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15(화)
끝을 모르고 치솟는 미세먼지 수치 덕분에 아내와 아이들은 하루 종일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시윤이가 낮잠 잘 때, 아내와 즐겁게 파스타를 먹는 소윤이 사진도 도착하고 시윤이도 제법 잘 지내는 것 같았다. 힘들지만 지낼 만한, 고되지만 즐거운 시간처럼 보였다.
아내는 저녁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다. 백석에서 6시 30분-7시쯤 만나기로 했다길래, 퇴근을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 막판에 일이 몰려서 평소보다는 좀 늦었다. 6시가 거의 다 되었을 때 집에 들어갔는데, 아내는 열심히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준비를 하고 나가면 좋으련만, 따지고 보면 그랬던 적은 별로 없던 것 같다.
나의 등장과 함께 아내는 분주히 준비하기 시작했지만, 결국 머리를 감지는 못했다. 아내에게 있어서 머리를 감는 건, 단지 청결과 세척을 위한 행위 이상의 외출의 질을 결정하는 첫걸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의미가 있다.
시윤이는 언제나처럼 아내가 나간다고 하니 막 울면서 매달릴 것처럼 하다가 이내 현실을 깨닫고 바로 태세를 전환해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소윤이는 어제보다 조금 더 졸린 상태기도 하고, 엄마랑 헤어지는 건 언제나 싫기도 하니 약간 칭얼거렸다.(소윤이한테 칭얼거린다는 표현이 왜 이렇게 어색하지) 이미 늦은 아내가 신발까지 다 신고 급히 나가려는데, 소윤이가 한 번 안아주고 나가라며 붙잡았다. 바쁜 아내는 원거리 포옹으로 대신하고 집을 나섰는데, 소윤이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진심으로 슬퍼했다. 소윤이의 울음에서 진심을 읽은 터라,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소윤이가 슬펐구나. 엄마가 안아줬으면 좋았을 텐데"
잠시 후, 띠띠띠띠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아내가 들어왔다.
"왜? 여보 뭐 놓고 갔어?"
"나. 소윤이 놓고 갔지"
아내는 신발을 벗고 들어와 소윤이에게 포옹을 해주고 다시 나갔다. 소윤이의 울음은 그쳤고.
"아빠. 엄마 뭐 놓고 가서 다시 온 거에여?"
"아. 진짜 뭐 놓고 간 게 아니라 소윤이 안아주려고 다시 온 거지. 엄마가 소윤이 놓고 갔다고 했잖아"
밥 먹기와 씻기, 옷 갈아입기 미션을 모두 마치고 잠자리에 누웠다. 소윤이가 먼저 치실까지 해 달라며 철저한 양치를 요구했지만, 치실은 하지 않았다. 아내에게 제대로 배운 다음 해야 할 것 같아서. 대신 양치를 평소보다 더 꼼꼼히 했다.
시윤이에게 지난 주말 이후 엄지손가락 제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다행히 크게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체념한 듯 수긍하고 있다. 오늘도 소윤이한테 책을 읽어주는 동안 잠시 신경을 안 썼더니 손을 빨고 있길래
"어? 시윤아. 손 빨면 안 되잖아. 손 빼야지"
하니까 마치 '아. 맞다. 깜빡했네' 하는 듯, 슬며시 미소를 띠고 순순히 손가락을 뺐다. 그 뒤로 몇 번씩 자기도 모르게 입으로 손가락을 가지고 가기는 했지만 넣지는 않았다. 닥터썸도 실패했는데, 이렇게 인격적인 방법으로 고쳐진다면 참 뿌듯할 것 같다.
소윤이는 엄마가 없으니 나더러 자기 옆에 누워서 자라고 했다. 그 말투와 태도가 너무 예쁘고 순둥이 같아서 그러겠노라고 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소윤이랑 꽁냥꽁냥 하며 잠들었다.
책까지 다 읽고 잠들기를 기다렸는데, 나도 함께 잠들었다. 깊이 잠든 건 아니고, 내 코 고는 소리에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한 시간 정도의 나 홀로 사투를 벌인 뒤 방에서 나왔다.
얼마 전 새로 꾸민 작은 방 안의 나만의 공간에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데, 안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윤이가 완전히 나오지도 않고, 방 안에 서서 문 손잡이를 잡은 채 우두커니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시윤아. 아빠 일 해야 되니까 들어가서 자. 알았지?"
"데에"
의외의 반응이었다.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누웠다.
"그래. 시윤아 잘 자. 아빠는 나갈 게"
"아아아아"
"왜? 아빠는 나가도 된다며"
"아빠"
내 말을 잘못 이해했나 보다. 결국 다시 끌려 들어가서 시윤이 옆에 누웠다. 신기하게도 손가락을 입에 넣지 않고 다시 잠들었다. 다시 탈출해서 마저 할 일을 했고 아내도 돌아왔다. 아내랑 수다를 떨고 있는데 소윤이가 깨서 날 호출했다. 아내는 급히 몸을 숨겼다.
"소윤아. 아빠 일 해야 되니까 다시 들어가서 자. 아빠 얼른 끝내고 들어가서 소윤이 옆에 누울 게. 알았지?"
"아빠도 같이 들어오는 게 좋은데"
"얼른 들어갈 게. 먼저 자고 있어. 알았지?"
"네"
다시 소윤이를 들여보내고 아내와 대화를 이어 가는데 안에서 소윤이의 기침 소리,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안 자고 있는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소윤이는 다시 등장했다.
"아빠. 쉬 마려워여"
"그래. 이리 와"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소윤이를 들여보냈다.
"소윤아. 이제 나오지 말고 얼른 자. 알았지?"
"네"
당연히 소윤이는 다시 등장했다.
"그래. 아빠가 들어갈 게. 자자"
아내와 이별하고 소윤이 옆에 누웠다. 아빠 외로울까 봐 혼자 두지 않는 거니. 사랑받아 좋기는 한데 그래도 혼자 좀 잤으면 좋겠구나.
"아빠. 토닥토닥해주세여"
"아빠. 손 잡고 자자여"
"아빠. 혼자 누워 있으니까 잠이 안 왔어여"
예전과는 다르게 나를 안고 있기도 하고, 손도 계속 잡고 있고. 이미 잠이 조금 깼는지 내가 들어간 이후에도 꽤 오래 잠들지 못했다. 그러다 소윤이가 막 잠들었을 때 아내도 들어와서 매트리스에 누웠다. 잠시 후 소윤이가 깨써 매트리스 위의 아내를 보며 얘기했다.
"아빠. 저게 엄만가?"
"어. 엄마야"
"엄마한테 토닥토닥해달라고 할래"
"엄마는 지금 잠든 것 같아. 아빠가 옆에 있으니까 그냥 자자"
"그래도 엄마한테 안아달라고 하고 싶어여"
"아니야. 잠들었을 때는 깨우는 거 아니야"
소윤이는 또 슬프게 훌쩍거렸다.
"소윤아. 그렇게 슬퍼?"
"네"
"아까 소윤이 자고 있을 때 엄마가 토닥토닥도 해주고 안아주기도 했어"
"나 자고 있을 때여? 나는 안 깼어여?"
"그렇지"
물론 그런 일은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하얀 거짓말을 했다.
한 손에는 소윤이 손, 한 손에는 시윤이 손을 잡고 자는 이 느낌은, 언제라도 참 든든하고 흐뭇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