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01(목)
아이들은 모두 일찍 일어났다. 출근하기 전에 시윤이와, 어제 벨트 때문에 차를 안 타겠다고 버텼던 일에 관해 얘기했다. 아내가 얘기했던 것처럼 역시나 시윤이는 논리나 설명이 통하는 느낌이 아니다. 그걸 알고 얘기를 했는데도 뭔가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찜찜했다. 아내에게 나머지 일을 떠넘겼다.
“시윤이랑 미리 얘기를 좀 잘 해”
“외출 얘기? 아침부터 셋 다 쉽지 않네”
“응. 여러 가지로. 소윤이는 왜?”
“소파에서 사인펜 뚜껑 열었다 닫았다 장난 하길래 내려와서 하라고 했거든. 굉장히 불만스러운 태도로 반응하고”
다들 양상이 다르다. 아내를 힘들게 하는 지점도 다르고. 키울 때마다 새롭고 키울 때마다 사랑스럽고 키울 때마다 힘든 게, 육아의 매력이자 힘든 점이다. 어제는 차에 안 타겠다고 난리였던 시윤이가 오늘은 왜 빨리 안 나가냐면서 징징댄다고 했다. 예측하기 어려운 육아인의 하루 하루여.
장모님은 하루 종일(까지는 아니었지만 사실상) 물김치를 담그셨다. 얼핏 사진으로만 봐도 커다란 김치통 세 통 분량이었다. 그게 오후의 한 가운데였다. 어디 나갔다 오고 말고 할 정신이 없었을 거다. 저녁에 전복밥 먹으러 나간다고 했다. 지난번에 이사하자마자 오셨을 때 갔던 곳이다. 2박 3일 계시는 동안 어디 구경을 못 하셨다. 날씨가 안 좋았던 게 오히려 좋은 핑계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맑고 화창할 때 오셨어도 딸과 손주의 일용할 양식을 챙기시느라 바쁘셨을 거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또
“할머니는 우리랑 놀지도 않았다”
라며 아쉬워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어제 장모님과 아내가 데이트를 하고 온 게 정말 다행이었다. 그것마저 없었으면 원정 가사 혹은 원정 육아 보조와 다름이 없을 뻔했다.
퇴근이 엄청 늦었다. 아이들이 자는 건 물론이고 장모님과 아내가 자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에 돌아왔다. 장모님과 아내와 둘러앉아서 치킨을 한 마리 먹었다. 장모님은 ‘떠나기 전 날 전야제’라고 농담처럼 의미를 부여하셨다. 장모님은 오늘 하루가 하나도 안 힘들다고 하셨는데 먼저 방으로 들어가서 누우셨다. 아내는 너무 힘들었다고 하면서도 엄청 늦게까지 안 잤다. 두 모녀의 관계와 역학을 보여 주는 예가 아닐까.
장모님이 먼저 들어가시고 아내와 나는 조금 더 있다가 누웠다. 그때 마침 서윤이가 깼다. 엄청 울면서. 깨서 울 때도 많지만 오늘 같은 울음은 드물었다. 몇 번을 눕히고 달랬는데도 다시 엄마를 찾으며 일어났다. 결국 서윤이는 안방에 입성했다. 서윤이가 워낙 크게 울어서 시윤이도 깼다. 시윤이만 혼자 남겨 두는 것 같아서 (물론 2층에 소윤이가 있었지만) 미안한 마음에 시윤이 옆으로 갔다. 베개를 들고.
“아빠. 왜여?”
“아, 시윤이 옆에서 자려고”
“왜여?”
“아 서윤이만 엄마, 아빠 옆에서 자면 시윤이 속상할까 봐”
“저는 괜찮아여”
“진짜? 그럼 아빠 그냥 다시 가?”
“그래도 되고 아빠가 여기서 자고 싶으면 자도 돼여. 저는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없어여”
“그래? 시윤이가 별로 안 좋으면 아빠는 다시 가고”
“안 좋은 게 아니라 아빠가 하고 싶은대로 해도 된다고여”
“그래. 그럼 오늘은 아들 옆에서 잘게”
이층 침대 놓고 나서는 아들 옆에서 자는 게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의외로 스킨십을 좋아해서 손을 잡으면 잘 빼지 않는 시윤이의 손을 잡고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