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14(토)
원래 돌아가는 기차표를 저녁 시간으로 예매했는데 예상보다 일정이 일찍 끝나서 앞당겼다. 아내는 어제보다 목이 많이 아프다고 했다. 일을 모두 마치고 나니 시간이 조금 남았다. 근처에 있는 서점에 구경을 좀 하려고 갔는데 문득 아이들 선물을 사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윤이 선물로는 처음에 마스킹 테이프를 골랐다. 소윤이가 좋아하는 연보라색 마스킹 테이프를 찾아서 돌고 또 돌았다. 그러다 갑자기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보석 자수’
난 어떻게 하는 건지 전혀 모르지만 소윤이가 엄청 좋아한다. 비싸지 않은 거라 질이 어떨지 의문스럽긴 했지만 다른 문구점에서 파는 게 다 비슷한 가격이긴 했다. 그 다음으로는 서윤이 선물을 골랐다. 스티커북인데 색칠도 할 수 있으면서 너무 비싸지 않은 게 있었다. 바로 그걸로 골랐다. 사실 서윤이 선물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아직은. 그게 뭐든 ‘자기 것’이 있다는 게 더 중요하니까. 시윤이 선물이 어려웠다. 문구점에서 파는 대부분의 물건은 시윤이의 취향이 아니었다.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양말이 보여서 집어 들기는 했는데 뭔가 석연치 않았다. 다시 내려놨다.
‘시윤이 선물은 그냥 먹는 걸 사 줘야겠다’
아내에게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남편을 활용할 기회를 제공했다. 근처에 맛있는 빵 가게를 찾아 보고 사 가야 할 걸 알려달라고 했다. 아내는 바빴는지 아니면 찾지 못한 건지 한참 동안 답이 없었다. 다시 전화를 하고 나서야 근처에 있는 카페 한 곳을 알려줬다. 내가 알아서 고르면 된다고 했다. 멋쟁이 젊은이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아내가 먹을 빵 두 개와 시윤이의 선물로 줄 초코브라우니를 골랐다.
아내는 오늘도 데리러 나온다고 했다. 집에 갈 때는 급할 게 없으니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나온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차라리 데리러 나오는 게 혼자 아이들 셋과 집에 있는 것보다 나아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나는 급할 게 없지만, 아내는 급할 게 있었나. 아무튼 아내와 아이들을 다시 기차역에서 만났다. 하룻밤이었지만 무척 반가웠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나에게 편지를 건넸다. 아이들도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나 보다. 하루였지만 보고 싶었고 너무 반갑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아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몸이 훨씬 안 좋았다. 오늘만 감기약을 두 번이나 먹었다고 했다. 목소리가 말이 아니었다. 약을 두 번이나 먹었지만 상태는 점점 안 좋아졌다. 내일 찬양단에서 솔로를 맡은 게 있었는데, 인도하시는 집사님에게 그것도 못하고 아예 찬양단도 못 설 거 같다고 말씀드렸다. 아내는 그 몸으로 저녁 준비도 했다. 내가 하겠다고 했는데 한사코 거절했다.
“여보. 어제 오늘 고생하고 왔잖아. 오늘은 그냥 내가 좀 해 줄게”
아내는 일찍 자러 들어갔다. 난 더 일찍 자러 들어가기를 바랐지만, 아내에게 그건 무리였다. 자정을 넘기기 전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