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24(목)
아내가 파주에 있는 친구들과 브런치 약속이 있다고 해서 아내가 날 사무실에 데려다주고 파주(처갓댁)에 갔다. 과연 소윤이, 시윤이와 함께 브런치를 브런치답게 먹을 수 있을는지 의문스러웠지만, 부디 조금이라도 격이라는 걸 갖출 수 있기를 바라며 헤어졌다.
다행히 최악은 아니었던 것 같다. 둘을 데리고 가지는 식사 시간이 언제라고 평온하겠냐마는, 최선이 불가능할 때는 최악이라도 피하면 감사하기 마련이니까. 밥 먹고 나서는 친구네 집에 간다고 했다.
퇴근 시간 무렵에 장인어른이 사무실에 오셨고, 함께 저녁도 먹기로 했다. 장인어른과 함께 처갓댁으로 퇴근했다. 아내와 아이들도 곧 돌아왔다. 처갓댁 근처에 있는 돈까스 집에 가기로 했다. 시윤이는 유모차에 태워서 가려고 차에서 유모차를 꺼내 장인어른께 드렸다. 다른 짐을 챙기고 있는 사이, 장인어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어어어어"
동시에 유모차에 앉아 있던 시윤이가 유모차와 함께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뒤통수를 땅에 부딪힌 시윤이는 크게 울기 시작했고, 장인어른도 조금 당황하셨다. 휴대용 유모차인 데다가 시트를 눕혀 놨더니, 뒤로 쏠리는 시윤이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나 보다. 이제 시윤이도 휴대용 유모차로는 버거워졌구나.
놀라신 장모님은 시윤이 뒤통수를 매만지며 장인어른을 타박하셨다. 그리고 얘기하셨다.
"가영아. 여기 혹 났나 보다. 튀어나왔어"
"엄마. 시윤이 원래 두상이에요"
내가 만져 봐도 혹이라기보다는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찌그러진(?) 시윤이의 머리였다. 잘됐네. 시윤아. 혹이 나도 티가 안 나고. 아팠는지 놀랐는지 시윤이는 꽤 세차게 울었다. 다행히 실제로 큰 충격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시윤이는 옆에 앉은 장인어른과 나를 쉴 틈 없게 만들기는 했어도, 어쨌든 밥은 잘 먹었다. 소윤이는 깨작깨작거렸지만, 그저께처럼 장모님의 후광을 등에 업고 불성실한 식사를 마쳤다. 밥 먹고 나서는 카페에도 갔다.
소윤이도 그랬었던 것 같은데, 시윤이도 같은 병에 걸렸다. 청개구리 병. 옷 입자고 그러면 도망가고, 신발 신자고 그러면 싫다고 그러고, 이리 오라고 그러면 더 멀리 가고. 거기에 목청은 또 왜 이렇게 커졌는지, 신나면 신났다고 소리 지르고, 기분 나쁘면 나쁘다고 소리 지르고. 당최 가만히 있지도 않고. 한마디로 말하면, 어디 데리고 다니기에 무지 힘들다는 말이다. 그게 어디가 됐든, 시윤이랑 씨름할 생각을 하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체력이 소진되는 느낌이다.
오늘도 소윤이는 가만히 앉아서 우유도 먹고, 과자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그랬는데 시윤이는 그렇지 않았다. 그나마 사람이 없고 단골 카페라 다행이었다.
"시윤이 때문에 안 되겠다. 얼른 마시고 가자"
요즘 자리를 파할 때 누가 됐든,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다. 아내는 돌아가는 길에 모두 잠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윤이 양치를 해주기 위해 편의점에서 칫솔을 사는 열정을 보였다.
시윤이는 아내의 기대에 부응했지만, 소윤이는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잠들 것처럼 떡밥(졸릴 때 하는 말이나 행동)을 던졌지만 결국 버텨냈다. 이제 소윤이를 재우려면 한 시간은 달려야 하나 보다. 30분으로는 어림도 없나 보다.
여전히 자고 있는 시윤이를 먼저 방에 눕히고, 아내랑 소윤이가 따라 들어왔다. 아내에게 인계하고 방에서 나왔는데 아내는 소식이 없었다. 소윤이는 아마 눕자마자 잠들었을 텐데, 아내는 그것보다 더 빨리 잠들었나 보다. 깨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며, 결정을 미루고 있는데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살짝 잠들었음]
그러고 나서 금방 나왔다. 체감상으로 느끼는 시간보다는 꽤 시간이 일러서 즐거웠지만, 예나 지금이나 노는 시간은 뭐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가는지. 금방 12시가 되었고, 시윤이는 또 방문을 열고 나와서 아내를 소환해 갔다.
"여보. 씻었어?"
"아. 나 딱 이것만 하고 씻으려고 했는데"
거짓말. 뻥쟁이.
"시윤아. 엄마 씻을 동안만 아빠가 안아줄까?"
"아아아. 엄마아"
"엄마랑 들어갈 건데 엄마 씻어야 되니까 잠깐만 아빠랑 있자고"
"아아아아. 엄마아아아"
"아니. 엄마랑 잘 거라니까. 잠깐만 아빠랑 있자. 기저귀도 갈아야겠네. 알았지?"
"엄마아"
"아빠랑 기저귀 갈고 엄마 나오면 엄마랑 들어가자?"
"응"
아내는 순식간에 양치와 세면을 마치고 나왔다.
"시윤아. 이제 엄마랑 들어가자"
"여보. 잘 자"
"아니야. 나 나올지도 몰라"
거짓말. 뻥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