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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Apr 05. 2023

과메기는 거들 뿐

23.01.19(목)

오늘은 밤에 일정이 있었다. 대신 아침에 조금 늦게 출근했다. 어제 자기 전까지만 해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이것저것 하려고 했는데, 막상 날이 밝으니 모처럼의 늦잠 기회를 그렇게 쓰고 싶지 않았다(주말의 늦잠과는 또 다른 느낌이니까). 나도 꽤 늦게 일어났는데 아내도 그때까지 계속 자고 있었다. 아내는 어제 슬퍼하다가 기뻐했다.


“여보. 나 내일 늦게 오는 거 기억하지?”

“아, 맞다. 내일인가?”

“그래도 힘내. 금요일부터 쉬잖아”

“아, 맞다. 너무 좋네”


아내가 시윤이 사진을 보냈다. 강력한 훈육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 한참을 안겨 있다가 잠들었다고 했다. 안방 맨바닥에 덩그러니 쓰러지듯 잠든 모습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자고 일어나서는 또 오랜 시간을 울면서 짜증을 냈다고 했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 자기가 일어났는데 엄마가 오지 않았다는 게 시윤이가 말하는 이유였다. 아마도 잠투정을 부리는 자기를 와서 달래거나 안아주지 않는 것이 핑계가 되었나 보다. 과연 독감이어서 축 처진 아들을 간병하는 게 힘들까 아프지는 않지만 짜증을 폭발시키는 아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힘들까.


저녁에는 K의 아내와 자녀들이 집에 놀러 왔다고 했다. 저녁도 먹고 갔다고 했다. 덕분에 늦은 시간에 퇴근을 했는데도 아이들이 아직 자기 전이었다. 막 집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자기 자리에 누워 있기는 했지만 자는 건 아니었다. 소파에 앉아 있는 아내와 인사를 나누고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아내에게도 이런 시간이 있다면 조금 더 애틋해지고 그리워 질 텐데. 자녀들과 짧지만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나왔다. 제대로 된 하루의 마침표를 찍은 느낌이었다.


“얘들아. 늦었고 아빠 얼굴 봤으니까 이제 얼른 자. 아빠 내일 쉬니까 내일도 많이 놀자?”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과메기를 보내주셨다. 나도 저녁을 든든히 먹었고 아내도 저녁을 배부르게 먹어서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가장 신선할 때 먹지 않으면 아쉬울 것 같았다. 과메기가 배가 부르는 음식도 아니고. 먹기로 했다. 살면서 과메기를 먹어 본 게 몇 번 안 되는데, 너무 맛있었다. 누가 보면 철마다 챙겨서 먹는 사람처럼 연신 감탄을 하며 먹었다.


행복했다. 과메기 때문이 아니라, 고된 하루 혹은 고된 한 주를 마치고 아내와 마주 앉아 수다를 떠는 시간 때문에. 앞으로 5일이나 쉰다는 생각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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