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왜 안 깨웠어여

22.04.15(금)

by 어깨아빠


오늘은 출근 준비를 다 하고 아내를 깨웠다. 아내는 잠깐 눈을 뜨고 얘기했다.


“어우, 피곤하다. 세 시에도 깼어”

“왜?”

“아, 시윤이가 오줌 싸서”

“아, 그랬구나. 여보가 소윤이 깨워서 나와”


아내는 나오지 못했다. 다시 잠든 것 같았다. 소윤이를 깨울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그냥 안 깨웠다. 깨울 걸 그랬다. 나 혼자 새벽 예배를 드리고 출근을 했는데 그때까지도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차를 타고 가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왜 안 깨웠어?”

“깨웠잖아”

“아니. 나 말고 소윤이”

“아, 소윤이?”

“어. 소윤이 지금 울어”

“아, 진짜? 못 일어나서?”

“어”


월요일부터 4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어나서 함께 예배를 드렸는데 오늘 못 일어난 게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무슨 심정인지 잘 이해가 됐다. 약간 미안했다. 소윤이 피곤할까 봐, 아내도 피곤할까 봐 안 깨웠는데 내가 너무 소윤이의 심정을 안 헤아렸나 싶었다. 매일 자기 전에 꼭 깨우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 의지가 있어도 아직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윤이의 선택을 박탈한 것 같아서 미안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오랜만에 처치홈스쿨에 갔다. 격리가 끝나고 처음 가는 거였다. 아내의 아침이 얼마나 분주하고 바쁠지는 보나 마나 뻔했다. 바쁘다는 건 ‘짜증’이나 ‘분노’를 유발할 가능성이 많아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요즘은 서윤이가 뭔가 하나씩 해야 할 때마다 순순히 따르지 않는다. 기저귀를 갈자고 하면 도망가고, 기저귀 채우고 옷 입히려고 하면 도망가고. 서윤이에게 악의는 없다. 그야말로 장난이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바쁠 때는 그걸 받아줄 여유가 안 생긴다. 육아인의 하루에 ‘바쁘지 않은’ 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오후에는 야외 활동도 있다고 했다. 야외 활동을 하러 가기 전에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안부 확인용 전화였다. 아직 한창 열을 올리는 중이라 그런지 아내의 목소리가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퇴근하고 있을 때 전화가 또 왔다. 이때의 목소리가 정말 지쳐 보였다. 역시, 뭔가를 끝냈을 때 피곤함과 고단함이 진하게 몰려오나 보다.


“여보. 오는 중?”

“어. 가고 있어”

“난 아까 집에 와서 애들 다 씻겼어”

“아, 진짜? 샤워?”

“어. 조금 전에 저녁도 다 먹였고”

“아 저녁도 다 먹였어?”

“어. 여보 우리는 라면 먹을까?”

“그래”


자녀들과 함께 저녁을 먹지 못하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보니, 모든 걸 끝내고 ‘자기만 하면 되는 상태’인 아이들을 향한 반가움이 더 컸다. 그래서였을까, 어제와는 다르게 서윤이에게 책을 읽어 줄 힘이 났다.


자녀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무척 짧았다. 그래도 시윤이, 서윤이하고는 평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서윤이는 가장 많이 내 품을 파고들기도 했고 나도 서윤이를 많이 안아줬고. 시윤이도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내 품과 주변을 넘나들었고. 소윤이하고만 별로 이야기를 못 나눴다. 소윤이는 책을 읽었다. 아무래도 요즘 소윤이와는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때가 많은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아내가 아이들을 재우는 동안 거실에 마음대로 널브러진 책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했다. 아내는 다른 날과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다시 거실에 등장했다. 라면을 먹으며 시작한 수다가 한참 동안 이어졌다. 아내는 라면을 다 먹고, 배달 마감 직전에 커피도 시켰다. 아내와 나는 배달된 커피를 들고 소파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아내와 함께 보내는 밤이 유독 여유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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