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07(토)
아내의 조카의 돌잔치가 있었다. 지인의 지인까지 초청하는 전통(?)적인 돌잔치는 아니었고 직계 가족만 참여하는 축하의 자리였다. 돌잔치는 저녁이라서 아침부터 바쁘지는 않았다. 게다가 우리(가족)은 참석의 의무(?)만 부여되었기 때문에 따로 준비할 것도, 부담도 없었다. 대신 다시 집으로 오는 날이라 다시 짐을 싸야 했다. 점심을 먹으러 나가기 전에 짐을 싸서 차에 실었다. 드디어 집으로 돌아간다는 반가움과 어느새 5일이 흘렀나 하는 아쉬움과 언제 내려가나 싶은 두려움이 공존했다.
점심은 차로 조금 가야 하는 곳에서 먹었다. 작년 이맘때 즈음 아이들을 데리고 얼음 썰매장에 갔다가 들렀던 식당이었다. 오늘도 소윤이와 시윤이는 장인어른, 장모님과 함께 앉았다. 아내와 나는 서윤이를 데리고 앉았다. 서윤이를 먹이는 게 힘들지는 않았다. 서윤이의 다소 불성실한 식사 태도를 지도하면서 먹는 게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먹고 나서는 카페에 갔다. 카페로 갈 때는 아내가 운전을 했다. 살짝 졸리기도 했고, 저녁의 장거리 운전을 대비해 미리 잠을 자 둘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 살짝 졸린 게 아니었나 보다.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었다. 카페가 그리 멀지는 않았기 때문에 금방 도착했다. 잠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마침 서윤이도 자고 있었다.
“여보. 난 차에서 서윤이랑 조금 더 잘까 봐”
“그럴래? 그럼?”
서윤이가 깨면 들어갈 생각으로 다시 잠을 청했다. 역시나 금방 잠들었고 아내와 아이들,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다시 카페에서 나왔을 때 깼다. 서윤이는 이때도 자고 있었다. 다시 장인어른과 장모님 집으로 갔다. 장모님이 싸 주신 반찬거리를 챙겨 나와야 했다. 역시나 아내가 운전을 했고 집에 올라갔다 오는 것도 아내가 했다. 난 계속 잤다. 돌잔치 장소에 갈 때도 아내가 운전을 했고, 마찬가지로 난 잤다.
돌잔치 장소는 시윤이와 서윤이가 돌잔치를 했던 곳이었다. 앞선 두 번은 당사자여서 정신이 없고 분주했는데 이번에는 완전한 객이 되어서 한가로웠다. 첫 돌을 축하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자꾸 옛 생각이 났다. 시윤이와 서윤이의 첫 돌이 나름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첫 돌의 순간을 지나고 있는 형님네 부부가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이미 거쳐간,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을 남겨두고 있는 게 부럽다면 부러웠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어떤 자리인지 정확히 아는 것처럼 적절히 행동했다. 주인공인 사촌동생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틈틈이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에게 오셔서 아는 체를 하시고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셨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떠날 때가 되었다. 우리가 먼저 떠나기로 했다. 아내와 나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아이들은 따로 갈아입히지 않았다. 캐리어를 꺼내는 게 너무 번거로운 일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 모두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탁자 밑에 숨고, 나오라고 가자고 해도 오지 않고. 인사의 시간이 길었다. 네댓 번은 인사를 했나 보다. 안에서 한 번, 나와서 한 번, 차에 타면서 한 번, 차에 타서도 한 번, 떠나면서도 한 번.
“할머니, 할아버지 안녀어어어어엉”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씩씩하게 인사를 했고, 나란히 선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손을 흔들지 못하셨다. 장모님은 울고 계셨다.
근처에 있는 도넛 가게에서 미리 주문해 놓은 도넛을 찾았다. 카페에서 커피도 샀다. 400km의 운전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치고 출발했다. 낮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잔 게 너무 적절한 한 수였다. 전혀 졸리지 않았다. 아주 개운하고 쌩쌩했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 모두 한 시간 쯤 지났을 때 잠들었다. 의외로 아내가 잠들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난 뒤로 한 숨도 안 잔 건데 졸지도 않았다.
어제만 해도 새벽 두세 시에 도착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예상시간은 열 두 시 무렵이었다. 차가 하나도 막히지 않았고, 쉰 것도 딱 한 번이었다. 화장실만 얼른 다녀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계속 자다가 한 시간 정도 남겨두고 깼다. 한 다섯 시간 정도 걸렸나 보다.
집이 무척 반가웠다. 더군다나 가기 전에 깨끗하게 정리를 해 놓고 가서 더 반가웠다. 도착해서도 짐을 옮기고 풀고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서윤이는 아예 안 깼다. 그대로 밤잠이었다. 많이 피곤했나 보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푹 자고 일어나서 기운을 차린 듯 까불까불했다. 다시 잠드는 데도 시간이 조금 걸렸다.
이제 언제 보나 싶은 ‘멀어짐’이지만, 아마 조만간 또 보게 될 거다. 멀어진 후로 계속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