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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Dec 02. 2023

제주도에서도 못 본 벚꽃

23.03.26(주일)

“집이라니”


아이들은 아직도 여행의 여운이 남은 듯, 집에서 밥 먹고 있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아내와 나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오후 예배가 없었다. 2부 예배를 드리고 점심을 먹고, 잠시 식당 청소를 하고 나서는 다른 일정이 없었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꽃도 잔뜩 피었다. 제주도에서는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처치홈스쿨 식구들과 어디라도 놀러 가야 하나 싶었는데 목사님과 사모님, 전도사님과 함께 나들이를 가게 됐다. 꽤 먼 곳부터 아주 가까운 곳까지 세 군데 정도의 후보지가 있었는데 가까운 곳에 가기로 했다.


“여보. 제주도보다 훨씬 좋네?”


차를 타고 가는 길에 벚꽃이 아주 풍성했다.


‘식물수목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있었다. 있는 건 알았는데 가 본 건 처음이었다.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하던데 관리가 잘 되는 느낌은 아니었다. 방치와 관리 그 어딘가에 있는 듯했다. 수목원 입구에 있는 카페에 앉아 있다가 아빠들과 목사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수목원 안으로 들어갔다. ‘식물수목원’이었지만 동물이 꽤 있었다. 토끼나 염소, 양, 돼지, 도마뱀, 뱀, 기니피그 등 다양했다. 심지어 말도 있었다. 아이들은 한 토막에 500원인 당근을 하나씩 사서 먹여주느라 신이 났다. 환경이 너무 열악한 데다가 가둬 놓고 즐기는 형태의 구성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불편하긴 했다.


자녀들은 뱀을 목에 두르기도 했다. 관리하시는 분인 듯한 아저씨가 작은 뱀, 큰 뱀을 들고 만져보라고 하시고 아이들 목에도 둘러주셨다. 뱀도 뱀이었지만 과연 그 아저씨는 뱀에 관한 전문성이 있는가 싶어서 무서웠지만 뭐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모두 뱀을 목에 둘렀다. 어른들은 목사님 빼고는 아무도 안 했다. 난 뱀은 크게 무섭지 않았지만 굳이 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난 뱀에게 잡혀 먹는 쥐가 몇 배는 더 무섭다.


꽤 한참을 있었다. 거기서 나와서는 벚꽃을 보며 조금 걸었다. 날씨가 너무 좋고 꽃이 풍성하니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자녀들이 너무 많고, 다들 신이 나고 흥분한 상태라 너무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계속 신경을 쓰기는 했다. 저녁은 전복밥이었다. 자녀들이 엄청 잘 먹었다. 특히 시윤이와 K의 첫째가 독보적이었다. 끊임없이


“더 주세요”


를 외쳤다. 전복밥만 계속 더 줄 수는 없었다. 흰 쌀밥에 전복비빔밥의 양념장을 비벼서 같이 줬다. 그래도 잘 먹었다. 한참 식욕이 떨어진 것 같았던 시윤이는 요즘 다시 식욕이 올라왔는지 엄청 많이 먹는다.


전복밥 가게도 바닷가 바로 앞이었다. 이미 날이 깜깜했지만 잠시 바닷가에 머물기로 했다. 물론 자녀들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 자녀들은 끊임없이, 어떻게든 실수인 것처럼 해서라도 바닷물에 발을 담가보려고 했다. 아빠들은 그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막느라 쉬지 않고


“아니예요. 가까이 가지 마세요. 더 나오세요”


를 외쳤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엄청 즐거웠는데 무척 피곤했다.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아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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