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21(목)
오늘도 온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자녀들이 차례대로 일어났고 그 소란에 아내도 눈을 떴다. 처치홈스쿨에 가야 하는 날이고 준비할 것도 많으니, 어차피 일찍 일어나야 했지만 그래도 내 의지로 일어나는 것과 남의 의지로 일어나는 건 엄연히 다르다.
아내는 오늘도 시간을 꽉 채워서 처치홈스쿨 일정을 소화했다. 나보다 한 시간 정도 먼저 집에 도착했다. 원래 더 일찍 오는 날인데 남아서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하느라 늦어졌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덕분에 집에 늦게 왔다면서 좋아했다. 집이 편하긴 해도 밖에서 노는 게 아직은 너무 좋은가 보다.
저녁 반찬은 고등어구이였다. 왠지 삼치보다 가시 바르는 게 조금 더 까다로운 느낌이다. 서윤이는 생선의 종류와 상관없이, 밥그릇에 놓아주기가 무섭게 먹고는 빨리 더 달라고 성화였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지만 좋아했어도 조기나 굴비 같은 건 안 구워 먹었을 거다. 그나마 삼치나 고등어가 가시도 큼직하니 발라 주기가 좋다.
소윤이는 오늘도 피곤해 보였다. 아내 말로는 처치홈스쿨에 다녀온 날은 확실히 더 피곤해 한다고 했다. 오히려 시윤이는 멀쩡해 보였다. 요즘은 유독 소윤이가 더 피곤해 할 때가 많다. 기본 체력이 시윤이가 더 나은가 싶기도 하다. 소윤이가 너무 잠이 부족한가 싶기도 하고. 체력 부족이든 수면 부족이든 나나 아내가 해결해 주기는 어려운 문제다. 지친 자녀들 만큼이나 아내도 힘들어 보였다.
저녁 먹고 소파에 앉아서 아이들과 수다를 조금 떨었다. 아주 잠깐. 그러고 나서 아이들을 씻기려고 시윤이부터 화장실로 데리고 갔는데 뭔가 힘겨웠다. 나도 많이 피곤한 상태였나 보다. 아이들을 씻기는 것보다는 설거지를 하고 싶었다.
“여보. 여보가 애들 씻길래? 내가 설거지 할 게”
아내가 아이들을 차례대로 불러서 씻겼고, 난 싱크대에서 그릇을 씻었다. 뭔가 피곤이 지배하는 밤이었다. 이것 때문에 자녀들에게 까닭 없이 짜증이나 화를 내지 않기 위해서 조심했다.
퇴근하기 직전에 당근마켓에서 거래 하나를 예약했다. 거래는 아니었고 나눔을 받기로 했다. 성인용 인라인스케이트였다. 소윤이가 인라인스케이트를 탈 때 나도 옆에서 같이 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적당한 가격의 중고를 사려고 했는데, 마침 나눔을 하는 사람이 나타난 거다. 빛과 같은 속도로 채팅을 걸어서 나눔을 예약했다. 아내가 아이들을 재우러 들어가자마자 집에서 나왔다. 무척 귀찮았지만 나중에 소윤이와 나란히 인라인스케이트 타는 상상을 하며 힘을 냈다.
한 시간 정도 뒤에 돌아왔는데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재우러 들어갔다가 그대로 잠든 듯했다. 일기를 쓰면서 기다렸는데 보통 깨서 나오는 시간이 지나고도 소식이 없었다. 내일도 처치홈스쿨에 가는 날이라 준비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이유는 제쳐두고라도, 그대로 잠들어서 내일 아침을 맞이하면 아내가 너무 슬플 것 같았다. 방 안에 있는 아내에게 두어 번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아주 깊이 잠든 듯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깨우는 ‘간단해 보이는’ 방법도 있었지만, 위험성이 컸다. 그러다 괜히 서윤이가 깨면 낭패였다. 쫄보처럼 들어가지 못하고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다.
아내는 자러 들어가야 할 시간이 다 돼서 나왔다. 아내는 그제야 내일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아내는 원래 야행성 인간이 아닌데 자녀들 덕분에 강제로 야행성 인간의 삶을 살고 있다. 아, 아니다. 야행성 인간이면서 새벽형 인간의 삶을 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