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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Jul 22. 2023

내일이 휴일이면, 뭐든 하지

23.02.28(화)

아내는 오늘도 교회로 왔다. 이유도 어제와 비슷 아니 똑같았다.


“그냥 산책이나 할 겸”


퇴근할 무렵이었다. K는 아직 할 일이 남아서 나만 먼저 1층으로 내려왔다. K의 아내와 자녀들도 있었다. 아내와 서로 약속을 하고 온 건지 아니면 아예 모르고 온 건지는 모르겠다. 아예 모르고 만난 건 아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연락을 매우 자주 하니까. 아무튼 아내와 K의 아내가 1층을 정리하는 동안 앉아서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고 K도 일을 마무리 하고 내려왔다.


저녁을 먹어야 할 시간이었다.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얼마 전에도 갔던, 우리 집 근처의 중국음식점에 가기로 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걸어서 온 거라 차가 없었다. K의 아내만 차가 있었다. 아내들과 각 집의 막내들은 차를 타고 갔고, 남편들과 각 집의 첫째와 둘째는 걸어서 갔다.


“뛰지 마세요”

“앞서서 가지 마세요”

“옆으로 붙으세요”

“올라가지 마세요”


예상치 못한 ‘함께 보내는 시간’에 흥분한 자녀들은 도통 말을 듣지 않았다. 나와 K가 쉴 틈 없이 주의를 줬지만, 쉴 틈 없이 잊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수시로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는 곳을 걸어야 하고 내리막이 계속 되는 곳이라 항상 조심해야 했다. 물론 그렇게 얘기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직은 눈을 떼기 어렵다. 식당까지 가는 내내 흥분하는 자녀들을 통제하느라 애를 썼다.


“아, 내일 쉬니까 너무 좋네”

“아 맞다. 내일 쉬는 날이구나”


아내들은 알았지만 잊고 있던 ‘내일은 휴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자 무척 좋아했다. 저녁을 다 먹고 났을 때 꽤 늦은 시간이었지만, 자연스럽게 ‘커피 한 잔’을 떠올렸다. 자녀들이 바깥에서 뛰어 노는 게 가능한 카페로 가기로 하고, 아까처럼 아내들과 막내는 차를 탔고 남편들과 첫째와 둘째들은 걸어갔다. 과정도 비슷했다.


“뛰지 않아요”


K의 막내가 똥을 싸서 우리 집에 가서 처리하고 오느라 나와 K가 먼저 카페에 도착했다. 안타깝게도 카페는 휴무였다. 대안으로 선택할 만한 곳이 한 곳 정도였는데 거기도 휴무였다. 어떻게 해야 할 지 갈 바를 정하지 못하고 아내들에게 선택을 위임했다. 꽤 늦은 시간이었는데 시내에 있는 카페에 가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어른들에게도 자녀들에게도 굉장히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 시간에 누군가를 만나서 시내까지 나간다는 건. 누군가의 집에 있다가 그 시간이 되거나, 어딘가에서 만나서 그 시간이 되는 건 종종 있는 일이어도 그 시간에 새로운 국면을 시작하는 일은 드물었다. 두 가지 결정적 요인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일은 휴일’

‘춥지 않은 날씨’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인근 놀이터로 갔다. 당연히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가끔씩 발길을 멈추는 주민들 뿐이었다. 짚라인이 있는 곳이었는데 자녀들은 가자마자 짚라인만 계속 탔다. K가 자녀들의 흥을 맞추어 밀어주고 그랬다. 난 가만히 앉아서 바라만 봤다. 자녀들은 무척 즐거워 했다. 무엇보다 ‘깜깜한 밤에 만나서 노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흥을 돋우는 듯했다. 어른들도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나름대로 지속가능한 대화를 나눴다. 그만큼 자녀들이 자기들끼리 알아서 놀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집에 돌아오니 거의 열 한 시였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오늘 하루,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밤 시간의 외출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자주 있을 일은 아니다. 그러니 오히려 기쁨이 더 극대화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어른들도 자녀들도 모두 만족스러운 밤 회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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