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깨아빠 Dec 20. 2023

예상대로 아프기 시작하는 건가

23.05.09(화)

아내와 아이들은 오늘도 나들이가 예정되어 있었다. 형님네 부부는 아침 일찍 출발하려고 한다고 했고, 아내의 목표도 형님네 부부와 함께 나가는 거였다. 아내는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난 아예 미리 어느 정도는 각오를 하라고 했다. 변수가 안 생기는 게 이상한 거니까 차라리 미리 마음을 먹으라고 했다.


역시나 하루도 쉬운 날은 없다. 오늘은 소윤이 덕분에 변수가 생겼다. 부지런히 준비해서 형님네 가족과 함께 출발하려고 차에 탔는데 소윤이가 왠지 모르게 계속 짜증스러운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소윤이는 ‘더워서’라는 이유를 댔지만 그야말로 억지로 찾아낸 명분이었고, 아내의 말이 뭔가 마음에 안 들었을 거다. 동생들이 있는 곳을 피해서 차 밖으로 데리고 내렸는데 그걸 가지고 또 짜증을 냈다고 했다. 아내의 표현에 의하면 ‘반항적인 태도’였다. 결국 아내는 자녀들을 데리고 다시 집으로 왔다. 집으로 와서 차분하게(?) 훈육을 마치고 가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그와 함께 ‘삼촌, 숙모와 함께 가지 못하는’ 슬픈 상황을 경험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소윤이는 울면서 잘못했다고 난리였다고 했다.


“이럴 때 시윤이는 잠자코 있나?”

“아니. 더 심하게 울고 불고”


물론 잘 수습하고 출발했다고 했지만, 가서도 만만치 않은 시간을 보낸 듯했다. 오후의 한복판 즈음에 아내가 보낸 메시지가 아내의 심정을 담고 있었다.


“진짜 괜히 왔다 싶을 정도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니 무엇 때문을 파악하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끊임없이 그런 상황이 펼쳐졌겠지만, 아무튼 내내 힘들었던 모양이다. 형님네 아들은 오늘도 많이 울었다고 했다. 중간에 잠깐 카페에 갔을 때 형님네 아들이 잠들었는데, 아내는 ‘그때가 모두에게 힐링이었어’라고 얘기했다. 그전까지는 모두(어른들) 넋이 나갈 정도로 힘들었는데, 비로소 휴식다운 휴식의 시간을 맞이한 거다. 형님네 아들이 잠든 건, 그저 형님네 부부의 편한 시간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진 형님네 부부가 소윤이, 시윤이, 서윤이와 놀아주는 게 가능해졌고, 그건 또 아내의 여유와 바로 연결되었다.


형님네 부부는 거기서 바로 올라갔다. 아내와 아이들은 집으로 왔다. 내가 먼저 퇴근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엄청 피곤해 보였다. 아내도 아이들도. 의지를 내어 놀아야 하는 시간이 다 지나가고 나니 감춰뒀던 피곤이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소윤이는 너무 피곤해서 저녁도 못 먹겠다고 하면서 혼자 침대에 들어갔다.


“애들 아플 수도 있겠다”

“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약간씩 조짐이 보이기도 했다. 소윤이는 비염이 엄청 심해졌고, 시윤이는 목이 아프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소윤이는 잘 때 앓는 소리를 냈다. 중간에 깼을 때도 무척 힘들어 했다. 숨 쉬는 게 어렵다고 했다. 시윤이와 서윤이는 소윤이처럼 확실한 증상이 없었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곧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때나 지금이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