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12(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는데 작은방에서 소윤이 소리가 들렸다. 코를 훌쩍이는 소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소윤이가 방에서 나왔다. 너무 이른 시간이니 다시 들어가서 자라고 얘기하기는 했지만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소윤이는 큐티를 하는 나에게 기대어 있다가 공부방으로 들어갔다. 스케치북을 펴고 뭔가를 그렸다. 어차피 잘 거 같지 않아서 그냥 뒀다.
시간이 돼서 나가려고 신발을 신는데 나에게 인사를 건넨 소윤이가 잠깐 기다리라면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옷장 문을 열고는 자기 가방을 꺼내왔다. 내 앞에 서서 황급히 가방을 뒤지더니 멘토스를 찾아서 건넸다.
“뭐야? 아빠 주는 거야?”
“네”
“아니야. 아빠 없어도 돼. 소윤이 먹어”
“아아, 가지고 가여”
“그래, 알았어”
소윤이는 베란다에서도 1층의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환한 웃음과 손인사, 그리고 원거리 뽀뽀까지.
기분이 너무 좋았다. 급하게 방으로 들어가서 가방을 꺼내고는 멘토스를 건네는 소윤이의 모습이 계속 눈에 아른거렸다. 주머니에서 멘토스의 감촉이 느껴질 때마다 소윤이가 떠올랐다. 그냥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소윤이의 그 마음이 전해지면서 괜히 뭉클하고 코 끝이 찡했다. 차마 멘토스를 먹을 수가 없었다.
이 감정을 이해할 사람은 없다. 딱 한 명 빼고는. 아내에게 소윤이가 준 멘토스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나의 몽글몽글한 마음도 얘기해 줬다. 역시. 아내는 나의 감정을 십분 이해하는 듯했다.
얼마 전에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나중에 서윤이가 결혼한다고 그러면 오히려 ‘그런가 보다’ 할 거 같은데 소윤이는 아니야. 소윤이는 너무 슬플 거 같아”
언제 결혼을 하든 생생할 거다. 소윤이와의 이런 추억이.
서윤이 사진을 보면서는 그야말로 ‘아빠 미소’가 지어졌다. 특히 서윤이가 활짝 웃고 있거나 못생긴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을 보면 더 그랬다. 시윤이 사진을 볼 때는 축구 생각이 났다. ‘아, 이번 토요일에 꼭 축구하러 가야 하는데’, ‘시윤이랑 공놀이 할 때 쓸 공을 정리할 가방을 하나 사야겠다’ 이런 생각이었다. 소윤이는 오늘따라 계속 애틋했다. 사진을 찾아 볼 필요도 없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멘토스를 만질 때마다, 멘토스를 건네던 소윤이의 표정이 떠올랐다. 응원과 격려를 느꼈다.
오늘만큼은 소윤이가 가장 보고 싶었다. 너무 그리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