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시윤이, 쓰는 소윤이

19.01.14(월)

by 어깨아빠

정말 오랜만에 대중교통으로 출근을 했다. 오랜만이라 그런가 정말 귀찮고 싫었지만, 아내가 차를 써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겨우 눈을 떠서 일어났는데 아내도 배웅하겠다고 따라 일어났다. 소윤이는 엄마를, 시윤이는 소윤이를 따라 온 가족이 기상했다. 나야 덕분에 모두 보고 출근할 수 있으니 좋지만, 남은 자인 아내는 예상치 않게 이른 하루를 시작하게 됐다.


"소윤아. 시윤아. 아빠 갔다 올 게. 인사하고 들어가서 자"

"그래. 소윤아. 인사만 하고 다시 들어가서 자자"


나의 말에 바로 이어 붙인 아내의 말에는 권세가 하나도 없었다.


'소윤이랑 시윤이는 절대 자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방에 누워서 뒹굴거리기만 했을 뿐, 다시 자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내는 그게 어디냐며 1시간 동안 누워 있었던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아이들과 함께 하며 소확행을 배워 가고 있다.


아내랑 애들도 오랜만에 홈스쿨 모임을 했다. 연말, 연초기도 했고 독감의 여파로 여럿이 아프기도 해서 한동안 모임이 없었다. 홈스쿨 모임이 끝날 무렵인 2시쯤 연락이 됐다. 영상통화로 전화가 왔다. 홈스쿨 모임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시윤이는 잠들었고 아내와 소윤이는 기회를 이용해 카페에서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소윤이는 평화로운 얼굴로 스콘을 먹고 있었다.


영상통화를 할 때도 소윤이의 애교가 넘쳤는데, 통화 끝나고 몇 분 있다가 도착한 음성메시지도 못지않았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유난히 아빠를 향한 애정이 듬뿍 묻어 있는 느낌이었다.


얼른 가서 소윤이랑 시윤이 보고 싶은데 대중교통으로 퇴근하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늦게 도착한 만큼 소윤이, 시윤이랑 놀 시간은 짧았다. 낮에 소윤이가 보여준 애교와 교태는 가식이 아니었다. 나를 향한 애정 표현이 다른 날보다 풍성하고 적극적이었다. 시윤이도 틈새를 노려 치고 들어 오고.


시윤이는 드디어 조사를 붙이기 시작했다.


"엄마가" "아빠가" "아꺼야(내꺼야)"


시윤이가 새롭게 습득하는 말로 기쁨을 주고 있다면, 소윤이는 요즘 글로 아내와 나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오늘도 직접 썼다면서, 상형문자에 가깝긴 하지만 분명히 글씨의 형태를 띤 편지를 건넸다. 아내가 제작한 해석본과 함께. 꽤 빠른 시기에 화려한 언변을 지니게 되었고 손재주도 일찍부터 남달라서 한동안 성장의 아쉬움을 느낄 겨를이 없었는데, 5살이 되고 나서는 괜히 부쩍 더 큰 것 같고 글씨와 숫자를 익히는 걸 보니 다시금 크는 게 아쉬운 마음이 가득 찬다. 머지않아 안기도 힘든 날이 올 것 같다. 이미 지금도 나 말고는 5분 이상 소윤이를 안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졌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우리 딸이 5살이라니. 더 놀라운 건, 시윤이도 3살이라는 거. 더 경악스러운 건, 가영이가 삼땡이라는 거.


원래 아내가 자유를 누리는 월요일이지만, 내일 친구들하고 약속이 있다면서 오늘은 자진 반납했다. 아내가 애들을 재우고 난 헬스장에 다녀왔다. 한동안 입술에 침 묻는 게 싫다며 거의 닿을 듯 말 듯 뽀뽀하고, 그 마저도 손으로 닦아내던 소윤이가 다시 진한 뽀뽀를 해주기 시작했다. 소윤이, 아내, 시윤이와 차례대로 뽀뽀를 하고 나왔다.


벤치 프레스를 하며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소윤이, 시윤이가 낳은 자식이 중학생 될 때쯤이면 적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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