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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Dec 03. 2023

고난주간을 맞이하며

23.04.02(주일)

날씨가 아주 좋았다. 선선하고 맑고 화창하고. 안타깝게도(?) 오늘은 교회에서의 일정이 꽉 찬 날이었다. 첫 예배 드리고 나서 점심 먹고, 오후 예배 드리고, 목장 모임 하고, 성경 공부까지 했다. 아내와 아이들도 목장 모임까지는 소화해야 했다. 아내는 목장 모임을 마치고 집에 일찍 갈 거라고 했는데, 성경 공부가 끝나고 보니 아내와 아이들도 여전히 교회였다.


성경공부가 끝나기 전에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었다.


“여보. 오늘 저녁에 산책 좀 하고 김밥 같은 거 먹을까? 날씨가 넘 좋아서”


막상 성경 공부가 끝났을 때는 해가 지고 날씨가 꽤 쌀쌀했다. 도저히 산책을 진행하기 어려운 날씨였다. 아내와 나의 피로도도 꽤 높았고.


소윤이와 시윤이를 비롯한 처치홈스쿨의 자녀들은, 샌드위치 가게에 가서 함께 저녁을 먹자고 성화였다. 어른들은 정신없고 피곤해서 명철한 판단 능력을 일시적으로 상실한 상태였다. 까딱하면 아이들의 꾀임(?)에 넘어갈 뻔했다. 다행히 누군가 정신을 차리고


“오늘은 그냥 각자 집으로 돌아갈 거야”


라고 얘기하며 상황을 종료시켰다.


“여보. 우리는 저녁 뭐 사서 갈까?”

“그럴까? 뭐?”

“치킨 먹고 싶네”

“그러자 그럼. 치킨만?”

“다른 것도 뭐 먹을까? 떡볶이?”

“떡볶이도 좋지”


떡볶이와 순대, 치킨을 사서 집으로 왔다. 아이들에게는 밥도 함께 줬다. 좋은 날씨를 놓친 건 아쉬웠지만 밤에 나가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저녁을 먹고 짙게 드리우는 피로가 느껴지니 더 그랬다. 다른 주일에 비하면 빠르게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시간을 보냈는데, 그래도 하루의 말미가 되니 피곤한 건 비슷했다.


아내는 내일부터 시작되는 고난주간을 맞아, 일주일 동안 커피와 빵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니 오늘 먹어야 한다고 했다. 아내는 아이들은 눕히고 밤 인사를 마친 뒤 커피를 사러 나갔다. 얼굴에는 피곤이 가득이었지만 그래도 나갔다. 사실 내가 떠밀었다.


“여보. 갔다 와. 얼른”


아내는 굳이 그 시간에 커피를 사러 가나 싶어서 망설였다. 다짐대로 지킨다고 해도 고작 일주일이지만, 아내에게 커피와 빵은 ‘고작’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떠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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