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지만 옥수수빵은 먹고 싶어

19.01.07(월)

by 어깨아빠

하루 종일 코 푸느라 정신이 없었다. 보통은 아침부터 콧물이 줄줄 흐르더라도 비염 약 한 알 먹고 나면, 오후쯤에는 괜찮아지는데 오늘은 전혀 차도가 없었다. 오히려 더 심해지는 느낌이었다.


낮에 장모님과 권사님(장모님의 절친, 현재 내 회사 사장 형의 어머니)이 오셨다. 아침 먹다 말고 징징거리기 시작했다는 시윤이의 소식을 들었지만, 조력자가 두 명이나 왔으니 아내의 수고가 좀 덜하겠다고 생각했다.


아내와 아이들, 장모님, 권사님은 낮에 스타필드에 갔다. (어제 일기에 쓴 [스타필드 유해론]이 무색하군) 자다 일어나서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시윤이 사진을, 오후 3시 넘어서 보냈길래 설마 그때까지 잤냐고 물었는데, 다행히도 그건 아니었다.


아내가 스타필드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의 비염 증세는 폭주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비염으로 시작한 것이 나중에는 몸살기가 도는 게 느껴졌다. 비염도 염증이니까, 염증이 너무 심해져서 몸살처럼 반응이 오나 싶었다.


퇴근했더니 소윤이랑 시윤이는 장모님이 다 씻겨 놓으셨고, 저녁만 먹이면 되는 상태였다. 아내와 장모님, 권사님이 부지런히 집을 떠났고 소윤이, 시윤이를 앉혀 놓고 밥을 먹이기 시작했다. 소윤이의 지지부진하고 뺀질뺀질 거리는 식사 태도에 화가 나는 걸 참지 못하고 소윤이한테 좀 분출했다. 소윤이가 잘못한 것도 있긴 했지만, 점점 몸이 안 좋아져서 뭔가 힘겨운 상태라 유독 그랬던 것 같다.


"아빠. 왜 시윤이한테만 다정하게 말해여?"

"시윤이는 밥 잘 먹었잖아. 봐 봐"

"그래도 나한테만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기분이 안 좋아여"

"그럼 소윤이도 밥을 잘 먹어야지. 아빠랑 약속했는데 안 지켰잖아"


밥 다 먹고, 아내가 스타필드에서 사 온 옥수수빵을 먹기로 했었다. 꾸역꾸역 밥을 다 먹은 소윤이에게 빵을 주고, 난 소파에 앉았다. 소윤이는 식탁 의자에 앉아 있었고.


"자. 얼른 먹어"

"아빠는 왜 거기 앉아여?"

"몰라. 소윤이랑 얘기 안 하고 싶어"


요즘 소윤이가 자주 짓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입을 쌜룩거리더니 빵을 먹기 시작했다. 소윤이는 매우 슬픈 얼굴로 빵을 먹었다. 그래도 먹겠다고 그 조그마한 입으로 오물거리는 게 귀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해서 먼저 말을 걸었다.


"소윤아. 소윤이가 잘못한 건 알지?"

"네"

"뭘 잘못했는데?"

"어. 밥 잘 안 먹고, 감사히 안 먹은 거"

"감사히 먹으려면 어떻게 먹어야 하는데?"

"어. 마음속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 먹는 거여"

"아니. 그러니까 감사히 먹으면, 어떻게 먹냐고"

"어. 어. 계속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기쁘게 먹는 거여"

"소윤이가 기쁘고 감사하게 먹으면, 어떤 태도로 먹어야 되지?"

"어. 딴짓 안 하고, 밥 먹는데 집중하는 거여"

"그래. 다음부터는 꼭 그렇게 먹자?"

"네에"


그러고 났더니 또 금방 기분 좋아져서 깔깔거리며 웃고 그랬다. 애는 애구나. 눈치왕 시윤이는 누나가 혼나거나 분위기가 안 좋으면 혼자 놀거나, 오히려 와서 막 애교 부리고. 아닌가, 눈치가 없는 건가.


다 씻은 상태라, 밥 먹고 나서 양치만 해주고 자러 들어갔다. 소윤이가 고른 책 세 권을 매우 힘겹게 읽어줬다. 졸려서 힘든 게 아니라 그냥 몸이 힘들었다. 다행히 둘 다 금방 잠들었다. 차라리 나도 잠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오늘따라 그러지를 않아서 다시 거실로 나왔다.


확실히 몸이 안 좋아지고 있었다. 전형적인 감기, 몸살 증세였다. 그냥 누워 있고 싶었는데, 밀리면 나중에 힘드니까, 정신력을 발휘해 일기를 썼다. 아내에게는 굳이 말하지 않고 있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얘기하고 먼저 자러 들어갔다.


자기 전에 체온을 쟀을 때는 열도 나고 있었다.


설마, 독감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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