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미귀가와 미취식

22.06.21(화)

by 어깨아빠

저녁에 목장 모임이 있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처치홈스쿨을 하는 날이었고. 목장 모임의 장소는 교회였다. 금요일에 예배 드리러 갈 때처럼 집에 들러서 밥만 먹고 바로 나와야 했다. 집에 들르지 않기로 했다. 아내는 처치홈스쿨에 갔다가 꽤 늦게, 나의 퇴근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시간에 돌아올 텐데, 그 시간에 저녁까지 준비하는 건 너무 바쁘고 벅찬 일이긴 하다.


사실 지난 주에 아내와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눴을 때, 아내가 저녁 준비하는 것에 생각보다 많은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잠깐이라도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나가는 게 나도 좋고 다들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는 걸 깨닫게 됐다. 뒤에 뭔가 일정이 없어도 저녁 준비하는 게 압박이라고 했는데, 정해진 시간 안에 다시 나가야 하는 남편의 일정에 맞추기까지 하는 건 더더욱 보통 일이 아닐 거다.


아내는 괜히 자기 마음이 불편하다면서 햄버거 쿠폰을 보냈다. 그게 아니었으면 편의점에 가서 좋아하는 땅콩크림빵으로 때웠을 텐데, 덕분에 조금 더 나은 저녁 식사를 하게 됐다(그래 봐야 정크푸드인데 과연 편의점 빵보다 나은가 싶기는 하지만). 차에서 후다닥 먹었다. 집에 들르지 않으니 오히려 시간이 좀 남았다. 차에 앉아서 휴대폰을 좀 보다가 시간에 맞춰 교회로 갔다. 아내는 마침 자기처럼 남편 없이 홀로 마지막 육아의 불꽃을 태워야 하는 지인이 있어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고 했다. 동지애는 그 무엇보다 강력한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애들이 엄청 보고 싶었다. 특히 서윤이가 보고 싶었다. 요즘 나와 통화를 하거나 만나기만 하면 ‘아빠 차 타고 싶어여’라고 말을 하고, 나를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낸다. 사무실에서도 눈에 아른거리는 건 당연하고 집에서도 방에서 자고 있는 서윤이가 보고 싶을 때도 많다. 하물며 오늘처럼 아예 못 보는 날에는 말을 해서 무엇할까. 물론 소윤이와 시윤이도 보고 싶었지만 오늘만큼은 서윤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목장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아내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표정에 피곤이 잔뜩 묻어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여유와 평온이 넘쳤다. 어느 햇살이 잘 드는 병동의 병실에서 온화한 표정으로 방문객을 맞는,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와 같은 모습이었달까. 원래 마지막 퇴근의 문턱을 넘고 나면 누구나 성인군자가 되기 마련이다. 그 유효기간이 너무 짧은 게 문제지만.


넉넉했던 저녁 준비 시간도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