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다 하는 홈스쿨

22.05.04(수)

by 어깨아빠

며칠 전부터 차(주로 아내와 아이들이 타는)에서 끅끅 소리가 났다. 핸들을 돌릴 때 심하게 났다. 당장 운행이 안 되는 건 아니니 ‘아 또 고쳐야겠네’ 생각만 하고 고치러 가지는 않았는데, 내일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한다는 게 생각이 났다. 사실 이것도 아내가 먼저 깨닫고 얘기를 꺼냈다. 난 출근을 해야 하니 아내가 정비소에 가야 했다. 아내 혼자 차만 가지고 가는 거면 문제가 될 게 없지만, 아내에게는 언제나 세 자녀가 함께 한다. 게다가 오늘은 점심 무렵에 미용실도 예약을 해서 상황이 단순하지 않았다.


어제 자기 전에 아내와 이런저런 방법과 동선을 의논한 끝에 이렇게 하기로 했다. 일단 아내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들 아침을 먹여서 바로 정비소에 간다. 정비가 금방 끝날지 오래 걸릴지 모르니까 일단 가서 검사를 받는다. 정비가 금방 끝난다고 하면 아이들과 함께 동네 산책을 하든 놀이터를 하든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오래 걸린다고 하면 지하철을 타고 미용실에 가고. 처가댁 근처에 있는 미용실이라 지하철로 30분 정도를 가야 했다. 당연히 정비가 금방 끝나길 바랐다. 정비하는 동안 아이들 데리고 방황하며 기다리는 것도 힘들지만, 차 없이 이동하는 게 더 힘들 것 같았다.


사실 그 이른 시간에 부지런히 아이들 챙겨서 나오는 것부터 만만하지 않은 일이긴 했다. 더군다나 처치홈스쿨 안 가서 아침에 조금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날에.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어”


아내에게서 종종 의연함을 느낀다.


다행히 정비는 금방 끝난다고 했다. 아내는 동네 산책도 하고 잠시 카페에도 들렀다고 했다. 아내가 보낸 사진으로만 보면 엄청 행복하게만 보였는데 실제로도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늘 행복한 건 맞지만, 늘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니까. 어쨌든 덕분에 아내와 아이들은 무사히 수리를 마친 차를 타고 편안하게 미용실로 갔다.


거기서도 난관은 있었다. 손질하고 말고 할 머리가 없는 서윤이는 빼고, 소윤이와 시윤이 모두 머리를 하기로 했다. 오늘은 아내까지. 일단 소윤이와 시윤이부터 펌을 할 생각이었다. 서윤이는 아내가 보면 되는 건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펌을 끝내고 나면 아내가 머리를 해야 하는데 서윤이를 보면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장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나중에 아내에게 들어 보니 미용실로 가는 길에 서윤이가 잠들었고, 소윤이와 시윤이가 머리를 하는 동안 꽤 오래 잤다고 했다. 그 사이 장모님이 오셨고 장모님은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와 함께 버스를 타고 먼저 집으로 가셨다. 아내는 세 자녀를 모두 떠나보내고 홀가분하고 편안한 몸과 마음으로 머리를 했다.


“여보. 오늘 괜찮았어?”

“어 괜찮았어”

“아, 오히려 밖에 있어서 애들하고 씨름할 시간이 없어서 덜 힘들었나?”

“맞아. 그렇기도 하지”


바쁘게 보내는 하루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아내는 간 김에 저녁도 먹고 온다고 했다. 사실 내가 축구하러 가는 날이라 서둘러서 올 이유는 없었다. 축구를 마치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어, 여보. 잤어?”

“어. 여보가 전화해서 깼네”

“아, 집에 몇 시에 왔어?”

“한 아홉 시쯤?”

“아 늦게 왔구나”


내가 전화했을 때가 10시였으니까 한 시간 정도 자고 나온 거다. 어제 나도 강력하게 경험했지만, 또 다른 나의 자아와 싸워서 이겨야 탈출할 수 있는 어려운 방이다.


낮에 아내가 사진을 보내긴 했지만, 그걸로는 성에 안 찬다. 아이들이 보고 싶다. 깔끔하게 머리를 손질한 것도 직접 보고 싶고. 손질할 머리는 없지만 동글동글 만지는 맛이 있는 서윤이도 보고 싶고.


아내도 정말 오랜만에 머리를 했다.


“오, 예쁘네. 잘 어울리네”


그래, 진짜 예쁘면 이런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다.


“시원해 보여. 진짜 시원하겠다”


이런 반응이 아니라. 새삼 확신했다. 어제 내 머리를 본 아내의 반응이 어떤 의미였는지. 괜찮다. 내 머리는 내가 만족하면 그만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