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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Dec 03. 2023

인정사정 없는 동생들

23.03.31(금)

#인정사정 없는 동생들

##D+2947, D+2165, D+1092 - 23.03.31(금)


아내와 나의 사이에 누웠던 소윤이가 밤새 끙끙거렸다. 코가 너무 막혀서 숨을 제대로 쉬기 어렵다고 했다. 가쁘게 숨을 쉬며 기침을 하던 소윤이는 토를 하기도 했다. 음식물이 나온 건 아니었고 노란빛의 위액(?)과 가래만 보였다. 열이 나거나 다른 곳이 아픈 건 아니었는데 정말 밤새 기침을 하고 괴로워 했다. 소윤이 옆에 누운 아내와 나도 당연히 잠을 설쳤다.


잠을 잤는데 잔 것 같지 않은 기분으로 아침을 맞았다. 소윤이는 결국 환자가 되었다. 아침이 되고 나서는 열도 났다. 몇 번 더 토하기도 했다. 먹은 건 없었다. 아무것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먹지는 않고 몇 번이나 토를 했으니 걱정이 됐다. 소윤이는 내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플 때는 엄마가 유독 그리운 것이 당연한데 동생들은 자비롭게 엄마의 품을 내어주지 않는다. 엄마의 품을 내어주기는커녕 쉬고 싶은 누나를 방해했다. 시윤이는 누나가 좋다고 하면서 굳이 누나 옆에 가서 책을 읽고 장난을 치는가 하면, 누나가 옆에 있어야만 밥을 먹겠다고 하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렸다. 누나가 부럽다는 말도 했다. 아프니까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어린 건지, 나를 닮아 공감 능력이 조금 부족한 건지, 그냥 심술인지 모르겠다. 그에 비해 소윤이는 엄마와 한시도 떨어지기 싫어했다. 당연하다. 동생들의 방해와 아내에게 쌓인 현업(집안일)으로 붙어 있는 게 불가능하다 보니 소윤이는 식탁 옆에 이불을 깔고 눕기도 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병원에 갔다. 아내도 소윤이만큼 비염이 심했다. 아내와 소윤이 모두 약을 처방받았다. 내가 함께 가지는 않았지만 아내가 전해주는 말만 들었을 때는, 진료는 형식이고 약 처방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병원이었다.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성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아내는 ‘비염이 심하다’라는 말만 듣고 바로 약을 처방해 주셨다고 했다. 다른 병원을 찾고 싶지만, 아무런 정보가 없다. 아무튼 소윤이는 알레르기 약을 비롯한 여러 가지 약을 받아왔다. 소윤이가 너무 힘들어 해서 이번에는 약을 먹이기로 했다.


원래 내일 소윤이와 아내가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지난 번에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오시는 바람에 미뤄졌던 걸 이제야 잡았던 건데, 소윤이 상태가 이렇다 보니 불투명해졌다. 소윤이는 그 아픈 와중에도


“내일 데이트 할 수 있져?”


라면서 엄마와의 시간을 고대했다. ‘나아지면’ 할 수 있다고 말은 했지만, 나아질 거 같지 않았다. 더 심해지지 않으면 다행인 것처럼 보였다. 그나마 오늘 밤에는 어제와 다르게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깨지도 않고 깊이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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