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04(금)
아침부터 시윤이가 심상치 않았다. 보통 아침에 눈 뜨고 나자마자는 기분이 좋은데, 오늘은 아니었다. 아침부터 칭얼거리고 아내한테만 붙어 있으려고 했다. 한 번씩 웃음 코드를 건드려 주면 웃기도 했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금세 엄마를 찾으며 울상을 지었다.
소윤이는 아침부터 책을 잔뜩 골라와서 읽어 달라고 했다. 요즘 책을 많이 못 읽어준 것 같아서, 빠듯한 시간을 쪼개 골라온 책을 성심 성의껏 모두 읽어줬다.
틈틈이 아내에게 연락을 하며 상황을 파악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시윤이가 내내 징징이였다. 아내는 쉴 틈은 고사하고 여러 일 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뭐만 하면 시윤이가 달라붙어서 울고, 뭐만 하면 안아 달라고 생떼이니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오죽하면 애들 점심으로 (내) 동생이 다낭 여행 다녀오며 사다 준 인스턴트 쌀국수를 끓여줬을까. 나중에 들어보니 집은 난장판에 설거지는 잔뜩이고, 밥솥도 마찬가지에 밥은 없고. 시윤이는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안 하고. 도저히 밥 할 엄두가 나지 않아 고민하다가 그게 생각났다고 했다. 맛이 없지는 않았지만 굳이 또 끓여 주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말이 쌀국수지 쌀국수 맛 라면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퇴근해서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아내는 장도 보고 바람도 쐴 겸, 애들을 데리고 잠깐 한살림에 왔다고 했다. 만나서 같이 들어갈까 했는데 아내가 그냥 집에 들어가라고 해서 먼저 들어왔다. 밥이 있나 봤더니 밥솥에 쌀만 씻어 놓은 상태였다. 밥솥을 가스레인지 위에 올리고 불을 올린 지 2분 정도 지났을까,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어디야?"
"나 집이지"
"좀 전에 들어왔어?"
"어. 그렇지"
"그럼 1층으로 좀 나와줄래?"
"왜?"
"시윤이가 너무 울어서"
시윤이가 악을 쓰며 우는 소리가 아내의 목소리를 타고 흘렀다. 얼른 1층으로 내려갔는데 아내와 애들이 없길래, 한살림에서 우리 집으로 오는 동선을 따라 걸어갔다. 저 멀리 아내와 애들이 보였다. 시윤이는 아내에게 안겨 있었고 아내의 나머지 한 손은 유모차를 밀고 있었다. 소윤이는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있었고. 고작 집 앞에 잠깐 나가는 건데도 이렇다. 이게 애 둘 전업맘의 고달픈 일상이지.
시윤이는 한살림에 갔을 때까지는 참았는데, 잠깐 만두가게에 들렀을 때도 자기를 내려주는 주지 않아 폭발한 것 같다고 했다. 그 뒤로는 유모차에서 내려 달라며 포악한 면모를 아낌없이 드러냈다.
집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내에게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건 물론이고 툭하면 울었다. 아내는 정신적으로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하루 종일, 사사건건 짜증과 울음으로 일관하는 시윤이를 상대하며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어떻게든 울음을 좀 그치고 웃게 만드려고 시윤이가 좋아하는 장난과 행위(?)를 적극 동원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모든 걸 자기 울음의 소재로 삼았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어디가 좀 아픈 건지, 아니면 그냥 점점 독기를 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버거운 하루였다. 아내에게.
그에 반해 소윤이는 아내를 전혀 흔들지 않았다. 오히려 시윤이한테 양보도 많이 하고 참기도 많이 하고 그랬다. 한참 적대심을 품던 시기가 지나니, 조금씩 수용의 폭도 커지고 '싫지만 누나니까' 하는 일도 더러 생겼다. 물론 여전히 경쟁하고 의식하는 건 당연하지만.
교회에 가려고 나오는 그 순간까지도, 시윤이는 아내에게 안겨 있었고 건수만 생기면 짜증과 울음을 터뜨렸다. 요즘은 아내에게 손찌검을 시도하거나 앞에 있는 물건을 던지거나 엎는 폭력(?) 행위도 보이곤 한다. 고심하고 있다. 이걸 어떻게 잡아야 할지. 소윤이는 폭력 행위가 거의 없었던 편이라 이런 고민을 딱히 하지 않았었다. 조금 커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소윤이는 오히려 입술을 주목하고 있다. 워낙 말을 잘하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말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들어서 그런가 생각이 크고, 머리가 커진 요즘은 건방지고 교만한 모습이 나올 때가 많다. 나쁜 의미로, 애가 애답지 못한 모습이 보일 때,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내가 떠나고 어땠냐고 안부를 물으니 의외로 애들 재우는 건 그리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아내는 하루 종일 시윤이의 울음과 짜증으로 입은 내상이 쉽게 치유되지 않는 듯 보였다. 아내의 3대 명약인 웹툰, 카톡, 웹서핑으로 많이 치유하긴 했다.
오늘 하루의 만행을 뉘우치기라도 하는 듯, 우리가 자러 들어갈 때까지 한 번도 깨지 않았다. 이것 또한 요즘의 흐름에 비춰 보면 드문 일이었다. 덕분에 밤 시간에는 아내랑 방해받지 않는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시윤아, 병 주고 약 주니.
그래도 고맙구나. 병 주고 또 병 주는 것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