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31(목)
예정대로 아내는 대학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고, 난 간만에 차를 두고 출근했다. 난 내일부터 쉬어서 오늘 설 선물을 전달해야 했는데, 차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양 손에 배숙 상자를 두 개씩 들고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탔다. 조금 더 무거웠거나 걷는 거리가 길었으면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
일 끝나고 나서도 버스를 탔다. 대신 아내가 있는 합정으로 가는 거라 집으로 갈 때보다는 훨씬 덜 수고스러웠다. 늘 보기만 하던 2층 버스를 타고 30분 만에 합정에 도착했다. 아내도 내 시간에 맞춰서 친구네 집에서 나왔다.
애들까지 대동해서 합정에 나온 건 오랜만인 데다가 내일 출근도 안 하니 뭔가 불타는 목요일을 보내야 할 것만 같은 설렘이 있었다. 아내에게도 나에게도. 설레는 마음에 비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뭐 밥 먹고, 커피 마시고. 그마저도 얘네 둘 데리고는 쉽지 않을 때가 많지만.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아내가 가 본 적이 있는 [우동 카덴]에 가기로 했다. 과연 소윤이, 시윤이랑 적합한 곳인지 확신은 없었지만, 엄청 협소한 가게는 아니라 일단 시도해 봤다. 우동은 애들 먹이기에 (영양적으로) 그리 적합한 메뉴는 아니지만, 주먹밥이나 미니돈부리 같은 걸로 보충하면 된다. 면류의 최대 장점은 애들 기분이 최악만 아니라면, 은근히 혼자 가지고 놀면서 꽤 오랜 시간 버틸 수 있게 해 준다는 거다. 뭐 소윤이야 어디서 뭘 먹든 별로 방해가 되지 않고, 시윤이가 관건이다. 오늘은 우동하고 궁합이 좋았다. 그릇에 면을 좀 놔줬더니 혼자 손으로 집어서 쪽쪽 잘 빨아먹었다. 평소대로라면 애들이랑 같이 먹기에 조금 부족한 양이었지만, 아내가 배가 부르다며 별로 먹지 않아서 다들 배불리 먹었다. (아, 나만 배불리 먹었나?) 유명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무사히 식사를 마칠 수 있게 도와준 애들, 특히 시윤이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얘네 둘과 함께 갈 만한 카페가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 아내가 가봤던 곳 중 하나를 골랐다. 어차피 오래 있을 수는 없으니, 앉자마자 일어날 각오로 그냥 우리가 가고 싶은 카페로 갔다. 염려했던 것보다는 소란스러워서 다행이었다. 커피와 함께 [모두가 편안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조용한 대화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힌 뭔가를 함께 받았다.(이것의 이름이 뭔지 모르겠다) 다들 주인장의 부탁을 처참히 무시하고 있는 듯했다. 근처 편의점에 가서 애들 먹일 우유와 소세지를 사서 체류시간을 조금 늘려 보고자 했다. 시윤이는 딱 소세지 먹을 만큼은 잠잠히 앉아 있었다. 소세지를 모두 먹고 난 뒤에는 아내가 챙겨 온 쿠키로. 쿠키도 다 떨어지고 난 뒤에는 집으로.
밖에 나가자고 난리 치더니 막상 데리고 나와서 차에 태우려고 하니까 차에 안 타겠다며 버팅겼다.
"시윤아. 니가 나가자고 했잖아. 나가면 집에 가는 거라고 말도 해줬지? 얼른 타"
타기 전까지는 격렬히 저항하지만 막상 앉고 나면 금방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시윤이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전혀 기대가 없었는데 둘 다 차에서 잠들었다.
고맙다. 얘들아. 협조해줘서.
아내랑 영화 보는 것으로 연휴를 시작했다. 간만에 영화도 끊기지 않고(누구도 중간에 깨지 않고) 끝까지 봤다.
기왕 협조하는 거 내일 아침에도 파격적으로 협조해 줘라. 얘들아.
(그럴 리 없다는 거 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