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11(토)
오늘의 가장 큰 할 일은 ‘루미큐브’였다. 소윤이가 지난 주말부터 하고 싶어 했는데 평일에는 도저히 루미큐브를 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나도 소윤이도 주말만 기다렸다. 소윤이는 아침을 먹으면서
“아빠. 우리 오늘 뭐 할 일 있어여?”
라고 물었다.
“없지. 왜? 루미큐브 하자고?”
“히히”
아침 먹고 예배드리고 나서 드디어 루미큐브를 시작했다. 시윤이는 아직 루미큐브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의 아바타가 되어서 참여했다. 서윤이도 거의 방해를 하지 않았다. 한 번씩 자기도 하겠다면서 손을 뻗긴 했지만 제지 당해도 속상해하지는 않았다. 아내가 오븐으로 구워 놓은 감자도 크게 한몫했다. 점심 대신 먹었는데 서윤이가 엄청 잘 먹었다. 감자 먹느라 정신이 팔려서 루미큐브가 눈에 안 들어왔던 것 같다.
오전의 과업이 루미큐브였다면, 오후의 과업은 ‘에그타르트 먹으러 가기’였다. 이미 어제 정한 일이었다. 아내가 먹고 싶기도 했겠지만, 사실 시윤이를 먹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어렸을 때부터 에그타르트를 엄청 복스럽게 잘 먹었다. 아들 바보도 아니고 맨날 시윤이 때문에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면서 그 입에 에그타르트 넣어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란. 잘 해라, 강시윤.
마침 서윤이도 아직 낮잠을 안 잤다. 가는 동안 잠들고 카페에서는 나머지 넷이 시간을 좀 보낼 수 있게 되면, 그게 가장 바라는 전개였다. 서윤이는 이런 우리의 마음을 알았는지 차에 타자마자 잠들지도 않고 조금 떠들다가 적당한 시간에 눈을 감았다.
처음 이 가게를 발견(?)했을 때보다는 가격이 많이 올라서 그때처럼 풍성하게 사 먹지는 못한다. 아니지. 그때가 과했다는 생각도 든다. 한 사람 앞에 에그타르트 하나씩. 아, 아내와 나는 사이좋게 반으로 나눠 먹었다. 역시나 소윤이와 시윤이는 게 눈 감추는 것보다 1.5배 정도 빠르게 에그타르트를 먹어치웠다. 서윤이는 생각보다 오래 잤다. 서윤이 몫으로도 하나를 남겨 놨다.
용무(에그타르트 먹기)를 마친 아이들은 슬슬 심심해했다. 가까운 곳에 공원이 있으면 자리를 옮길까 생각도 했는데, 공원이 없기도 했고 날씨도 너무 더웠다. 서윤이는
‘이제 일어나도 되는데. 안 일어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참 잤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휴지에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쓰면서 놀았다.
저녁도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시간이 조금 이르긴 했지만 점심을 감자로 대체했기 때문에 일찍 먹어도 괜찮았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후보지를 주고 고르라고 했다. 분식집과 칼국수 가게가 후보였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분식집을 골랐다. 김밥과 우동을 먹겠다고 했다. 아내와 나는 라볶이와 김밥을 먹었다.
내 느낌에는 서윤이가 편식이 가장 심한 편이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어렸을 때도 가리는 게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서윤이는 굳이 골라내는 게 많다. 김밥 먹을 때도 단무지, 오이, 당근은 안 먹는다. 햄과 계란만 먹는다. 가르치고 훈련하면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냥 빼고 준다. 굉장히 까탈스럽게 구는 게 거슬리지만 거슬리지 않는다. 서윤이는 항상 이렇다. 먹기 좋게 가위로 잘라서 열심히 단무지와 오이, 당근을 주워 먹고 남은 계란, 햄, 밥을 숟가락에 올려서 먹여 줬다. 상전을 모시고 있다.
에그타르트 가게가 커피도 맛있게 하는 곳은 아니라서 커피는 참았다. 집에 오는 길에 다른 카페에 들러서 커피를 샀다. 가끔 ‘커피에 한이 맺힌 사람도 아니고’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긴 하지만, 커피를 마시는 그 행위 자체가 어떤 해방이다. 예전에 어떤 유명한 사람이 TV에 나와서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아무튼 TV는 없어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지만, 커피가 없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
카페는 집 근처였다. 차로 한 10분 정도 거리의. 커피를 사서 집으로 오는 길에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보. 어디 가? 드라이브 좀 더 하게?”
“아니. 그냥 산책 좀 하고 들어갈까 싶어서. 애들도 너무 밖에 못 있어서 아쉬울까 봐”
“아. 그래?”
“너무 힘든가?”
“아니. 괜찮아. 좋지”
집 근처의 하천변으로 갔다. 그냥 들어가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 오후의 한복판을 지나고 나니 볕도 좀 덜 뜨거웠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공터(농구대도 있고 배드민턴 네트도 있는)에 들어갔다.
“소윤아, 시윤아. 우리 아무것도 안 가지고 와서 그냥 뛰면서 놀아야 되는데 괜찮아?”
“네. 그래도 좋아여”
소윤이와 시윤이는 나에게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를 하자고 했지만, 오늘은 응하지 못했다. 얼버무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다행히(?) 소윤이와 시윤이는 돌멩이를 주워서 바닥에 땅따먹기(사방 치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나와 아내는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소윤이와 시윤이가 땅따먹기 하는 걸 구경했다. 서윤이도 언니와 오빠를 따라 폴짝폴짝 뛰고 바닥에 엎드리고 그랬다. 예상하지 못했는데, 굉장히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덕분에 한 시간 반이나 있었다.
늦은 시간에 샤워까지 시켜서 재워야 했으니 결코 녹록하지 않은 밤 시간을 맞이했지만 괜찮았다. 평범한 듯 알차고 기분 좋게 보냈으니까. 대신 아내는 오늘도 푹 자고 나왔다. 다른 날에 비해서도 훨씬 늦은 시간에. 왜냐하면 나도 거실에 앉아서 조느라 아내를 늦게 깨웠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