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25(주일)
평소보다 일찍 교회에 갔다. 날이 날이니 만큼 하루 종일 바빴다. 이사 오기 전까지 다니던 교회는 작은 교회가 아니라 성탄절이어도 그리 바쁠 게 없었다. 지금 다니는 교회는 한가하기가 어렵다.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나와 아내, 아이들이 차례대로 성탄 찬양 연습을 하느라 분주했다.
소윤이는 대표 기도도 해야 했다. 어제 강단에 올라가 나름대로 사전 연습을 했는데, 오늘 가 보니 강단의 구조가 바뀌어 있었다. 소윤이에게 다시 위치와 동선을 알려줬다. 별로 떠는 느낌은 아니었다. 나의 설명을 덤덤하게 들었다.
예배가 시작됐다. 난 갑자기 드럼을 치게 됐다. 반주를 하고 있는데 소윤이가 목사님을 따라서 강단 위로 올라갔다. 목사님 옆 자리에 앉아서 자기 순서를 기다렸다. 소윤이와 눈이 마주쳐서 눈웃음을 건넸는데 답장은 없었다. 겉으로는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았지만 떨고 있는 건가 싶기도 했다. 소윤이의 기도 순서 전에 찬양이 끝났고 아내와 시윤이, 서윤이가 있는 자리로 갔다. 대표기도 순서가 되고 소윤이가 마이크 앞에 섰다. 내가 일러 준 사항을 잘 기억하는 듯 또박또박 기도문을 읽어 내려갔다. 청승맞지만, 괜히 뭉클했다. 사실 어제 알려 준 것들을 잘 지키는지 아닌지는 관심이 없었다. 마냥 기특했다. 기도하는 소윤이를 위해 기도하며 소윤이의 기도를 들었다.
“소윤아 안 떨렸어?”
“네. 별로 안 떨렸어여”
나중에 자세히 들어 보니 떨리긴 했지만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떨린 건 아니었다고 했다. 표현이 정확한 소윤이는 이렇게 얘기했다.
“다음에 또 하라고 하면 할 수는 있지만 하고 싶지는 않아여”
처치홈스쿨에서는 영어 찬양을 준비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각각 맡은 솔로 부분이 있었다. 이때는 시윤이가 기특했다. 소윤이에 비하면 아직 훨씬 부족한 실력이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덜 정확한 발음과 음정이었지만 끝까지 열심히 부르는 게 대견했다. 아내와 내가 자주 얘기하지만, 성실함과 꾸준함에 있어서는 오히려 시윤이가 더 많은 달란트를 가졌다. 시윤이는 의외로(?) 진득한 면이 있다.
예배를 모두 마치고 난 뒤에는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는 노방전도를 하러 가기로 해서 계속 교회에 있어야 했다. 해수욕장 한 가운데 서서 찬양을 해야 했다. 앞에 나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방한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은 복장이었다. 우리 가족 모두. 노방전도 하러 가는 길에 잠시 집에 들러 모두 겉옷을 바꿔 입었다.
한 시간 정도 밖에 서서 찬양도 하고 작은 선물도 나눠줬다. 올 겨울의 가장 추웠던 날 만큼 춥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가랑비에 옷이 젖듯, 찬바람을 계속 맞으니 몸에 한기가 돌기 시작했다.
“아빠. 너무 추워여어어. 힘들어여어. 안아주세여어”
서윤이가 너무 추워서 힘들다며 유모차를 타겠다고 했다. 유모차는 교회에 두고 와서 없었다.
“아빠. 머리가 너무 추워여어”
뭔가 안쓰러웠다. 머리가 별로 없어서 더 추운 건가 싶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적극적으로 선물을 나눠주지 못했다. 그런 걸 해 본 적이 별로 없기도 하고 성격의 영향도 있었을 거다. 날 닮았다면 충분히 그럴 만했다. 다른 친구들이 뛰어가서 나눠주는 모습을 보며 웃기는 했는데 같이 가서 나눠주지는 않았다. 나중에 거의 끝날 무렵이 되어서는 조금씩 나눠주는 듯했다.
노방전도를 마치고 다시 교회로 갔다. 군고구마를 조금씩 나눠 먹고 저녁으로 치킨과 피자를 먹었다. 스무 명 남짓한 사람이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정신이 없었다. 점심을 꽤 배부르게 먹고 중간에 커다란 군고구마도 하나를 먹었더니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다. 거기에 소란스럽기 그지없는 환경이라 별로 생각이 없었다.
교회에 있을 때도 피곤하긴 했지만, 집에 오니 피곤이 폭발했다. 항상 그렇지만. 성탄의 마지막 순서로 간단하게 찬양이라도 부르면서 가정예배를 드릴 지 말 지를 계속 고민했다. 너무 피곤해서 고민이었다. 그러다 왠지 그대로 자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아서 예배를 드리자고 했다. 나도 나였지만, 아내가 엄청 피곤해 보였다. 아내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그냥 드리지 말고 자자고 했는데, 아내는 괜찮다면서 드리자고 했다.
예배는 잘 드렸지만 책 읽기가 힘겨웠다. 아내가 읽어줬는데 아내는 한 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한 단어 읽고 꾸벅꾸벅 졸거나 제대로 끝맺음을 하지 못하고 웅얼거리며 정신을 잃었다. 한 문장 읽을 때마다 반복이었다. 소윤이나 시윤이가 별 말을 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아이들을 모두 눕히고 교회에서 싸 온 치킨을 조금 먹었다. 역시 치킨은 오붓하고 조용하게, 아내와 둘이 앉아서 먹어야 제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