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24(토)
오늘도 축구를 하고 왔다. 어제 밤까지만 해도
‘이렇게 추운데 할 수 있나. 다들 잘 나오려나’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나가서 뛰니 괜찮았다. 그 추운 날에 새벽같이 나와서 축구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더 있다는 게 놀라웠다. 아무튼 여느 날과 다름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집에 들어서는데 시윤이의 괴성이 들렸다. 소리만 듣고도 시윤이의 모습이 상상이 되는 소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시윤이는 아내의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뭔가 잔뜩 흥분한 상태로. 시윤이의 그런 모습을 몰랐던 건 아니기 때문에 놀랍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다. 듣기는 자주 들었어도 막상 내가 있을 때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바로 시윤이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강도 높은 훈육의 시간을 가졌다. 높았던 강도만큼 진한 사랑의 시간도 나름대로 가진다고 가졌는데 시윤이가 어떻게 느꼈을지는 모르겠다. 깊이 침잠되지 않고 금세 자기 흥을 찾은 걸 보면 적어도 ‘감정의 훈육’은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뭐 실제로 감정이 전혀 섞이지 않긴 했지만.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확실히 아내보다는 내가 시윤이에게 더 마음이 너그럽다(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다. 아내는 내가 보지 못한 시윤이의 모습을 너무 많이 봐서 나에 비하면 ‘그저 귀엽게’ 봐 주는 게 잘 안 된다). 이렇게 말하면 나는 시윤이에게 천사인 것 같지만, 그런 건 아니다.
오늘도 바빴다. 바쁘다기 보다는 계속 교회에 있어야 했다. 우선 교회에 가기 전에 소윤이 대표 기도 연습을 했다. 내일 성탄예배를 모든 성도님들이 함께 드리는데 그때 소윤이가 기도를 해야 했다. 소윤이가 직접 쓴 기도문을 조금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옮겨서 출력했다. 소윤이도 어른 예배에서 대표 기도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쓴 기도문을 읽는 연습을 했다. 몇 가지 기억해야 할 사항을 일러주고 바로 적용해서 연습을 하도록 했는데, 깜짝 놀랐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습득과 적용이 빨랐다. 내가 말한 걸 바로 적용하는 게 신기했다. 새삼, 소윤이는 손과 말에 재주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흡수력 좋은 소윤이 덕분에 짧고 굵게 연습을 하고 마쳤다.
처치홈스쿨의 성탄 찬양 연습도 있었다. 시간으로 따지면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금방 끝났다. 그래도 집에 올 수는 없었다. 아내(여전도회)의 성탄 찬양 연습도 있었다. 시간이 바로 붙어 있었으면 좀 나았을 텐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한참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아내는 친구와 함께 잠시 어디를 다녀온다고 했다. 그나마 서윤이가 잠이 들어서 좀 나았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블루마블을 했다.
축구를 하고 막 집에 왔을 때는 잠이 쏟아졌는데 교회에 가서 찬양을 했더니 잠이 좀 달아났다. 그러다 아내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다시 몸이 노곤해졌다. 마침 바닥도 뜨끈뜨끈했다. 자기는 어려웠다. 잠에서 깬 서윤이를 봐야 했다. 서윤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많아서 편히 자기에는 어려운 곳이었다. 자고 싶으면 어딘가로 잘 숨어야 했다.
아내를 기다린 시간만 두어 시간 정도 됐나 보다. 그야말로 한 건 없었지만 지쳤다. 드디어 아내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집으로 갈 수 있는 시간이 됐지만, 나의 일정이 남아 있었다. 나(남선교회)의 성탄 찬양 연습이 있었다. 그래도 교회에 계속 남아 있는 건 아내와 아이들에게 너무 무리일 것 같아서 일단 집에 갔다가 나만 다시 오기로 했다.
하루 종일 밥을 제대로 안 먹었더니(아침은 부침개, 점심은 빵) 밥이 먹고 싶었다. 뭐가 됐든 뜨끈하고 칼칼한 국물과 함께. 이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켜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아내가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여보. 지금 집사님이랑 사모님이 저녁을 만들고 계시다는데 우리도 먹고 갈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 먹고 갈래요?”
당연히 그러자고 했다. 집에 가서 먹든 밖에서 먹든 번거로울 일이었다. 교회에서 먹고 가면 따로 저녁 고민을 안 해도 되고, 난 집에 갈 필요도 없었다. 아내만 아이들과 함께 가면 됐다.
저녁을 교회에서 먹기로 한 건 올해 들어 가장 후회 없는, 반대로 말하자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크게 후회했을 일이었다. 칼칼한 된장찌개와 너무 맛있는 바비큐 돼지고기를 먹었다. 아내와 둘이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주린 배와 밥을 향한 욕구를 채웠다.
아내에게 뒷정리를 맡기고 성탄 찬양 연습을 하러 갔다. 한 시간 정도 연습을 했는데 아내와 아이들은 그 사이 집으로 갔다. 집에 들어서니 소윤이와 서윤이만 보이고 아내와 시윤이는 화장실이었다. 아내는 마지막으로 시윤이를 씻기는 중이었다. 약식이 아닌 정식(샤워)으로.
아내도 나도 피곤의 파도에 허덕였다. 아이들을 눕히고 잠시 소파에 앉아서 쉬는데 둘 다 꾸벅꾸벅 졸았다.
“아, 졸리네”
“그러게. 너무 피곤하네”
그럼 바로 자면 되는데, 그건 또 싫어서 졸다 깨다를 반복했다. 마치 거울인 듯 나와 똑같이 졸고 있는 아내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