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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May 30. 2023

남아나지 않는 첫째의 이름

23.01.29(주일)

평소보다 두 시간 정도 일찍 교회에 갔다. 1부 예배 때 기도를 했다. 나만 일찍 가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아내도 식당 봉사 당번이라 1부 예배를 드려야 했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가야 하니 자녀들은 자동으로 따라왔다. 덕분에 아침이 매우 분주했다. 소윤이의 존재감을 크게 실감한다. 분주하게 외출 준비를 할 때마다. 나나 아내보다 소윤이를 더 많이 부른다.


“소윤아. 서윤이 기저귀 좀”

“소윤아. 시윤이 양말 좀”

“소윤아. 건조기에 가 봐”


1부 예배가 끝나고 곧바로 2부 예배 준비와 연습이 시작됐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동부 예배를 드리러 내려가고 지난 주처럼 서윤이 혼자 남아서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지켜봤다. 과연 이번 주는 서윤이가 울지 않고 엄마와 아빠를 잘 기다려 줄 지 궁금했다. 다행히 오늘은 아내가 끝까지 무사히 마이크를 들고 서 있었다. 찬양이 끝나고 서윤이에게 가자 엄청 환하게 웃으며 맞아줬다. 마치 잘 기다리고 있었던 걸 칭찬해 달라는 표정으로.


오후에는 다른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아내와 내가 신혼 시절에 다녔던 교회였다. 예배를 드리는 건 엄청 오랜만이었는데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소윤이는 그 교회에서 세례를 받기도 했다. 그곳에서의 몇몇 장면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 있다.


예배를 드리고 나서는 아는 선교사님을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우리만 간 게 아니라 처치홈스쿨 가정이 모두 함께 간 거였다. 그 교회에서 처치홈스쿨을 하는 몇 가정도 함께 있었다. 자녀가 참 많았다. 와글와글 했다. 교회의 꽤 넓은 공간에 있었다. 서로 익숙한 얼굴도 있고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도 있고 처음 보는 얼굴도 있었을 텐데, 자녀들은 금방 한 무리가 됐다. 얼음땡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고. 꽤 넓어서 뛰기에 위험한 곳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본능적인 자제 욕구가 피어올랐다. 소리 지르며 뛰는 자녀들을 보면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스멀스멀 차오른다. 그래도 일단 두고 보기는 했는데, 나 아닌 누군가가 먼저 자녀들을 자제시켰다.


“뛰어다니지는 않아요”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조금 위험하기도 했다.


저녁도 먹고 왔다. 찜닭을 먹었다. 대규모 인원이, 어른과 자녀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이런 성격의 모임이 있을 때마다 자주 먹는다.


서윤이는 여전히 콧물과 기침이 심했지만 몸이 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잘 놀았다. 잘 놀다가 집에 오려고 차에 태우니 그때부터 칭얼거렸다. 코가 너무 막혀서 힘들다고 했다. 집에 도착해서 내려주려고 안았는데 내 얼굴에 닿는 서윤이 얼굴의 온기가 평소와 달랐다. 약간의 열기가 느껴졌다. 집에 들어와서 체온을 재 보니 역시 열이 나고 있었다. 바로 해열제를 먹였다. 혹시나 지난 번처럼 약을 먹고 토를 할까 봐 걱정이었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의외로 잠도 깊이 잘 잤다. 많이 울고 힘들어 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쥐 죽은 듯 잤다.


서윤이는 아내 옆에서 잤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보기에 서윤이는 특혜를 많이 누리는 것처럼 보일 지도 모르겠다. 자기들에 비하면 서윤이는 굉장히 일찍 엄마, 아빠와 떨어져서 자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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