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철인3종경기

19.01.25(금)

by 어깨아빠

아내는 금요철야 예배에 함께 가겠다고 했다. 여태껏 둘 데리고 가서 뭔가 수월하다고 느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래도 도전 또 도전하다 보면 우리가 내성이 생기거나 애들이 적응해서 얌전해지겠지.


"오늘은 시윤이 낮잠을 신경 쓰지 말아야겠다"


어차피 늦은 시간에 교회를 가야 하니, 낮잠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낮에 아내에게 사진이 몇 장 왔는데, 애들이랑 밖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일하느라 정신없어서 어떤 장소, 상황인지 자세히는 파악하지 못했는데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시윤이가 유모차에서 막무가내로 내려서 아내가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는 거.


나중에 들어봤더니, 근처 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한테 뭐 하나 산 게 있어서 그걸 받으러 갔는데, 시윤이는 갑자기 유모차에서 내리고 소윤이는 오줌 마렵다고 하고. 물건 맡겨놨다는 경비실에 물건은 없고. 총체적인 난국에 날씨까지 추워서 아주 잠깐의 외출이었지만 몸과 마음이 매우 부침을 겪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오늘 하루(나의 퇴근 전까지, 금요철야예배 가기 전까지)가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아내가 꼽은 원인은 이러했다.


1. 아침 QT 및 기도

소윤이랑 같이 큐티하고 기도도 했는데, 키워드가 기쁨이었다고 했다. 아내는 아내대로 하루 종일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기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소윤이도 엄마를 따라 같이 노력했다고 했다. 물론 시윤이가 낮잠에서 깼을 때는 더 자라며 울기는 했지만.


2. 점심 해결

LH에서 [행복한 밥상]이라는 프로젝트(?)를 하는데, 내가 알기로는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중에 집에서 밥을 먹을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점심을 제공하는 취지다. 신청자가 별로 없는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방송이 나오길래 아내와 505호 사모님이 한번 가봤는데 생각 이상으로 괜찮다고 했다. 음식의 질도 매우 뛰어나고, 양도 푸짐하고. 아내는 다음 주에도 꼭 가야겠다며, 재방문 의지를 밝혔다. 점심 한 끼 남의 손으로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아내의 육아 스트레스 한 덩어리가 떨어져 나갔나 보다.


3. 시윤이 낮잠

언제 자든 신경 쓰지 않고, 자기가 졸릴 때 자도록 내버려 둘 수 있는 하루였다. 평소에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랬다가 [늦은 낮잠 - 더 늦은 밤잠 ]으로 인해 밤 시간의 자유 및 한량 생활이 박탈된다면, 아마 그게 더 스트레스일 거다. 오늘은 잠깐 있었던 고난의 시간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유모차에서 잠들었다고 했다. 아내는 유모차 시트를 통째로 떼서 방에 가져다 놓는 방법을 선택했다. 만에 하나 옮기다가 깨면 아내는 물론이요, 소윤이까지 크게 상심할 테니까.


여기까지는 전반전이었다. 나의 퇴근 후부터가 후반전.


퇴근하는 길에 중고로 구매한 소윤이 책상을 받아왔다. 소윤이는 요즘 한글과 숫자를 깨치기 시작했다. 나름 숙제와 공부라는 게 시작됐는데, 마땅한 공간이 없었다. 상을 펴고 앉거나 식탁에 앉아서 하곤 했는데, 시윤이가 방해를 하기도 하고 원래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다 보니 집중도 안 될 것 같았다. 자그마한 책상이라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아내가 저렴한 중고 책상을 하나 구했다. 상태는 아주 괜찮았다. 우리 취향대로 색이나 디자인도 무난하고. 소윤이도 좋아했다. 어쨌든 자기 공간이라는 게 생겼으니. 한 가지 걱정되는 건 강시윤이다. 오늘도 그랬지만, 자기가 더 신나 가지고 앉고, 올라타고 난리도 아니었다. 모든 걸 두 개씩 사줘야 한다는 말이 조금씩 이해가 되고 있다.


