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바로 아플 줄이야

23.01.09(월)

by 어깨아빠

결국 소윤이가 아팠다. 시윤이와 서윤이도 비슷하게 기침과 콧물 증상이 보였는데 소윤이는 아예 기운까지 없었다. 아침부터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했다. 계속 누워 있기만 하고. 지난주의 일정이 아이들에게도 워낙 피곤해서 다녀오면 아플지도 모른다고 예상은 했지만, 월요일부터 바로 이럴 줄은 몰랐다. 시윤이와 서윤이는 멀쩡했다. 기침도 많이 하고 콧물도 많이 흘리긴 했지만 기운은 오히려 넘쳤다.


소윤이에게 먹고 싶은 게 없냐고 물어봤는데 별로 생각이 안 난다고 했다. 정말 기운이 없었나 보다. 나중에 한살림 요거트가 먹고 싶다고 했다면서, 아내가 전해줬다. 마침 시내여서 한살림에 가서 요거트 두 병을 샀다. 아내에게도 필요한 게 있으면 말을 하라고 했는데 별 응답이 없었다. 당연히 빵을 얘기할 줄 알았는데. 점심을 먹고 동네로 이동했다. 아내는 퇴근할 무렵이 되어서야 필요한 아니 먹고 싶은 걸 얘기했다. 아내가 미리 주문을 해 놓고 난 찾기만 했다. 뭔지도 몰랐다. 대충 빵 종류라는 것만 알았다.


소윤이는 정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계속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에 비해 시윤이와 서윤이는 엄청 날뛰었다. 밉게 날 뛴 건 아니고, 보고 있으면 피식 웃음이 나오는 그런 방정맞음이었다. 아, 물론 이것도 나의 시선에서만 그렇다는 거다. 아내의 눈에는 안 그렇게 보였을 거다. 시윤이는 내가 집에 오기 직전에도 정리하는 게 싫다면서 가당치도 않은 짜증을 냈다고 했다.


“아, 누나는 좋겠다. 정리 안 해도 돼서”


아파서 누워 있는 누나를 이런 식으로 활용(?)하면서. 아내 말로는 시윤이의 깐족거림에 자기가 당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봐도 그렇다. 시윤이 특유의 뻔뻔함과 깐족거림이 아내의 화를 돋운다. 아내는 오늘도 여러 번 ‘대노’하고 여러 번 사과했다고 했다. 엄마의 사과를 받은 시윤이도 완전한 자의로 사과를 하며 용서를 구했고. 내가 퇴근하고 본 가정의 모습은, 평안이었지만.


소윤이는 계속 누워 있을 뿐만 아니라 엄청 끙끙 앓았다. 숨을 쉬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코도 막히고 가래도 꽉 차서 그런지 숨소리도 안 좋았다. 누워서 잠들었다가 깨서 끙끙대고 다시 잠들었다가 또 깨서 앓고 그랬다. 서윤이는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했다. 겉으로는 멀쩡했는데 정확하게 배가 아프다고 했다. 진짜 배가 아픈 건지 아니면 배가 아닌 다른 곳이 아픈 건지는 모르겠지만, 평소 서윤이를 생각하면 허튼 말은 아닌 듯했다. 진짜 어디가 아프거나 조금 불편한 것 같았다. 그게 정확히 어디인지, 어떻게 아픈 건지 알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소윤이는 계속 안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밤에도 아내가 옆에서 자야 했다. 특별히 보살필 건 없지만, 아마 소윤이가 그걸 원할 듯했다. 낮에도 소윤이는 엄마와 붙어 있고 싶었는데 자비롭지 못한 동생들 덕분에, 아파도 엄마를 양보해야 했다.


“그럼 난 애들 방에서 자야겠다”

“서윤이 옆에서 자려고?”

“아니. 오늘은 아들 옆에서 잘래”


자고 있는 서윤이 옆에 앉아서 한참 동안 쓰다듬고 손도 만지고 나서, 시윤이가 누워 있는 침대 1층에 누웠다. 다소 좁기는 했지만 매트리스의 탄성은 나쁘지 않았다. 시윤이의 손을 잡는 느낌도 좋았고. 시윤이도 서윤이처럼 손이 통통한 편이다. 잡으면 굉장히 기분이 좋다.


알람을 맞춘 휴대폰을 오랜만에 베개 밑에 넣었다. 한 번 울리자마자 꺼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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