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05(토)
부지런히 깨워대는 아이들의 방해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버텨서 9시까지 누워 있었다. 애들은 밥 차려주고 아내는 토스트 먹는다길래 식빵 구우려고 폼 잡았더니, 소윤이랑 시윤이 모두 자기도 달라며 난리였다. 애들한테도 한 장씩 구워주긴 했는데 시윤이는 잘 안 먹었다. 소윤이, 시윤이 둘 다, 별로 안 먹고 싶은 것도 누나나 동생이 먹는다고 하면 괜한 경쟁심리에 먹겠다고 하는 게 많아졌다.
어제, 오늘은 뭘 할지 아내랑 얘기를 나누는데 아내가 스타필드를 제안했다. 지난번에 언젠가 아내가 문득 이런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스타필드가 애들한테는 그렇게 좋을 것 같지 않더라"
"왜?"
"그냥. 뭔가 거기 가면 애들도 정신없고, 막 돈 쓰게 만드는 그런 게 있잖아"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뭘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딘가 실내에 머물고 싶은데 그나마 아이들이 좀 시끄럽게 뛰어도 괜찮은 곳이라 가는 거였다. 어른인 나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 내는 시끄러운 소음, 거기에 얹히는 음악소리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아내의 얘기를 들은 뒤부터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것에 대해, 왠지 모를 거부감과 경계심이 생겼다.
어제 아내가 스타필드 얘기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집에만 있기에는 답답해서 어딘가 나가고 싶은데 날씨는 춥고. 마땅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다가 문득 아이러브맘카페가 떠올랐다.
"여보. 아이럽맘 카페는 주말에 안 해?"
"주말에도 하지"
"그럼 거기 갈까?"
"아. 그럴까? 자리 있나 볼까?"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키즈카페라고 해야 하나. 장난감 대여도 해주고, 놀 수도 있는 그런 곳이다. 각 지역별로 은근히 많다. 키즈카페는 무료인 데다가 관리도 훨씬 더 깨끗하게 하고, 인원 제한도 있다. 아내 말로는 비치된 장난감이나 교구도 고급 브랜드라고 한다.
토요일인데도 자리가 있었다. 1시-3시에 예약을 했다. 시윤이가 차에 타면 잘 시간이라 미리 시윤이한테 미안해하고 있었는데, 시윤이는 잠들지 않았다. 덕분에 시윤이도 즐겁게 놀 수 있었다. 늘 그렇듯, 소윤이는 함께 온 친구가 없어서 그런지 영 시큰둥하다가 서서히 흥을 끌어올렸고, 시윤이는 내려놓자마자 자기 집 마냥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잘 놀았다.
소윤이는 처음에는 유모차에 인형 눕혀 놓고서 누가 가져갈까 봐 지키느라 제대로 놀지도 못했다.
"소윤아. 그거 아빠가 맡아줄 테니까 하고 싶은 거 하고 놀아"
"알았다여"
나한테 유모차를 맡기고 나서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유모차를 지키고 있는데 어느 여자 아이 한 명이 와서 유모차를 탐냈다. 그 아이 엄마도 소윤이와 나의 대화를 들었는지 그건 다른 언니 꺼라며 딸의 손을 잡아채려고 했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괜찮아. 가지고 가"
"아. 그래도 돼요?"
"네. 괜찮아요"
사실 모두 함께 이용하는 곳에서 '내 것'은 있을 수 없고, 아이들의 세계에 어른이 개입해 대신 맡아주는 행위는 상도에 어긋난 짓이다. 잠시 후 소윤이는 유모차가 사라진 걸 알아차리고는 내게 물었다.
"아빠. 유모차는여?"
"어. 다른 동생이 가지고 갔어"
"왜여? 아빠가 지킨다고 했잖아여"
"아. 그런데 여기는 모두 함께 이용하는 곳인데, 소윤이가 다른 걸 하면서 그것까지 가지고 있을 수는 없어. 소윤이가 안 가지고 놀 때는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맞아"
받아들인 건지, 아니면 노느라 정신이 없었던 건지. 아무튼 소윤이는 크게 개의치 않고 다시 자기 놀던 곳으로 갔다. 물론 잠시 후 빈 유모차를 다시 찾아서 또 내 앞에 맡겨 놓았지만. 두 시간 동안 신나게 놀았다.
시윤이는 차에 타자마자 잠들었다. 어쩌다 보니 애들 점심을 거르게 되어서 간단하게라도 먹이려고, 김밥 두 줄을 샀다. 부모교육하는 교회까지 워낙 가까워서 시윤이는 여전히 취침 중이었다. 아내가 좀 더 재운다길래, 나랑 소윤이만 먼저 들어갔다. 더 있다 온다던 아내도 금방 따라 들어왔다. 밤 시간이 두려워서 그랬을까.
소윤이랑 시윤이는 배가 고팠는지 김밥을 허겁지겁 먹었다. 원래 아내랑 나도 몇 개 집어 먹으면서 요기를 좀 하려고 했는데,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소윤이한테는 오기 전에 미리 얘기해 뒀다. 지난주처럼 욕심쟁이 같이 굴지 말고,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다른 집사님, 어른들 말도 잘 들어야 한다고. 효과가 좀 있었는지 지난주보다는 좀 나은 모습이긴 했다. 여전히 자기보다 두 살이나 많은 언니한테 이래라저래라 고집을 부리려고 하는 건 있었다. 조만간 한 번 얘기를 해줘야겠다.
부모교육 마치고 바로 가려고 했는데, 떡국을 대접하신다는 부목사님 얘기에 소윤이가 자꾸 먹고 가자고 떼를 썼다. 어쩔 수 없이 또 눌러앉았다. 김밥도 많이 먹고 중간에 간식도 많이 먹어서 별로 안 먹을 줄 알았는데, 언니랑 경쟁심리가 발동했는지 언니 따라서 많이 먹었다. 시윤이는 거의 입에도 안 댔고.
시윤이는 확실히 차에 약한지, 또 타자 마자 잠들었다. 소윤이도 영 졸린 눈치길래, 오랜만에 차에서 재우기를 시도할까 싶어서 조금 돌았다.
"아빠. 왜 이 쪽으로 가여?"
"어. 내비게이션이 이 쪽으로 알려 주네"
"아빠. 집 거의 다 왔는데 왜 이 쪽으로 가냐구여"
하아. 나보다 길눈 밝은 소윤이 때문에 이제 거짓말도 함부로 못하는구나. 안 잘 것 같길래 그냥 포기하고 집에 빠르게 복귀하기로 했다. 그러다 괜히 시윤이까지 푹 자고 깨면, 그건 정말 최악의 전개니까.
마음을 비워야 일이 이뤄진다고 했던가. 소윤이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왠지 소윤이는 다 알았을 것 같다. 아빠가 왜 집 앞에서 핸들을 꺾었는지.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겠지. 아직 네 살, 아니 다섯 살 꼬맹이니까 아무것도 모르겠지?
무섭게도(?) 카시트에서 빼낼 때, 둘 다 깼다. 여전히 비몽사몽인 상태라 금방 다시 잘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무섭다.
애들을 데리고 들어간 아내도 피곤했는지, 그새 잠들었다. 들어가서 깨웠다. 그냥 오늘은 왠지 깨워줘야 할 것 같았다. 안 그러면 아내가 너무 허망해할까 봐.
물론 오늘도 엔딩은, 강시윤의 문 열고 등장 및 아내 소환이었지만.
하아. 요즘 일주일에 서너 번은 이 결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