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11(주일)
요즘 주일에 제법 여유가 생겼다. 예배 시간보다 무려 20분 가까이 빠르게 도착할 때도 많다. 아내와 나의 분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소윤이와 시윤이가 스스로 준비하는 게 가능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냥 교회가 많이 가까워져서 그런 거였다. 차를 타면 5분도 안 걸리니 웬만큼 늦지 않고서는 제 시간에 가는 게 가능하다.
소윤이는 아동부 예배에서 대표 기도를 한다고 했다. 그저께 소윤이가 쓴 기도문을 봤는데 그저 대견했다. 조금의 교정이나 첨삭도 하지 않았다. 그냥 마음을 잘 담아서 기도를 하라고 했다. 아마 나보다 더 나았을 거다.
서윤이는 언니와 오빠를 따라서 아동부 예배에 가겠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올라와서 얘기해달라’고 부탁했다. 서윤이는 어제부터 다시 기저귀를 차기로 했다. 소변은 좀 가리는 게 돼도 대변은 전혀 차도가 없어서 이대로 지속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더 강력하게 그렇게 생각했고, 아내에게 다시 기저귀 채우는 걸 제안했다. 설령 그나마 가리던 소변을 다시 못 가리게 되더라도 그렇게 하는 게 나아 보였다. 아내도 너무 장기화 되는 배변 훈련에 지치기도 했고, 서윤이에게도 별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해서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덕분에 아동부에도 보내는 게 가능했다.
서윤이도 없으니 오랜만에 앞쪽에 가서 앉았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소윤이와 시윤이가 올라왔다. 서윤이와 함께.
“서윤이가 엄마, 아빠한테 가고 싶다고 했어여”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나 보다. 언제나처럼 앉았다가 누웠다가 반복하다 예배가 끝날 즈음에 잠들었다. 1층까지 안고 내려가면 잠에서 깰 때가 많길래 차에서 유모차를 가지고 올라왔다. 예배당에서 바로 유모차에 눕히고, 유모차를 통째로 들고 내려왔다. 그렇게 했더니 역시나 잠에서 깨지 않았다. 입구에 유모차를 두고 아내와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었다. 여유롭게 밥을 먹고 있는데 집사님 한 분이 오셔서 서윤이가 깨서 엄마를 애타게 찾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급히 나가 보니 서윤이가 유모차에서 고개를 빼고 절규하듯 울고 있었다.
“엄마아아아아아악”
엄마가 아닌 아빠가 와서 안았는데도 울음을 뚝 그쳤다. 기분이 좋았다. 내가 서윤이에게 이런 존재라는 게. 서윤이도 식당으로 데리고 들어와서 미리 챙겨 둔 밥을 먹였다. 서윤이가 먹을 만한 반찬은 없어서 그냥 밥에 김을 싸서 먹였다. 오물오물 잘 받아먹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 예배를 기다리는 동안 서윤이와 시간을 보냈다. 아내는 성탄 찬양 연습을 하느라 3층에 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놀고 있었다. 서윤이는 나하고 있는 동안 엄마를 거의 찾지 않았다. 언니와 오빠는 어디 있는지, 엄마는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는 자기도 거기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잘 달래고 재밌게 해 주니 금방 잊었다.
오후 예배가 끝나고 나서도 서윤이와 함께 있어야 했다. 아내는 목장 모임이 있었고 나는 없었다. 서윤이는 아내가 목장 모임을 하는 3층에 있었는데 혼자 있기가 심심해서 서윤이에게 1층에 가자고 유혹했다. 처음에는 가기 싫다고 하다가 공놀이를 하자고 했더니 흔쾌히 안겼다. 아내의 목장 모임이 끝날 때까지 계속 공놀이를 하면서 놀았다. 공놀이가 재밌는 건 당연히 아니었고, 환하게 웃으며 즐거워하는 서윤이를 보는 게 좋았다.
권사님들이 싸 주신 반찬만 집에 갖다 놓고 바로 다시 나왔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기도 했고 바로 집에 들어가는 게 아쉽기도 했다. 시간이 조금만 더 빠르고 날이 춥지 않았더라면 운동장에 가서 시윤이와 축구를 했을 텐데, 그러기에는 너무 늦고 추웠다. 아내는 시내로 나가자고 했다. 나는 맛이 최상은 아니지만 양도 많고 맛도 괜찮은 카페에서, 아내는 맛이 최상이지만 양이 조금 적은 카페에서 각각 한 잔씩 커피를 샀다. 아내는 빵 가게에 들러서 빵도 샀다.
소윤이는 어제 할머니가 사 주신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지만, 오늘은 시간이 없었다. 시간이 없었다기 보다는, 시간이 없게 만들긴 했지. 아내와 내가. 아주 잠깐이라도 그리고 싶어했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아내는 화요일을 지정했다.
“소윤아. 화요일에는 엄마가 꼭 마음을 낼게”
시윤이하고는 돌아오는 토요일에 운동장에 가기로 했다. 날씨를 확인했더니 꽤 추웠다. 시윤이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추워도 가거나 그때 가서 상황을 설명하면 된다. 벌써부터 희망을 꺾을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