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16(토)
소윤이와 시윤이를 파주에 맡기기로 했다. 저녁에 지인 부부와 식사 약속이 있었는데 아이들을 맡기고 만나기로 했다. 맡기는 김에 하루 재우기로 했다. 아내와 나는 우리 집에서 자고. 점심 시간 무렵에 아이들을 장인어른, 장모님께 데려다 줬다. 아내와 나는 가구를 좀 봐야 해서 애들만 데려다 주고 점심은 대충 먹으려고 했는데, 대충 때울 만한 것도 마땅하지가 않았다. 점심은 같이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카페도 가긴 했지만 아내와 나는 앉지는 않고 바로 가지고 나왔다. 이제 할아버지, 할머니의 품에서 헤어질 때는 조금의 아쉬움도 없는 것 같다. 셋 모두.
아이들을 떼어 놓고 자유 부부가 되었지만, 뭐가 그렇게 바쁜지 데이트를 할 시간은 없었다. 이런저런 가구 구경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줄 선물 사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러 버렸다. 오히려 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마지막에는 시간에 쫓겨서 엄청 잰걸음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저녁 약속의 음식은 곱창이었다. 아내는 태어나서 한 번도 안 먹어 본 음식(적어도 아내의 기억에는 없다고 했다)이었다. 고기도 썩 좋아하는 게 아닌 마당에 각종 내장은 말 할 것도 없다. 연애할 때 정말 맛있는 돼지껍데기 집에 데리고 갔는데, 아내는 이런 소회를 밝혔었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닌데 왜 먹는지 모르겠네. 고무 씹는 느낌?”
곱창은 함께 식사하는 지인이 고른 음식이었다.
“여보. 괜찮겠어?”
“어, 먹어 보면 되지 뭐”
그러면서도 아내는 ‘음식을 향한 기대가 이렇게 없을 수도 있구나’라는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모듬 곱창’을 주문했다. 곱창을 비롯한 다양한 내장 부위가 나왔다. 아내는 곱창 한 점을 먹고 나서
“오, 괜찮네. 냄새도 안 나고”
라며 긍정적인 평가이자 소감을 밝혔다. 전형적인 ‘분위기 협조용’ 소감이었다. 나는 알 수 있다. 아내의 젓가락질을 집중해서 관찰하지는 않았지만 대충 봐도 겉돌았다. 중앙 불판의 맛있는 음식은 건드리지 않고 들러리로 나온 양파나 야채를 많이 먹는 듯했다. 아, 음료수도 많이 먹었다. 느끼하지도 않았을 텐데. 그나마 마지막에 볶음밥이 있어서 배를 좀 채우긴 했을 거다.
“여보. 얼마나 먹었어?”
“나? 한 서너 점?”
“아, 진짜? 그것밖에 안 먹었구나”
“어, 근데 진짜 맛은 괜찮았어”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거짓말과 맥을 같이 하는 얘기라고 보면 된다. 서너 점 밖에 안 먹었지만 맛은 괜찮았다니. 하긴. 맛은 괜찮았지만 내 입에 안 맞았을 뿐이야는 말이 될지도 모르지. 다 먹고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한참 동안 수다를 떨었다. 아주 늦은 시간까지. 깊은 밤이 되어서야 헤어졌다.
“여보. 그러고 보니까 애들한테 연락도 없었네?”
“그러게”
“무소식이 희소식이긴 하지”
아내와 나도 아이들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는데,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아이들이 없으니 참 가볍고 홀가분 하기는 했지만, 역시나 무척 어색했다.
지인과의 만남이 혹시라도 조금 일찍 끝나게 되면 아내와 영화라도 볼까 싶었는데, 예상한 대로 만남이 늦게까지 이어져서 포기했다. 안 가길 잘 했다. 집에 돌아와서 나와 대화를 나누던 아내는 급격한 속도로 눈꺼풀의 무게가 증가했다. 아이들이 없는 절호의 밤을 너무 허무하게 보내는 것 같아서 아쉬웠지만, 우리에겐 아이들만 없는 게 아니었다.
체력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