부지런히 저녁을 먹고 교회로 출발했다. 아내가 시윤이를 데리고 커피를 사 온다길래 나랑 소윤이는 먼저 들어갔다. 아내가 오기 전까지 소윤이는 맨 앞자리에 앉아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기다렸다.


"아빠아"

"(눈짓과 입모양으로) 어. 소윤아"

"엄마 언제 와여?"

"(눈짓과 입모양으로) 어. 금방 와"

"뭐라구여?"

"(눈짓과 입모양으로) 금방 온다고"

"커피여?"

"(눈짓과 입모양으로) 어. 어"

"아빠. 엄마한테 빨리 오라고 전해주세여"

"(눈짓과 입모양으로) 그래. 알았어"


잠시 후 아내가 도착했고, 예배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계속 맨 앞자리에 있었다. 아빠를 보여 달라고 했는지 한 번씩 시윤이를 높이 안아 올려 나를 보게 하기도 하고, 정신없이 쫓아다니기도 하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예배가 시작되고 나서는 맨 뒷자리로 이동했다. 멀리서도 아내와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시윤이도 손을 들고 열심히 찬양을 하고 있었다. 소윤이 모습은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길래 누워서 자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안 보인 거였다. 반주를 마치고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갔더니, 역시 아내는 시윤이를 따라다니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딱 봐도 힘들어 보이고, 표정에도 약간 묻어 나왔지만, 마음을 굳게 먹어서 그런지 하루 종일 '기쁨'을 마음에 담고 살아서 그런지, 아내가 발산하는 기운은 그렇지가 않았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까지 지친 상태가 아니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다행이었고. 소윤이는 졸음이 차오르는지 어쩔 수 없이 시윤이한테만 붙어 있는 엄마를 괜히 몇 번 찾더니 이내 의자에 누워 잠들었다.


시윤이는 끝까지 잠들지 않고, 잠잠해지지도 않고, 활력이 넘치는 상태로 아내와 나의 기력을 소진시켰다. 무서운 녀석. 시윤이가 조금 더 크고 점점 체력이 세지면 얼마나 힘들어질지 사뭇 걱정이 됐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차라리 조금 더 커야 말도 통하고 진득하니 앉아서 예배를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예배를 마치고, 잠든 소윤이를 안고 지하 2층에서 1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5초 만에 허리가 아프고 숨이 헉헉거렸다. 시윤이를 안고 있는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여보. 힘들다"

"하아. 그러게"


공사 중인 엘리베이터가 하루라도 빨리 완공되길 바라고 있다. 로비로 올라왔을 때, 아내와 나는 철인 3종 경기를 막 마친 선수처럼 헐떡거렸다. 아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마음에 넉넉함이 있어서, 서로 바라보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안타깝게도 주차장에 도착해 카시트에 태우면서 소윤이가 깨고 말았다. 안타까움이 배가 된 진짜 이유는, 집에 가면서 치킨을 사 가려고 주문을 해놨다는 거였다.


"여보. 어떻게 하지?"

"그러게"

"치킨 받으면 트렁크에 넣어야겠다"


소윤이가 깨어 있는 상태라면 당연히 그건 뭐냐고 물어볼 테고, 그 정도 향기라면 아무리 둘러대도 단박에 치킨이라는 걸 알아차릴 게 뻔했다. 난 아내랑 치킨이 먹고 싶은 거지 소윤이랑 먹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치킨이 다 튀겨지려면 20분 정도 기다려야 해서 계속 빙빙 돌았다. 다행히 그 사이 시윤이도 잠들고, 소윤이도 다시 잠들었다. 정말 다행히도. 만약 둘 중 하나라도 깨서 아내와 나를 찢어 놓았다면 그야말로 슬픈 밤이 되었을 텐데, 오늘은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치킨은 같이 먹어야 더 맛있으니까.

(혼자 먹으면 맛없다고는 안 했음. 혼자 먹으면 맛있고,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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