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아니 1분이라도 더

22.12.10(토)

by 어깨아빠

오전에 잠깐 교회에 다녀왔다. 성탄절에 교회에서 발표할 찬양 연습을 해야 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집에 계셨다. 오늘 다시 먼 거리를 운전해서 가셔야 하니 좀 쉬시라고 했는데 정말 쉬고 계실지는 의문이었다. 점심은 먹지 않고 연습만 끝내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점심으로 먹을 치킨과 피자를 샀다.


집이 엄청 깔끔했다. 원래도 엄청 더러운 건 아니었지만 최상의 깔끔함일 때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그 느낌이.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구석구석 깨끗하게 청소와 정리를 하셨다.


치킨과 피자를 배불리 먹고 나니 졸음이 쏟아졌다. 소파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조는(혹은 자는) 나의 모습을 본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방에 들어가서 한 숨 자고 나오라고 하셨다. 장모님이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문구류 등)을 사 주신다고 하셔서 시내에 나가야 했다. 자고 일어나서 가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했다. 괜찮다며 얼른 나가자고 했는데 그러기에는 내 모습이 너무 피곤해 보였나 보다. 결국 방으로 들어갔다. 마침 낮잠 잘 시간이었던 서윤이도 데리고 들어왔다. 잠시 후 아내도 들어왔다. 장인어른은 아이들 방으로 들어가셨다. 장모님만 홀로 남아서 소윤이, 시윤이와 시간을 보내셨다. 이 얼마나 극진한 할머니의 사랑인가.


너무 많이 자면 추후 일정에 차질이 생기니까 알람까지 맞추고 잤는데 알람보다 30분이나 늦게 일어났다. 아내 휴대폰으로 맞췄는데 아무도 알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내가 껐나?”


오늘도 정말 꿀처럼 달콤한 낮잠이었다. 아내도 똑같았다. 가운데 서윤이를 두고 잤더니 인간 난로 역할을 해서 매우 따뜻하고 안락하게 잤다. 며칠 밤을 새도 끄떡없을 것처럼 피로가 말끔히 사라졌다. 대신 시간이 촉박해졌다. 시내까지 나갔다 오는 것만 해도 한 시간이었다. 다른 목적도 있는 거면 몰라도 그저 문구점에 가기 위해서 시내까지 나가는 게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집 근처의 규모가 큰 문구점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장모님은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필요한 물건과 필요하지 않아도 기분이 날 만한 것들을 사 주겠다고 하셨다. 시윤이는 가장 먼저 축구공을 골랐다. 아무리 할머니의 선물이어도 기왕이면 좀 필요하면서 실용적인 걸 고르길 바라는 아내와 나의 마음에도 쏙 드는 찰떡같은 선택이었다. 원래 내가 사 주겠다고 약속했던 건데 할머니 덕분에 더 빨리 얻게 됐다. 소윤이는 물감과 물통, 스케치북 등을 골랐다. 서윤이는 한 장에 무려 5,000원이나 하는 스티커를 골랐다. 곧 버려질 장난감이 없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쇼핑이었다.


바닷가의 횟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아이들이 먹을 게 너무 없는 게 흠이었지만, 다행스럽고 미안하게도 아이들은 잘 먹고 잘 있었다. 처음에는 밑반찬으로 나온 땅콩을 먹다가 나중에는 가자미구이와 밥을 먹었다. 생각해 보니 밥도 엄청 조금이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먹을 게 없으니 일단 조금 주고 더 먹겠다고 하면 더 주려고 했는데, 더 먹겠다는 얘기가 없었다. 어른들은 회로 배가 부를 정도로 푸짐하게 먹었다. 그렇게 먹을 게 없었는데도 꽤 오랜 시간 앉아 있었던 게 신기할 정도였다.


올라가는 거리를 생각하면 서둘러야 할 시간이었지만 헤어짐이 아쉬운 장모님과 장인어른은 카페에도 들르자고 하셨다. 우리야 상관이 없었다.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도 30분 남짓 앉아 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진심을 담은 농담을 건넸다.


“할머니, 할아버지. 내일 가여. 내일”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거기서 떠나셨다.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도 장모님은 창밖으로 손을 흔드셨고, 소윤이와 시윤이와 서윤이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까지 달려가서 손을 흔들었다. 아내는 슬픔을 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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