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해 뜨는 거 보러 가자

22.12.23(금)

by 어깨아빠

어제 꽤 늦게 잤는데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물론 출근할 때에 비하면 오히려 늦은 시간이었지만 ‘쉬는 날’이라는 게 뇌에 각인된 상황에서는 조금 늦어도 일어나는 게 힘들다. 일찍 일어난 이유가 있었다. 자녀들과 함께 해 뜨는 걸 보러 가기로 했다. 각 집의 막내들과 엄마들은 집에 남고 아빠들과 첫째, 둘째만 가기로 했다. 곤히 자는 소윤이와 시윤이를 깨웠다. 바로 일어났다. 그만큼 기대와 열망이 컸다.


K의 첫째와 둘째도 졸린 눈을 비벼가며 옷을 입고 있었다. 기온이 꽤 낮았다. 옷을 단단히 입혔다. 위, 아래 각각 서너 겹은 입혔다. 목도리도 하고 장갑도 챙겼다. 차를 타러 나가는 그 짧은 순간에 몰아치는 바람이 실로 매서웠다. 원래 꽤 걸어서 바위 위에 올라가서 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날씨였다. 그냥 차로 갈 수 있는 곳으로 목적지를 수정했다.


원래 해가 뜬다고 예보된 시간보다 조금 늦었는데 다행히 구름이 많아서 아직 가려진 상태였다. 감히 차에서 내리지는 못했다. 차 안에서 해가 구름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렸다. 자녀들은 엄청 흥분 상태였다. 해를 뜨는 걸 보는 것에 흥분했다기 보다는 그 아침에 친구들과 밖에 나왔다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신이 난 듯했다.


한 20여 분을 기다렸더니 구름 위로 해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잠깐 차에서 나갔다. 정말 추웠다. 살이 드러난 모든 곳을 칼로 베어 가는 것처럼 아린 바람이었다. 3분 정도 신나게 호들갑을 떨다가 다시 차에 탔다. 원래 K가 집에 가지고 온 쿠키를 먹기로 했는데 집에서 급히 나오느라 문 앞에 챙겨두고 그냥 나왔다. 내가. 소윤이가 그걸 가지고 계속 서운함을 토로했다. 토로를 넘어서 마치 나를 원망하는 것처럼 따져 물었다.


“아빠. 아까 그거 아빠가 챙겼잖아여. 왜 안 가지고 왔어여?”

“아빠. 그 에코백에도 없는 거 맞아여? 진짜 안 가지고 왔어여?”


처음에는 미안하다고, 깜빡했다고 사과하며 이야기하다가 나도 빈정이 상해서 뭐라고 했다.


“소윤아. 아빠가 일부러 안 가지고 온 것도 아니고 까먹은 건데 그렇게 아빠한테 따지듯이 물어보면 어떡해. 그건 너무 버릇이 없는 거지”


그 뒤로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원래 해 뜨는 걸 다 보고 나면 카페에 가려고 했다. 아내들이 막내들을 데리고 카페로 오기로 했다. 실현하지 못했다. 일단 해맞이가 너무 일찍 끝났다. 아내들도 일어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일단 다시 집에 가기로 했다. 아내들과 막내들은 자고 있었다. 막내들은 곧 깼다. 엄마들은 더 잤다.


아내들은 꽤 느지막하게 일어났다. 아이들 아침 식사는 전복죽이었다. K의 아내의 어머니께서 K의 아내에게 먹으라고 싸 주신 거라고 했다. 다 가지고 온 건지 아니면 일부만 가지고 온 건지 몰라서, 아이들에게 나눠 줄 때 굉장히 보수적으로 양을 책정했다. 아이들이 전복죽을 좋아할 지도 미지수였다. 역시나 안 먹는 아이들은 없었지만, 더 먹는 아이도 없었다. 딱 자기 할당량만큼 먹고 끝이었다.


조금씩 눈이 무거워졌다. K가 먼저 잠깐 눈을 붙이겠다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아내와 K의 아내가 나에게도 들어가서 조금 자라고 했지만 괜찮다며 사양했다. 딱 5분 뒤에


“아, 나도 좀 들어가서 누워야겠다”


라며 방으로 들어갔다. 쉬려고 했다. 누워서 휴대폰을 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했는데, 누운 지 5분도 안 돼서 바로 잠들었다. 거의 두 시간을 잤다. 잠깐 자려는 마음은 있었지만, 알람은 맞추지 않았다. 두 시간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머리가 아프거나 찌푸둥한 게 없었다. 너무 개운했다. 요즘은 낮잠을 자고 나면 항상 개운하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까지 모두 점심을 먹고 난 뒤에야 일어났다.


K의 가족은 점심을 먹고 갔다. 서윤이는 그때 재웠다. 난 소윤이, 시윤이와 보드게임을 했다. 우노도 하고, 빙고도 했다. 빙고를 한 건 처음이었는데 시윤이가 의외로 정확하게 규칙을 이해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서 숫자 빙고를 한 판만 했는데 다음에는 다른 주제로 해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저녁에는 나름 바쁜 일정이었다. 일단 시윤이를 데리고 미용실에 가야 했다. 그 미용실에 가는 길에 김밥을 찾아야 했고 문구점에도 들러야 했고, K네 집에도 잠시 들러야 했다. 아내와 소윤이, 서윤이는 교회에 내려주고 시윤이와 둘이 미용실에 갔다.


펌을 하느라 꽤 오래 걸렸다. 시윤이는 전혀 힘들어 하지 않고 잘 있었다. 미용실 사장님이 오히려 걱정하셨다.


“아, 애기 뭐 동영상 같은 거 안 봐도 돼요? 너무 힘들까 봐”

“아, 네. 괜찮아요”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긴 했다. 아무것도 안 보고 가만히 앉아서 한 시간 반이라니. 중간에 나와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쉬지 않고 나눈 건 아니었다. 펌을 마치고 나서는 교회로 갔다. 아내는 성탄 찬양 연습을 하고 있었다. 소윤이와 서윤이는 거기서 자유롭게 놀고 있었고. 시윤이와 나는 김밥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나중에 아내에게 들었는데 시윤이는 한 줄을 더 먹었다고 했다.


나는 서윤이를 데리고 먼저 예배당으로 올라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다른 친구들과 잘 놀고 있었고 아내도 같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굳이 내가 있을 필요가 없었다. 서윤이를 데리고 예배당에 가면 둘이 앉아서 은근히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맛에, 요즘은 일부러 조금 일찍 예배당에 올라간다.


철야예배를 마치고 집에 와서는 아내와 야식을 먹었다. 물론 아이들은 재우고. 처음으로 육회를 배달시켰다. 아내도 나도 아주 만족했다. 치킨에 비하면 훨씬 ‘건강한 느낌’이라는 왜곡된 합리화를 주고 받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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