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08(주일)
나는 반주, 아내는 싱어를 해야 해서 조금 더 일찍 교회에 갔다. 피부로 느낄 만큼 피로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아침에 일어나기 버거웠던 걸 보면 여파가 아예 없지는 않은 듯했다. 아이들도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 다만 다들 콧물과 기침이 조금씩 심해지기는 했다.
교회에 꽤 일찍 갔다. 아내와 나야 연습을 한다고 쳐도 소윤이와 시윤이는 할 게 없었다. 아동부 예배를 드리러 가기 전까지 예배당에 앉아 있게 했다. 서윤이를 돌볼 사람이 필요해서 그렇게 했는데 무용지물이었다. 서윤이는 언니와 오빠에게는 통제 받지 않겠다는 듯, 아내가 있는 앞쪽으로 나왔다. 연습 때야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괜찮았지만 예배가 시작되면 곤란한 일이었다. ‘누군가 봐 주겠지’하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다.
아내는 예배가 시작되기 전에 서윤이를 맨 앞자리에 앉혔다. 원래 우리가 항상 앉는 맨 뒷자리에 앉히려고 했는데 서윤이가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럼 맨 앞자리는 어떠냐고 했더니 그건 괜찮다고 하길래 거기 앉혔다. 아내와 거리도 가깝고 잘 보이니까 어느 정도 안정이 되는 듯 얌전히 앉아서 손을 빨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서윤이가 앉은 줄에 항상 앉으시는 장로님이 오셨다. 환하게 웃으시며 서윤이에게 아는 척도 하고 서윤이를 안아 주기도 하셨다. 서윤이는 점점 울상이 됐다. 그저 울상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조치가 필요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한 집사님이 서윤이를 안고 예배당 뒤로 가셨다. 어디선가 달래 주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잠시 후 서윤이가 대성통곡을 하며 예배당으로 들어왔다. 아마 집사님께서 서윤이를 아동부 예배를 드리는 1층에 데려다 주신 듯했다. 거기에는 언니도 있고, 오빠도 있고, 서윤이가 좋아하는 K 삼촌도 있으니까. 아무것도 먹히지 않았나 보다. 결국 아내가 마이크를 내려 놓고 서윤이에게로 갔다. 아내는 서윤이를 안고 앞자리에 앉아서 마이크를 들고 찬양을 했다. 더 어린 시절의 서윤이였다면 누구에게든 가서 잘 있었을 텐데 오히려 조금 커서 더 낯을 가린다.
오랜만에 교회의 점심이 흥미롭지 않았다. 나물 반찬만 두 가지나 있었다. 가리는 건 없지만 좋아하지 않는 건 있다. 좋아하지 않아도 대체로 잘 먹지만 정말 안 좋아하고 안 먹는 게 있다. 그게 나물이다. 특히 향 없는 나물류. 그래도 미역국이 맛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이켰다가는 입 안이 모두 벗겨질 만큼 뜨거웠다. 난 뜨거운 국을 좋아한다.
오후 예배 때는 특송을 해야 했다. 그때는 서윤이가 잘 있었다. 잤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서윤이가 의자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잘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오후 예배가 교회에서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더 놀지 못하는 걸 무척 아쉬워했다. 아쉬움을 넘어 뾰로통의 경계선까지 이르렀다. 다행히 거기서 잘 추슬렀다.
집 근처의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들어가려고 했는데 아내가 갑자기 샌드위치를 얘기했다.
“아, 000 샌드위치 먹고 싶다”
아내가 뭔가 먹고 싶다고 하면, 난 추진하도록 부추기는 편이다. 아내가 뭐 어마어마한 걸 먹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작은 행복을 누릴 땐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급히 차를 돌려서 샌드위치 가게로 갔다. 이전에 먹어 본 적은 있었다. 엄청 맛있긴 했다. 샌드위치만 맛있게 파는 줄 알았는데 엄청 젊은 곳이었다. 젊은이들이 가득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분위기랄까. 샌드위치와 토스트를 시켰다. 커피도 시키고. 샌드위치는 엄청 맛있었고 토스트도 상상하는 딱 그 맛있는 맛이었다. 다만 토스트와 함께 나오는 줄 알았던 스프레드가 별도 구매라는 걸 알고 놀랐다. 가격을 듣고는 한 번 더 놀랐다.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아내와 나는 샌드위치를 먹었고 아이들은 토스트를 먹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이가 들수록 양보다 질이 좋지만 너무 양보다 질이면 조금 아쉽기는 하다. 가게 앞에 놀이터가 하나 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가게에 들어갈 때부터 ‘저기서 조금 놀면 안 되냐’고 물어봤다. 날씨가 엄청 춥지 않아서 잠깐 놀기로 했다. 정말 잠깐, 한 15분 놀았다. 해가 지니 쌀쌀하기도 했고 더 지체하면 한없이 늦어질 시간이기도 했다.
저녁 반찬은 많았다. 어제 돌잔치에서 남은 반찬, 장모님이 싸 주신 반찬, 교회에서 받은 미역국 등. 돌잔치에서 남은 반찬과 교회에서 싸 준 밥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너무 좋다. 정신적으로 고민을 안 해도 되고 육체적으로 수고도 안 해도 되고.
휴가였지만 정작 아내와 시간을 보낸 건 영화를 본 정도였다. 아이들을 재우고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가벼운 이야기부터 깊고 무거운 이야기까지. 역시 아무리 몸이 편해도 아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큰 휴가다. 휴가는 끝났고 내일은 다시 일상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