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22(목)
K네 가족이 우리 집에서 자기로 했다. 일을 마치고 저녁에 우리 집으로 오기로 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을 마치고 집으로 왔는데 평소의 아내와는 다르게 뭔가 정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느낌이었다. 분위기가 안 좋고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귀찮았을 거다. 아이들은 잘 놀고 있었다.
일단 설거지를 했다. 스스로 알아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내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내는 청소기를 돌렸다. 아이들은 자기가 어질러 놓은 걸 치웠고. 아내를 압박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 아내는 오히려 나에게 고마워했다.
“여보. 고맙네. 여보가 설거지를 해 줘서 내가 다른 데를 치울 수 있어서”
신혼 애송이 님들아. 집안일은 양보다 질이다.
금세 집이 깨끗해졌다. K네 가족도 금방 왔다. 마침 장모님께서 이것저것 보내셨다. 먹거리와 식재료를. 소고기도 있었다. 덕분에 아이들 저녁은 그걸로 해결했다. 어른들 저녁은 순대볶음이었다. 고향은 아니지만 내 인생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신림동의 대표 음식이다. 나에게는 영혼의 음식이고. 아내는 순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순대볶음은 그럭저럭 먹는 편이다. 맛있게 먹었다. 너무 기름기가 자글자글해서, 집 앞 편의점에 뛰어가 콜라를 사 와야 했지만.
저녁을 다 먹고 나서는 트리를 설치했다. 행사할 때 쓰던 게 있어서 그걸 활용했다. K와 나의 계획이자 상상은 아이들이 오순도순 모여서 각종 장식을 붙이면서 트리를 꾸미는 거였다. 아이들은 처음에 조금 신기해 하고는 정작 꾸미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계속 장난만 쳤다. 크게 상관은 없었다. 트리를 다 설치하고 나서는 케이크에 초를 꽂고 생일 축하 노래도 불렀다. 당연히 먹기도 했다. 밥을 먹고 난 뒤라 ‘조금만 잘라서 먹어도 되겠지’라며 덜어서 먹었는데 어림없는 예측이었다. 달콤한 걸 싫어하는 K의 첫째를 빼고는 모두 무서운 기세였다. 아마 케이크를 통째로 놨어도 다 없어졌을 거다.
아이들은 너무 늦지 않게(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시게를 보니 꽤 늦은 시간이었다) 재웠다. 자녀들도 친구와 함께 자는 특별한 밤이었지만,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른들의 밤을 위해서는 아이들이 빨리 자야 했다. 우리 자녀들이야 눕혀 놓기만 하면 늦게 자더라도 알아서 자니까 괜찮았다. 관건은 K의 막내였다.
쉽지 않았다. K와 K의 아내가 번갈아 가면서 들어갔다가 함께 들어갔다가를 반복했다. 결과적으로,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열 한 시가 넘어서야 모든 자녀들이 잠잠해졌다. 아, 서윤이는 이때까지도 잠들지 않았다. 사부작사부작 대며 소리를 냈다. 아무튼 서윤이가 잠들지 않았어도 어른들의 시간은 시작됐다.
간단히(?) 과자, 탄산수와 함께 대화의 장을 열었다. 다들 예전 같지 않아서 피곤을 못 이기고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 수다를 떨었다. 애나 어른이나 놀 때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