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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Dec 01. 2023

제주도 여행 4일차

23.03.25(토)

마지막 날까지 맑고 푸른 하늘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도 제주도에 왔으니 바닷가는 한 번 더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퇴실 후 첫 목적지는 바닷가로 정했다. 아내와 내가 좋아하는(이라고 하면 무슨 제주도에 엄청 조예가 깊거나 자주 오는 것 같지만, 물론 그런 건 아니다) 바닷가로 갔다. 날도 우중충 하고 사람도 많지 않아서 그야말로 황량한 분위기였다. 바람도 많이 불었다. 비가 오지 않는 걸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즐겁게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점심을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멀지 않은 곳에 멕시코 요리를 파는 곳이 있어서 거기로 갔다. 가는 길에 우연히 ‘대왕붕어빵’을 파는 트럭을 보고 잠시 차를 세웠다. 엄청 큰 건 아니었지만 보통 파는 붕어빵 보다는 확실히 컸다. 세 마리를 샀다. 앞에 사람이 있어서 기다리면서 살펴 보니 교회 마당이었다. 붕어빵 트럭에도 교회 이름이 적혀 있었고. 사장님 부부에게 물어보니, 목사님과 사모님이라고 했다. 괜히 반가운 마음에 차에서 기다리던 아내와 아이들도 내리라고 했다. 어차피 붕어빵을 먹고 출발해야 했고.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를 본 사장님 부부는 붕어빵 한 개를 더 주셨다. 먹다 보니 제법 크고 양이 많아서 아이들은 어느 정도 배가 찰 거 같았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멕시코 음식점이었는데 분위기가 꽤 괜찮았다. 이런 류의 음식을 먹을 때는 어떤 음식을 얼마나 주문해야 아이들과 배불리 먹는 건지 가늠이 잘 안 된다. 항상 아내에게 일임을 하는데 이런 건 아내도 감을 잘 잡지 못한다.


“여보. 나도 잘 모르겠다. 대충 시켰어”


타코와 퀘사디아, 그리고 야채와 콩이 잔뜩 들어간 볶음밥이 나왔다. 다행히(?) 먼저 먹은 붕어빵이 아이들 배를 어느 정도 채웠는지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았다. 아니면 엄청 입에 맞는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고. 오늘도 시윤이가 제일 많이 먹었다. 아파트 단지라 놀이터가 있었다. 세 녀석 모두 잠깐만 놀고 가자고 난리여서 잠깐 놀기로 했다. 정말 잠깐 놀았다. 비가 조금씩 떨어져서. 다음 행선지는 카페였다. 서윤이는 재웠다. 아내는 여행의 마지막 날이니 넓은 마음으로 소윤이와 시윤이가 마실 음료까지 한 잔씩 샀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그림을 그리면서 놀았고 나와 아내는 여행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도 보고 소윤이, 시윤이와 대화도 나눴다.


그러고 나서는 바로 렌터카를 반납하러 갔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흘렀다. 렌터카 반납하는 곳에 기념품 가게가 있었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마그넷을 하나씩 샀다. 처치홈스쿨의 다른 자녀들에게 줄 연필도 사고.


“아빠. 편의점 들를 수 있어여?”

“어, 편의점 들르면 되지”


소윤이는 비행기에서 먹을 무언가를 꼭 자기가 고르고 싶다고 했다. 올 때도 그렇게 할 계획이었지만, 분주하게 움직이느라 미처 그럴 새가 없었다. 갈 때는 기필코 실행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특히 막대사탕을 꼭 살 거라고 했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프랜차이즈 빵 가게부터 들렀다. 요즘 제주도에 오는 사람들이 많이 사 간다는 샌드를 사러 갔다. 미리 예약을 해 놨다. 난 이번에 아내 덕분에 알게 됐는데 얼마나 인기가 많으면 한 사람 당 최대 세 개만 살 수 있다고 했다. 아내는 자기 이름으로 세 개, 내 이름으로 세 개를 샀다. 지인들에게 선물로 줄 것들이었다. 소윤이의 숙원 사업인 편의점 쇼핑도 시행했다. 아쉽게도 막대사탕은 없었다. 편의점 몇 곳을 가 봤지만 다 마찬가지였다. 아쉬운 대로 젤리 같은 걸 샀다. 자녀들 사이에서는 유일한 자산 보유자이자 착한 마음씨의 소윤이는, 시윤이와 서윤이가 먹을 것도 사 줬다. 원래 저녁을 간단하게라도 먹으려고 했는데 그럴 만한 게 없었다. 시간도 넉넉하지 않았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군것질거리를 먹느라 바빴다. 짧은 비행시간에 알차게 먹었다. 쉬지 않고.


“그래, 많이 먹어라. 이제 끝이야”


아내 말처럼, 여행의 종료와 함께 세 녀석의 방탄한 군것질 탐닉도 끝이었다.


도착하는 공항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시간이 늦어서 문을 연 곳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가서 먹어야 했다. 일단 공항 근처 동네로 가서 돌아봤다. 몇 군데 문을 연 곳이 있었었다. 해장국 집으로 들어갔다. 평소라면 아내가 절대(에 가깝게) 가지 않을 곳이지만, 오늘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이들이 먹기 좋은 음식도 있었다. 사장님 부부가 무척 친절하기도 했고.


집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 모두 잠들었다. 아내는 제주도 날씨를 봤다.


“여보. 다음 주부터는 엄청 맑네?”


흐려도, 비가 와도 낭만이 있는 곳이라지만 그래도 맑았으면 더 좋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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