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금요일

19.01.11(금)

by 어깨아빠

새벽에 자꾸 소윤이가 깨서, 그것도 바로 자지 않고 자꾸 뭔가를 요구하거나 시간을 끌어서 잠을 설쳤다. 요새 이런 날이 많다. 엄마랑 붙어서 못 자게 해서 그런가 자꾸 무서운 아저씨가 들어 오면 어떻게 하냐는 얘기도 많이 하고.


오늘 아이들의 저녁 메뉴는 또 고기였다. 애들한테는 조금 더 좋은 고기, 아내와 나는 조금 덜 좋은 고기를 구워 먹었다. 저녁 먹이고 났더니 금방 교회 갈 시간이라 아이들과는 그걸로 끝.


아, 아니다. 아내가 오후쯤 음성메시지를 보냈는데, 소윤이의 애교 가득한 목소리가 담긴 메시지였다. 아빠 사랑한다느니 많이 보고 싶다느니 이런 내용.


소윤아 이런 거 너 40살 될때까지 보내줘. 알았지?



예배 중간쯤 아내가 카톡을 먼저 보냈다.


[8시에 재우러 들어가서 지금 잠]


'지금'은, 9시 30분이었다. 아내도 이골이 났는지 담담해 보였다. 이제 시윤이는 아내가 소윤이를 보고 누우면(시윤이를 등지고 누우면) 자기 쪽 보고 누우라고 아내를 당기고 난리다. 말도 늘어서 계속 중얼거리고. 엄마, 아빠, 아꺼, 이거.


소윤이는 아내랑 자려고 누웠을 때도


"엄마. 무서운 아저씨들이 올 것 같아요. 나가서 문 좀 잠그고 올게여"


라며 불안한 기색을 드러냈다고 했다.


"소윤아. 문 잠겨 있어"

"아니. 그거 긴 거(보조잠금장치)도 잠그고 오려구여"

"소윤아. 그거 잠그면 아빠는 어떻게 들어와. 엄마 있으니까 무서운 아저씨 안 와"


몇 분이 흐르고


"엄마. 아까 내가 그것까지 잠그자고 한 건, 아빠가 이따 들어온다는 걸 깜빡하고 그런 거에여"

"그래. 알았어. 얼른 자"


소윤이는 왜 자꾸 [무서운 아저씨]를 얘기하는 걸까.



예배 마치고 돌아가며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뭐해?"

"그냥. 빈둥거리고 있다가, 이제 집 치우려고 막 움직였어"

"뭐 하면서 빈둥거렸어?"

"그냥 핸드폰도 하고. TV도 보고"


우리 집에는 TV가 없지만, 아내는 웬만한 TV보유자들보다 훨씬 바삭한 드라마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여보. 들어올 때 GS에서 떡볶이 사다 줘"


아내의 요청대로 떡볶이와 과자를 사서 집에 돌아갔다. 아내는 얘기한 것처럼 진짜 막 움직인 듯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통화하고 나서도 그대로 있다가, 내가 들어갈 때쯤 '막' 움직였던 것 같다. 집 상태는 나가기 전 봤던 거의 그대로였다. 아내가 어느 정도 집 정리를 마치고 떡볶이를 먹으려는데 소윤이가 소리치는 게 들렸다.


"으아앙. 똥꼬 간지러워어어어"


아내가 급히 들어가 응급처치(?)를 해줬다. 바지 벗은 김에 화장실도 가겠다고 해서 화장실도 다녀 왔다. 소란 덕분에 시윤이도 잠에서 깼다. 다행히 아내가 잠시 더 머무르며 금방 재웠다. 그러고 나서 아내랑 떡볶이 먹고, 과자 먹고 수다 떨고.


아내랑 나도 자러 들어갔을 때쯤 또 둘 다 깨 가지고는 엄마 옆에 오겠다고 난리.


"소윤아. 안 돼. 소윤이 자리로 돌아가"

"으아아아아아앙"


소윤이가 슬픔을 머금고 자기 자리에서 막 훌쩍거리는데 시윤이도 스물스물 아내 옆으로 기어왔다.


"시윤이도 안 돼. 자리로 돌아가서 누워"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편하게 좀 자자. 이 것들아.


아내가 소윤이 치아에 충치가 생긴 것 같다며 치과에 가보자고 했다. 당장 내일, 부모교육 받으러 가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없으니 오전에 동네 치과에 다녀오기로 했다. 소윤이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줘야 하지 않나 싶다가, 별로 의미 없겠다 싶어 그냥 내일 가기로 했다.



평범하디 평범한 금요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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