 좋겠네. 서윤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