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21(수)
요즘은 자꾸 서윤이가 아내와 나의 발 쪽으로 올라온다. 바닥에 이불을 안 깔아 놔서 그런 건지 자꾸 침대에 올라와서 눕는다. 어제도 그렇게 누워 있길래 방으로 돌아가라고 했더니 슬며시 안방 바닥에 누웠다. 아무것도 안 깔려 있는 맨 바닥에. 나가면서 이불을 덮어 준다는 걸 깜빡하고 그냥 나왔었다. 서윤이는 오늘도 우리의 발 밑에 누워 있었나 보다. 자다가 쿵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깼는데 서윤이가 침대 아래쪽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울지 않고 다시 잠을 청하는 걸 보면, 아마 끄트머리에 걸쳐서 자다가 떨어진 게 아닐까 싶었다.
“서윤아”
“네”
“이리 와”
시간을 보니 곧 알람이 울릴 시간이었지만 서윤이를 아내와 나 사이에 눕히고 함께 누웠다. 알람도 늦췄다. 자고 있을 때는 살결까지 순하디 순한 느낌이다. 그거 좀 더 느끼려고 늦게 일어났다.
일을 마치고 K와 함께 교회로 갔다. 아내와 아이들은 오전에 수요예배를 드리고 계속 교회에 있었다. K의 아내와 자녀들도 함께 있었다. 저녁을 함께 먹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점심에 가지밥을 해 먹었고, 저녁도 남은 가지밥이었다. 소윤이는 점심에도 밥그릇에 가득 담아서 두 그릇을 먹었다고 했는데 저녁에도 잘 먹었다. 같은 걸 연속으로 먹어도 잘 먹을 만큼, 맛있기는 했다.
서윤이는 식사 태도가 썩 좋지 않았지만 조금의 훈육도 하지 않았다. 공허하게
“서윤아. 얼른 앉아서 먹어”
라고만 하고 정작 내가 떠먹여 주고 있었다. 그제, 어제 제대로 못 본 그리움의 발로였다. 내 옆에 앉아서 쉬지 않고 얘기하고 웃는 것만 봐도 배가 불렀다. 실제로 가지밥은 많이 먹었지만.
집에 돌아오니 숨어있던, 아니 숨어있지 않았지만 기세를 펴지 못하던 피로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내가 아이들을 씻기는 동안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앉아 있기가 어려웠다. 한 명씩 나올 때마다 로션을 발라 줘야 해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앉았다. 보통은 방에 들어가서 누우면 기도를 해 주는데 오늘은 그냥 거실에서 하자고 했다. 방까지 가는 게 천 리 길을 가는 것처럼 버겁게 느껴졌다. 기도를 하다가 정신을 잃었다. 입술에서는 말이 나오고 있었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의식하지 못했다. 기도하다 졸았다는 말이다. 아이들 말로는 말이 안 되지는 않았다고 하던데, 아무튼 아내에게 기도를 넘겼다. 아이들이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도 한참 동안 정신을 못 차렸다. 샤워를 하고 나서야 정신을 좀 차렸다. 샤워는 핑계고 육아 퇴근이 진짜 이유였을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