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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Mar 18. 2023

오랜만에 연애 감성

23.01.13(금)

이른 아침부터 바빴다. 남편을, 아빠를 KTX 역에 데려다 주기 위해 온 가족이 움직였다. 비도 추적추적 내렸다. KTX역 주차장에 자리가 많지 않아서 좀 멀리 차를 대고 걸었는데, 잠깐이었지만 만만하지 않은 여정이었다. 비가 오니 굳이 내리지 말고 바로 가라고 했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떠나는 나를 배웅하겠다며 역 안까지 동행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움직이는 기차를 따라 걸으며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고마운 일이다. 고작 1박 2일의 출타에도 이렇게 열심히 이별 인사를 건네주니. 아내와 아이들만 두고 나 혼자 집을 떠나는 건 참 오랜만이었다. 하필 아내가 몸이 좀 안 좋은 게 걱정스러웠다. 나를 기차에 태우고 다시 차로 돌아가는 여정도 힘들었다고 했다. 비가 크게 한 몫 했다.


낮에는 정신없이 바빴기 때문에 연락할 겨를이 없었다. 한 번씩 연락을 하긴 했지만 아주 잠깐이었고, 모든 일정을 끝내고 난 뒤에야 마음 편히 통화를 했다. 아내는 친구(K의 아내)네 집에 갔다 왔다고 했다. 오후 쯤 가서 저녁을 먹고 왔다고 했다. 아내는 여전히 몸이 안 좋다고 했다. 목이 아프고 머리도 조금 아프다고 했다.


원래 아이들을 재워 놓고 혼자 여유로운 금요일 밤을 즐길 거라고 했는데 그러기 어려워 보였다. 피곤이 몸을 지배하고 있었고 목과 머리의 통증도 여전했다. 아내의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소파에 힘없이 앉아서 한참 동안 시간을 보냈을 거다. 아내와 30분이나 통화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오래 통화할 일이 없다. 같이 사니까.


“잠 안 오면 또 카톡해요”


아내가 통화를 끊으며 얘기했다. 자려고 누워서 카톡을 보냈다.


“연애감성이네”

“오랜만이다 카톡”


그러고 나서 아내는 아이들 사진과 동영상을 보냈다. 그게 끝이었다. 연애감성을 추구했지만 그때와 다른 저질 체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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