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이가 찾아 준 지갑

22.06.10(금)

by 어깨아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 강지훈씨 핸드폰인가요?”

“네, 그런데요”

“아, 여기 신도지구대인데요. 혹시 지갑 분실하셨나요?”

“지갑이요? 아, 모르고 있기는 했는데. 한 번 볼게요”


최근에 지갑을 꺼냈던 적이 없어서 의아하긴 했지만 일단 확인을 했다.


“아, 제 지갑은 저한테 있는데요”

“아 그러세요? 그럼 혹시 이가영씨와 어떤 관계세요?”

“아, 제가 남편이에요"

“아. 그러시구나. 어떤 분이 지갑을 주웠다고 갖다주셨는데요. 강지훈 씨 신분증이 있어서 전화드렸어요”

“아 그럼 맞나 봐요. 아내가 지급을 잃어버렸나 봐요. 제 신분증도 하나 가지고 있거든요”

“그럼 혹시 이거 언제 찾으러 오실 수 있나요?”

“오늘 저녁 일곱 시쯤 찾으러 가도 되나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오세요”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처치홈스쿨을 하는 중이라 받지 않았다. 여러 번 전화를 했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 아내가 도대체 왜 벨소리로 하지 않고 진동으로 해 놓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진동으로 해 놓는 이유가 있는지 물어봤는데 딱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급하거나 중요한 순간에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순간적으로 짜증이 날 때도 있다. 물론 생사를 가를 정도로 급하고 중요한 일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그래도 그 순간에는 급하고 중요하다. 몇 번이나 벨소리로 하는 게 어떠냐고 얘기를 했는데도 이런 식이라는 생각이 들면 더더욱 짜증이 난다.


‘오늘은 처치홈스쿨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거야. 진동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지’


라고 생각하며 아내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시간이 좀 흐르고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안 그래도 아침에 나가는 길에 지갑이 없어서 당황했는데 일단 출발은 해야 하니 찜찜한 마음으로 갔다고 했다. 처치홈스쿨 끝나면 몽땅 분실신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마 어제 근처에서 뭘 사다가 가방에 넣었던 게 빠진 것 같다고 했다. 아무튼 아내가 처치홈스쿨을 마치고 찾으러 간다고 했다.


“여보. 대박”

“왜?”

“지갑 주워준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거든?”

“어”

“근데 걔 이름도 강서윤이더라”

“진짜?”

“어. 처음에 보고 이게 뭐지 했다니까”

“그러게. 진짜 별일이 다 있네”


아내는 ‘강서윤’ 어린이의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 했다. 통화를 끊고 나서는 약소한 선물도 보내고. ‘강서윤’ 어린이에게 답장도 받았고, 그 어머니와도 몇 마디 더 나눴다고 했다. 본인도 아이가 셋인데 아내의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옛날 생각도 나고 얼마나 힘드실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하셨다. 마치 해병대 전우회처럼. 아이 셋을 둔 부모들끼리 공감하고 이해하는 영역이 있는 것 같다. 이게 무슨 벼슬인 듯 우쭐대자는 것도 아니고 하나나 둘이 힘들지 않다는 건 더더욱 아니다. 다만 ‘다자녀’로 묶이는 영역에 발을 담근 이들끼리의 어떤 폭넓은 공감대랄까.


저녁은 김, 밥이었다. 마른 김에 밥을 넣고 참치와 김치 정도만 넣은 초간단 김, 밥. 아내와 내가 배불리 먹을 만한 양은 아니었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김, 밥을 주고 나서 이렇게 얘기했다.


“여보. 우리는 뭐 먹은 거 같지도 않네. 이따 야식이라도 먹든가 해야겠다”


일단 난 교회에 가야 했다.


“얘들아. 엄마 말씀 잘 듣고 기분 좋게 자. 내일 주말이니까 아빠랑 재밌게 놀자?”


예배를 마치고 아내에게 전화를 할 생각을 못하고 바로 왔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아내는 안 자고 있었다. 아내는 내가 전화를 할 줄 알았다면서, 그럼 뭐라도 사 오라고 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아내는 생각보다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야식은 먹고 싶다고 했다. 난 배도 고프고 야식도 고팠다. 결국 마감 시간을 30분 정도 남겨 놓은 가게에 전화를 했다. 오랜만에 해물파전이었다.


아내는 오늘도 어제처럼 노력하는 게 느껴졌다. 파전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역시 아내와 수다 떠는 게 제일 재밌다. 그렇다고 맨날 의미 없는 수다만 떠는 것도 아니다. 아내와 대화를 나눠야 불안이 해소될 때도 많다. 재미도 있는데 유익하기까지 하다.


매일매일 금요일 밤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