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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Dec 12. 2023

노는 시간은 어쩜 이렇게 빠르게 흐르는지

23.04.23(주일)

소윤이와의 스킨십은 시윤이나 서윤이하고는 다른 느낌이다. 서윤이는 요즘 내가 일방적으로 구애하는 구조다. 어찌나 새초롬하게 구는지. 뽀뽀 한 번을 하려면 온갖 아양을 다 떨어야 한다. 시윤이는 스킨십에 후하지만 내 품에 오래 안겨 있는 건 아니다. 그에 비해 소윤이는 후하기도 하면서 내 품을 찾고 오래 머문다. 잠결에도 살결이 닿으면 더 많이 닿으려고 손을 더듬는다.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도 소윤이와 한참동안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먼저 일어나서 거실에 모였다. 난 가장 늦게까지 침대에 머물렀다. 아침부터 서로 티격태격 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윤이가 다소 높게 짜증을 내거나 징징대는 소리도 들렸다. 내가 쥐 죽은 듯이 있어서 자기도 모르게 ‘아빠가 있다’라는 사실을 망각한 듯, 한 번씩 자기도 모르게 분을 분출했다.


원래대로라면 아주 늦은 시간까지 교회에 있어야 했다. 첫 예배 드리고 나서 점심 먹고 오후 예배 드리고 목장 모임도 하고 성경공부도 해야 했다. 성경공부가 취소됐다. 애초 생각한 것보다 두세 시간 정도 빠르게 교회에서의 일정을 마쳤다.


처치홈스쿨 식구들과 함께 샌드위치를 먹으러 갔다. 우리 가족끼리도 자주 가고, K네 가족과도 자주 가는 곳이었다. 다들 갑작스럽게(?) 생긴 여유 시간에 흔쾌히 마음을 냈다. 워낙 대규모 인원이라 함께 앉을 만한 자리는 없었고 가족끼리 나눠서 앉았다. 우리(가족)는 샌드위치 세 개를 시켰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반 조각씩 주고, 서윤이에게는 내 걸 조금씩 잘라서 줬다. 지난 번처럼 서윤이도 잘 먹었다. 조금씩 조금씩 잘라서 주다 보니 서윤이도 꽤 먹었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한 0.75개씩. 서윤이는 한 0.5개, 아내는 0.6개, 나는 0.4개 정도 먹은 느낌이었다. 나야 당연하고 아이들도 배가 안 찼다고 했다. 아내만 배가 불렀다. 이제 아이들도 하나씩은 먹어야 하나 보다.


다 먹고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 잠깐 놀았다. 아빠들이 번갈아 가면서 아이들을 잡는 술래가 됐다. 바람이 꽤 강하게 불고 쌀쌀했는데도 아빠들이 숨을 헐떡이고 땀이 삐질삐질 흐를 만큼 열심히 뛰었다. 자녀들은 꽤 긴 시간을 내내 뛰면서 놀았는데도 가자고 하니 아쉬움이 남는지 거들떠 보지도 않던 시소를 괜히 한 번 타고 그랬다.


다들 인사를 나누고 각자 차에 탔다. 예쁜 집이 많은 동네라 천천히 돌며 집 구경도 하고 가까이에 있는 공항 활주로에서 움직이는 비행기도 보고 있는데, 저쪽에서 K네 식구가 걸어오고 있었다. K네 식구는 바로 가지 않고 산책을 하다가 가려던 참이었다. 우리도 함께 걷기로 했다. 함께 걷다가 샌드위치로 다 채우지 못한 배도 함께 채우기로 했다. K네 집에 가서 치킨을 먹기로 했다. 자녀들은 ‘아싸’를 외치며 좋아했다. 지난 번에 샌드위치 가게에 왔을 때도 오늘과 같은 과정을 밟지 않았나 싶다.


자녀들은 만화 영상을 보며 오징어를 먹었다. 어른들은 치킨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언제나처럼 수다를 떨며 놀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다. 영상을 다 본 아이들은 K의 첫째가 최근에 선물 받은 보드게임을 했다. 순식간에 열 시가 넘었다.


“얘들아. 이제 10분 뒤에 가는 거예요”

“아빠. 이것까지만 끝나고 가면 안 돼여?”

“응. 이미 많이 늦어서 오늘은 딱 10분만 더”


약속은 어른들이 안 지켰다. 아이들에게 고지한 것보다 6분을 초과했다. 물론 수다를 떨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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